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8일 전원합의체서 의견 정리 "이르면 10월, 늦어도 11월 선고" 관측에 무게'판결문 수정'과 '비자금 의혹' 둘러싼 판단도 관심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오는 18일 열리는 전원합의체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건을 논의한다. 여기서 결론이 나오면 선고일을 잡을 공산이 큰 데, 이르면 그 시기가 오는 10월이 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작년 5월 2심 재판부(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합계 재산을 약 4조원으로 보고, 그 중 35%인 1조3808억원을 재산분할 액수로 책정했다. 재판 중 갑작스럽게 등장한 '선경 300억' 메모가 변수였다. 노 관장 측은 전직 대통령 노태우 씨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전달돼 그룹 경영에 쓰였으니 자신도 재산 형성에 기여한 셈이란 논리를 폈고, 법원은 그대로 수용했다.
따라서 대법원이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 과정을 어떻게 바라보냐가 최종심의 관건이다.
다만 1조3800억원의 재산분할 액수부터 이례적인 판결문 수정, 군사 정권의 비자금 은닉 의혹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사안이 얽혀 있어 대법원도 막판까지 신중을 기할 것으로 점쳐진다.
첫 번째 쟁점은 과연 어디까지를 재산분할 대상으로 봐야 하느냐에 있다. 부부 간에도 '내 재산'과 '네 재산'이 있음을 인정하는 법 조항에 비춰봤을 때 그 액수가 지나치게 크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아서다.
이른바 '부부별산제'의 원칙이다. 민법 830조와 831조엔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특유재산'을 구별해 각자 관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조계 안팎에선 최 회장의 재산 대부분은 선대회장으로 물려받은 것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분할 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판결문의 정합성 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평가도 관심사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 과정에서의 오류를 인정하고 판결문 일부를 고쳐 도마에 올랐다. 재산 형성 기여도의 근거가 된 기업(SK C&C)의 가치 변화를 비교하던 중 잘못된 수치를 대입한 게 발단이었다.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이 주식을 취득했을 당시 대한텔레콤(SK C&C의 전신)의 가치를 주당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엔 주당 3만5650원으로 계산했다. 이를 바탕으로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회사 가치 상승 기여를 각 12.5배와 355배로 산출했다.
그러나 당시의 재무 상태나 액면분할과 같은 이벤트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치였고, SK 측은 정확한 숫자를 앞세워 '100배' 왜곡이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재판부는 판결문에 기재된 최 회장의 기여분을 10분의 1로 줄였으나, 재산분할 액수는 유지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군사정권 비자금 은닉 의혹 역시 판결에 영향을 줄 만한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검은 돈'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묵인한다면 적법하지 않게 만들어진 자금이 상속·증여세 없이 대물림되는 전례를 만드는 격이 돼서다.
현재 정치권에선 노태우 비자금 의혹을 규명하라는 여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여야를 막론하고 재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차원에선 '독립몰수제' 도입도 추진 중이다. 이는 유죄판결이 없더라도 범죄수익임이 확인되면 별도 절차를 통해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공소시효가 만료됐거나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불법재산을 사회로 환수할 수 있는 길을 연다는 데 의미를 지닌다.
덧붙여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등장한 증거물임에도 진위 감정 없이 이를 수용했다. 때문에 증거의 신빙성부터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재계 관계자는 "해당 이혼소송은 단순한 분쟁을 넘어 우리 사회 여러 층위를 드러내는 복잡한 사건"이라며 "대법원의 판단은 혼인과 재산 그리고 권력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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