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 동결···'금융안정'에 집중원·달러 환율 1430원 돌파···수도권 집값 상승세 부담금리인하 필요성엔 공감대···내년 상반기 인하 전망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했다. 지난 5월 인하 이후 세 차례 연속 동결이다. 금통위원 6명 전원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원·달러 환율과 부동산 시장 등 금융안정 여건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한은은 "성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부동산 대책의 수도권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영향, 환율 변동성 등 금융 안정 상황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시장에서도 동결 가능성을 높게 봤다.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시행된 직후라 정책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정감사에서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미 동결 신호로 해석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0원 오른 1431.8원에 개장했다. 전날인 22일 개장가는 1432.2원으로, 이는 5월 2일(1436.0원) 이후 최고치다.
일본 엔화 약세와 달러 강세, 미·중 갈등이 겹치며 원화가 주요 통화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환율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자본유출과 수입물가 상승이 맞물려 통화정책 완화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흔들리는 외환시장···금리인하 속도조절 불가피
일본 엔화 약세와 미·중 갈등, 대미 투자 관련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원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 이후 달러 인덱스는 0.9% 절하됐지만 원화는 엔화 약세 등의 영향에 동기간 3.7% 떨어졌다"며 "10월말 APEC 기간 내 개최될 한미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 최종 서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고, 한은은 관세협상 최종 서명 이후의 외환시장 점검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자극해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이고 기준금리 인하 여력을 낮추는 요인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외환보유액 운용 부담이 커지고,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더욱 어려워진다.
특히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450원에 근접하면 자본유출 압력이 커지고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외환시장 불안이 이어지면 한은은 성장보다 금융안정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여지는 더욱 좁아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58% 상승했다. 8월 금통위에서 언급했던 주택가격전망도 9월 기준 전국 112pt, 서울 115pt로 6·27 가계부채 대책 발표 후 가장 높았다. 특히 10월 13일 기준 서울 주간아파트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54%나 상승했다.
집값 상승세 지속···통화정책 공조 필요
9·7 대책 발표 이후 서울과 지방간 실거래가 격차도 더욱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잇단 규제에도 수도권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책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 금리 결정에 작용한 셈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은 인사들의 부동산과 관련된 발언이 점차 매파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주택시장 역시 여전히 상승에 치우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금리 인하보다는 정부 정책이 선행돼야 하며, 통화정책은 이에 연동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는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이며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상승 중"이라며 "원·달러 환율도 경기 측면에서도 인하는 필요하나 지금의 우선순위는 대출과 부동산 시장으로 대변되는 금융 안정이며, 대외 여건(미국 무역협상, 환율 등)도 불안정한 만큼 쉬어갈 수 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지난 8월 1%대로 낮아졌던 주요 물가 상승률도 2%대로 다시 높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2.1% 상승했고, 근원물가는 2.0% 올랐다.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다시 오르면서 기대인플레이션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연내 추가 인하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환 및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 이후에야 완화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 공조를 통한 안정 기조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내년 상반기 이후 경제 여건을 점검하며 점진적인 인하 가능성이 열릴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선 다음달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신중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장의 중론이지만, 경제는 잠재수준을 하회하는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은도 추가 인하는 필요하지만 일단 시장상황을 더 지켜보고 움직이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상황을 지켜본지도 벌써 4개월째고, 11월이면 5개월"이라며 "금융안정이 부각됐을 뿐 성장을 짓누르는 재료들 중 사라진 것들은 하나도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기가 개선 국면에 있다고 하나 올해 성장률은 지금도 0%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며 "연초 대비 대응의 시급성이 조금 약해졌을 뿐, 경제에 있어 한번 정도의 인하는 여전히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은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점검하고 높은 환율 변동성의 영향도 고려해 나가기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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