
'규모의 성장'에만 집착한 전략의 불행이다. 초창기 '슈퍼딜', '파격 특가'로 소비자를 끌어모으며 빠르게 몸집을 키웠지만 정작 수익을 내는 구조는 만들지 못했다. 외형은 커졌으나 내실은 비어 있었다. 투자금으로 버티는 확장 전략은 자금줄이 마르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기업의 생명력은 매출이 아니라 이익을 낼 수 있는 체질에서 비롯된다는 평범한 원리를 위메프는 망각했다.
투자금의 활용도 문제였다. 당시 함께 사업을 시작했던 쿠팡이 대규모 투자금을 물류와 기술 인프라 확충에 투입해 구조적 경쟁력을 쌓은 반면 위메프는 마케팅과 운영비에 대부분을 썼다. 자금은 기업의 '피'이지만 체질을 바꾸지 못한 '피'는 일시적인 수혈에 불과하다. 외부 자본에 기대어 혁신의 속도를 유지하려 한 전략은 결국 기업의 자생력을 약화 시켰다.
결정적인 패인은 신뢰의 붕괴였다. 판매자 대금 미정산 사태로 거래 기반이 흔들리자 위메프는 순식간에 시장 신뢰를 잃었다. 유통의 본질은 가격이 아니라 신뢰다. 고객과 판매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구조를 지키지 못하면 아무리 화려한 할인율과 이벤트를 내세워도 의미가 없다. 신뢰를 잃은 플랫폼은 존재 이유를 잃는다.
이번 사태는 한국 이커머스 산업의 냉혹한 현실을 다시 일깨운다. 쿠팡과 네이버가 양분한 시장에서 자체 물류망이나 기술 역량을 갖추지 못한 플랫폼은 생존이 어렵다. 정부와 업계는 플랫폼 경쟁이 단기적인 '가격 전쟁'에 머무르지 않도록 기술 혁신과 서비스 품질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위메프의 파산은 단지 한 기업의 실패가 아니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수익성과 신뢰를 소홀히 한 산업 구조 전체에 대한 경고다. 빠른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 자본보다 강한 것은 체질이다. 눈앞의 매출만 좇는 기업은 결국 시장의 냉혹한 심판을 받는다. 위메프의 몰락은 우리 산업계가 잊지 말아야 할 '신뢰 경영'의 교훈을 남겼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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