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바이오 젠틀몬스터–블루엘리펀트 소송전···운명 건 법적 충돌

유통·바이오 패션·뷰티

젠틀몬스터–블루엘리펀트 소송전···운명 건 법적 충돌

등록 2025.12.26 06:00

양미정

  기자

제품 33종·공간 디자인 경쟁, 산업 내 관행 도마특허청·법원 연이어 개입, 78억원 매각 가처분시장 판도 좌우할 법적 판단, 장기 방향성 주목

사진=아이아이컴바인드사진=아이아이컴바인드

국내 아이웨어 시장을 대표하는 젠틀몬스터와 급성장한 후발주자 블루엘리펀트 간 법적 분쟁이 단순한 디자인 표절 논란을 넘어 K-아이웨어 산업의 성장 구조와 지식재산권 보호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26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최근 블루엘리펀트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에 착수했다. 논란의 시작은 시장에 퍼진 오해였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두 브랜드가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다" "자매 회사"라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되며 소비자 혼선이 커졌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젠틀몬스터는 타 아이웨어 기업과 사업·제조상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이를 허위 사실로 일축했다. 그러나 논란 이후 실제 제품과 매장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유사성이 분쟁을 본격화시켰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외부 3D 스캐닝 전문 기관에 의뢰해 양사 제품을 비교한 결과 최소 33개 제품에서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는 수준의 고도 유사성이 확인됐다고 주장한다. 2021년 8월 출시된 젠틀몬스터 'JEFF' 모델과 블루엘리펀트 일부 제품은 99.9% 이상의 유사도를 보였고 다수 제품이 95% 이상 일치했다는 것이다. 렌즈와 프레임의 호환성까지 확인돼 단순한 디자인 참고를 넘어 구조적 모방에 해당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아이아이컴바인드는 "모든 디자인 유사성이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 관행상 일부 제품의 유사성은 용인돼 왔고, 젠틀몬스터 역시 과거 타 브랜드 디자인을 참고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출시 3년 이내의 보호 대상 디자인이 30여 개에 달하고, 대규모·체계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회적 용인 범위를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사진=아이아이컴바인드사진=아이아이컴바인드

논란은 제품을 넘어 매장 공간 연출로 확대됐다. 젠틀몬스터가 2021년 문을 연 상하이 매장과 블루엘리펀트가 2024년 오픈한 명동 매장은 조형물 구성과 동선 설계에서 유사성이 지적됐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공간 연출은 젠틀몬스터 브랜드 자산의 핵심"이라며 "이로 인해 소비자가 두 브랜드를 동일 계열로 오인했고, 실제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젠틀몬스터가 2021년 공개한 파우치 디자인이 이후 블루엘리펀트 대표 명의로 출원·등록된 사실을 확인해 특허심판원에 무효심판을 청구한 사례도 있다.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도 사안의 무게를 보여준다. 특허청은 검찰 지휘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고 법원은 표절로 인한 범죄 수익 가능성을 이유로 블루엘리펀트 법인 소유 부동산에 대해 78억원 규모의 추징보전 명령을 내렸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지난해 12월 형사 고소를 시작으로 가압류와 손해배상, 부정경쟁행위 금지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다.

양사의 사업 구조 차이도 이번 분쟁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지난해 매출 7891억원, 영업이익 2338억원을 기록했다. 판관비가 매출의 절반을 웃돌 만큼 디자인과 브랜드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젠틀몬스터는 제품 하나를 출시하는 데 평균 1년 이상을 들이고, 디자인·기술·품질관리 등 10단계가 넘는 공정을 거치는 '고비용·장기 투자형'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블루엘리펀트 실적. 사진=잡코리아블루엘리펀트 실적. 사진=잡코리아

반면 블루엘리펀트는 지난해 매출 300억원에 영업이익률 40%를 넘기는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단순한 공정과 빠른 제품 회전을 통해 '가성비 아이웨어' 시장을 장악하며 급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수익 구조가 가능했던 배경 자체가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패션·아이웨어 산업에서 디자인과 공간 연출을 어디까지 보호 가능한 자산으로 인정할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K-아이웨어가 단기 유행 산업을 넘어 장기적인 브랜드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카피 제품으로 이익을 얻는 성장 모델에 분명한 선을 긋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우리는 창의성과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과 명품 그룹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왔다"며 "새로운 브랜드의 등장은 환영하지만, 창작의 성과를 대규모로 모방해 외형 성장을 이루는 방식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블루엘리펀트는 이에 대해 "통상적인 지식재산권 분쟁일 뿐"이라며 표절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