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 지속···"정부 추가 대책 효과 지켜봐야"인하 속도·폭 조절하고 완화 기조 유지···'조기 인하' 소수의견도외환시장 불안감 최고조···최대 200억달러 외화유동성 '방어선'
이 총재는 23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본회의가 끝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은 물가처럼 한은이 명확한 목표를 둘 수 없고 정부 정책이 중심"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금융권 가계대출은 정부 거시건전성 정책의 영향 등으로 9월 중 증가 규모가 상당폭 축소됐지만 수도권 주택시장은 9월 이후 가격 오름세와 거래량이 다시 크게 확대됐다"며 "이에 대응해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만큼 그 영향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에 대해 "물가, 금융안정, 성장률 등을 고려하되 부동산을 더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의 단기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겠지만 공급 확대와 수도권 집중 완화 등 정부 정책이 일관되게 유지된다면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금리인하 속도 늦췄지만 경기 상황 고려할 것
이날 간담회에서는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이 총재는 이번 동결이 부동산 기대심리를 꺾는 데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만약 인하했더라면 투자비용 감소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더 가속했을 위험이 있었다"며 "인하 속도·폭을 천천히 가져가겠다는 신호를 준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주거비라기보다 투자자산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이 사회 불평등과 전세·월세 부담을 심화시키는 만큼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서민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집값 하락이 확인돼야 금리인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현재 거래량 감소 등을 보면 가계부채 위험은 상당히 완화됐지만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단순히 부동산 가격이 내려야만 안정이라고 단정짓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가격만 볼 수는 없고 경기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상승세가 일정 수준 둔화되는 모습을 봐야 인하 재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3개월 후 금리 전망(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 6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은 인하 가능성을, 2명은 동결을 제시했다. 지난 8월 5대1 구도에서 4대2로 바뀐 셈이다. 금리 전망 비율이 바뀐 것은 금융안정을 더 중시한 결과로, 인하 자체보다는 인하의 폭과 시기를 조정한 것이라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 "무역과 부동산이 동시에 변수로 작용해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결국 10월 이후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인하 사이클이 3개월일지 6개월일지 명확하게 얘기할 순 없지만 1년보다 훨씬 짧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인하 기조를 유지하되 지속 기간은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내년 성장률이 1.6~1.7% 수준으로 높아지더라도 잠재성장률을 따라잡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필요하다"며 "성장률 회복만으로 금리인하 기조가 끝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신성환 위원은 이 같은 다수 의견과 달리 "GDP 갭률이 상당폭 마이너스인 만큼 가능한 한 빠른 시점에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며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신 위원은 금리 인하를 늦출 경우 경기 회복 시점이 더 밀릴 것이라 보고, 성장률과 물가 흐름만 보면 인하 여건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무역과 부동산이 동시 변수로···관세협상 결과 주목
또 이 총재는 물가와 자산시장에 대해 "환율 상승에도 물가가 안정된 이유는 올해 들어 유가가 약 18% 하락했기 때문"이라며 "성장률이 잠재수준보다 낮아 수요 압력이 거의 없어 물가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장 유동성이 크진 않지만 과거 축적된 유동성이 일부 자산시장으로 이동하면서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며 "부동산은 버블 여부를 떠나 수도권 가격이 소득 대비 과도하게 높고, 주가는 국제비교상 과열은 아니지만 AI 관련주는 글로벌 차원에서 버블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환율과 대외 변수에 대해서는 "해외 증권투자가 늘며 환율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고, 올해 들어 외국인이 들여온 자금보다 국내에서 나간 자금이 약 4배 정도 많다"며 "해외로 나간 금액이 약 3500억달러 수준으로, 관세 협상이 타결돼도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가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어 "특정 환율 수준보다 변동성 완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다만 관세율이 25%에서 15%로 완화된다면, 투자협정(3500억달러)의 재원·투자 방식에 따라 상호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의 실물효과와 관련해 "통계적으로 기준금리를 1bp 내리면 성장률이 약 0.24%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이번 사이클은 과거보다 경기 부양 효과보다는 자산가격 상승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무역과 부동산이 동시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큰 만큼 10월 이후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끝으로 이 총재는 "150~200억달러 규모의 외화공급 여력은 한국은행 보유 외화자산의 이자·배당 수입을 활용한 것으로, 시장 조달을 늘리지 않고 공급 가능한 수준"이라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시장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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