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10조 단독발표에 타 금융지주 '부글부글'금융권 "금융위원장 출신 배경 없으면 불가능"직접 발표 맡은 임종룡, 연임 의지 밝힐지 주목
일부에서는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임 회장이 연임을 앞두고 '이미지 관리'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지난 2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생산적 금융에 73조원, 포용금융에 7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특히 생산적 금융 73조원 중 10조원은 국민성장펀드에 참여하게 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국민보고대회에서 국민성장펀드 150조원을 제시한 이후 민간 첫 추진 사례로, 민간·국민기금 75조원의 약 13%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타 금융지주의 지원 규모에도 덩달아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대체로 당장은 우리금융과 같은 발표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아직 금융당국이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가운데 금융그룹이 먼저 나서서 금액을 발표하기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4대 금융 중 덩치가 가장 작은 우리금융이 선제적으로 나선 점 또한 어색하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타 금융지주도 대략적인 지원 규모가 나왔겠지만 숫자를 우리금융처럼 공개하기는 굉장히 부담스럽다"면서 "더군다나 이 같은 발표는 사전에 금융당국과 이야기가 이뤄져야 가능한데 쉽게 허락해주지 않는다. 결국 우리금융이 이렇게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전 금융위원장이라는 임 회장의 배경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앞서 2023년 상생금융 발표 당시처럼 금융권이 전체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우리금융이 총대를 메고 나서는 모습은 평소 우리금융의 스타일과도 맞지 않아 보인다"면서 "임 회장이 특권을 사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임 회장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인연 또한 주목하고 있다. 임 회장은 2015년 금융위원장 시절 '젊은 인재 발탁'을 중요하게 여기며 당시 금융정책 과장이던 권 부위원장을 부이사관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임 회장이 기재부, 금융위원장 시절 인연을 맺은 후배들이 현재 금융위 요직에 남아있고 최근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무산되며 금융위, 금감원 모두 건재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금융이 앞장서 정부 정책에 금융권이 화답하는 모습을 보여준 셈"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우리금융과의 사전조율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금융의 발표를 환영했다. 금융위는 현재 국민성장펀드 등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위해 실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운영 중이다.
한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우리금융의 결정은 크게 환영한다. 단 국민성장펀드 참여 규모는 각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면서 "TF에서는 (금융지주별 지원규모 등을) 현재 조율할 단계가 아니며, 추후에도 각 금융사별 지원규모를 취합할 계획이 없다. 금융위는 금융위 일을, 지주는 지주의 일을 하며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전일 우리금융의 80조원 규모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에 대해 "정부가 정책 방향을 뚜렷하게 빨리 제출하고 은행도 그에 맞춰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나름대로 (계획을) 만들어 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과 실제 시장이 같이 가는 하나의 예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우리금융의 대규모 금융지원에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임종룡 회장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임 회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서며 새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 기조에 호응하는 모습이 연임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의 경우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인물인 만큼 연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더군다나 민영화가 됐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입김이 닿는 곳이기 때문에 벌써 차기 레이스에 뛰어든 분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발표 또한 결국 이런 다급한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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