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산 국립공원과 맞닿아 있는 위치적 특성상, 멧돼지 출몰은 잦고 그 위험성은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실제로 인근 주민과 등산객들 사이에서 멧돼지로 인한 사고 사례가 끊이지 않고 심지어 지인 중 한 명은 멧돼지 습격으로 기절하는 일까지 겪었다. 그런 의미에서 멧돼지는 '자연의 일부'이자 투숙객이 피부로 느끼는 '공포'이기도 하다. 이 위험은 아무리 객실의 고급스러움이나 멋진 조망으로 감출 수 없는 현실이다.
더욱이 과거 '파라스파라' 시절에 벌어진 멧돼지 대응 방식은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멧돼지 감시를 위해 강아지를 짧은 줄에 묶어 비에 젖게 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동물학대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리조트가 반려동물 친화적 이미지를 강조하던 시점에 벌어진 일이라 여론의 비판은 거셌다. 브랜드 신뢰는 크게 흔들렸고 그 여파는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당시 호텔 측의 해명도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런 과거의 상처를 의식해 인수 후 멧돼지 대응 체계를 대대적으로 강화했다고 밝혔다. 철조망 설치를 비롯해 안전 장치를 확실히 구축하고 강북구청과 협의해 정기적인 안전 점검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멧돼지 출몰 시에는 지자체가 즉각 대응하는 체계도 갖췄다고 한다. 예전처럼 감시견에 의존하는 방식은 이제 버리고 시설과 행정 협업을 중심으로 전환한 셈이다.
하지만 고객들의 '심리적 안전'은 아직도 미완성이다. 2023년 봄, 임산부 부부가 멧돼지 습격으로 쓰러진 사건은 단순한 우려를 넘어 현실적 위험임을 경고했다. 이런 사건들이 확인된 상황에서 "철조망이 있으니 안전하다"는 설명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초고급 리조트에 머무는 고객들은 단지 시설의 물리적 안전장치뿐 아니라 위기 상황 시 신속하고 투명한 대응, 그리고 '안전한 공간'이라는 확신을 원한다.
맥락에서 '안토'가 당면한 과제는 단순히 멧돼지를 막는 울타리 설치를 넘어선다. 동물 복지와 안전 관리를 균형 있게 고려한 구체적이고 일관된 원칙을 수립하고 이를 고객과 꾸준히 소통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특히 위기 상황 발생 시에는 감추거나 미루지 않고 즉각 공개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래야만 '고요함 속의 품격'이라는 슬로건이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진심 어린 약속으로 받아 들여질 수 있다.
리조트라는 공간은 '안전'과 '신뢰'가 기본 바탕이다. 아무리 화려한 인테리어와 멋진 전망을 내세워도 고객이 불안을 느낀다면 그 가치는 퇴색된다. 더욱이 고가의 회원권을 사고 장기간 이용하는 초고급 시장에서는 신뢰의 무게가 훨씬 더 크다. 멧돼지라는 자연의 위험과 동물복지 논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브랜드 경쟁력은 물론 고객 충성도까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안토'가 진정한 서울 대표 하이엔드 리조트로 자리매김하려면 겉으로 보이는 럭셔리보다 내부 시스템의 투명성과 안전에 더 집중해야 한다. 멧돼지 울타리는 단지 '막는 벽'이 아니라 고객에게 '나는 당신을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신뢰의 상징이어야 한다. 이 과제는 단기적 마케팅이나 이벤트로 해결될 수 없으며, 꾸준한 투자와 소통을 통해서만 달성 가능하다.
무엇보다 호텔 측이 멧돼지 문제를 '숨겨야 할 문제'가 아니라 '직면하고 극복해야 할 숙제'로 인식하는 태도가 절실하다. 고객 안전을 위한 노력과 투명한 정보 공개야말로 진짜 럭셔리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안토'가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객과 사회에 어떤 신뢰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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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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