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500조 퇴직연금 잡아라···증권업계 'AI 운용' 경쟁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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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조 퇴직연금 잡아라···증권업계 'AI 운용' 경쟁 불붙었다

등록 2026.08.07 11:07

박경보

  기자

AI·로보 앞세워 '가입 이후 관리' 경쟁 점화실적배당 확대에 운용 역량이 새 승부처로판매에서 적립·운용·수령까지 '장기관리' 관건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퇴직연금 500조원 시대에 접어들면서 증권업계의 경쟁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고령화로 연금 수령 단계가 본격화되면서 증권사들도 장기 자산관리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단순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과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운용·관리 역량이 연금사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보다 약 70조원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이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 비중은 45.7%까지 낮아진 반면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비중은 54.3%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은 최근 3년간 두 배로 확대돼 전체 적립금의 24.6%를 차지했다.

이 같은 변화는 증권사들의 연금사업 전략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가입자 유치와 적립금 확대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AI와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가입 이후 자산을 관리하는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기존 프라이빗뱅커(PB)가 주로 수행하던 자산관리 기능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5일 '퇴직연금 로보Wrap' 서비스를 출시했다. 검증된 로보어드바이저가 고객을 대신해 시장 상황에 맞는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실제 매매까지 수행하는 서비스다. 투자자가 시장 흐름을 일일이 판단하지 않아도 알고리즘이 장기적인 자산배분 원칙에 따라 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래에셋증권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가입금액은 이미 8조3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AI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주식고객이 연금고객으로···증권사 전략 바뀐다


키움증권도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을 연금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투자 경험이 부족한 고객을 위해 도입한 AI 기반 포트폴리오 자동 운용 서비스는 시장 상황에 맞춰 주식과 채권, 대체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고 정기적으로 리밸런싱해주는 서비스다.

키움증권은 가입부터 운용, 연금 수령까지 아우르는 디지털 연금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기존 주식 거래 고객을 장기 자산관리 고객으로 전환하는 전략으로, 실제 IRP 가입자의 약 96%가 기존 키움증권 고객이다. AI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해 연금 운용 전 과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증권과 한화투자증권도 '가입 이후 관리'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하나증권은 연금컨설팅실을 신설하고 연금자산관리센터를 확대 개편해 투자 성향과 은퇴 시기를 고려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자산배분은 물론 영업점 상담과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를 연계해 장기적인 리밸런싱 서비스도 강화했다.

연금상담센터를 신설한 한화투자증권은 연금상품 상담뿐 아니라 운용 전략과 연금 개시, 인출, 절세 컨설팅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계좌 조회와 업무 처리 중심이었던 기존 고객센터의 역할을 운용 현황 점검과 생애주기별 사후관리로 확대했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AI와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배경으로는 연금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첫 손에 꼽힌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수익률과 운용 성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형 상품에 강점을 가진 증권사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고령화와 은퇴자 증가로 연금 수령·인출 등 은퇴 이후까지 관리하는 서비스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500조 시장 새 공식···"수익률이 고객 모은다"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공시에서 적극투자형 BF1 포트폴리오가 3년 누적 수익률 123.34%를 기록하며 전체 사업자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상반기 퇴직연금 자금 유입도 5조66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유입액을 반년 만에 넘어섰다.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에만 퇴직연금 적립금이 약 10조원 증가하며 전 금융권에서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고, 하나증권도 개인형 IRP 1년 수익률 54.91%로 3개 분기 연속 증권업계 1위를 유지했다. 운용 성과가 고객 유입으로 이어지고 다시 적립금 증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박지홍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향후 금융회사의 연금사업 경쟁력은 계좌 유치나 상품 라인업보다 가입 이후 운용과 은퇴 이후 수령을 연결하는 장기관리 역량에서 차별화될 것"이라며 "적립·운용·수령 전 과정을 연결하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형 상품으로의 자금 이동이 확대되면서 금융회사는 연금 자산에 대한 운용 성과 관리 기능을 보다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고령화 및 은퇴자 증가로 연금 수령 단계에 진입하는 가입자가 늘어나는 만큼 사적연금을 은퇴소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관리 체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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