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번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말은 앞세우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 어디서 또 누가 다치고, 누가 목숨을 잃어야 바뀔 것인가. 처벌을 강화해도, 법을 개정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면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의지'에 있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법망을 피하는 기술'에 몰두하고 있다.
'얼마나 안전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처벌을 피할 수 있는가'가 경영의 기준이 된 셈이다. 법적 요건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식의 안전관리, 그것은 시스템이 아니다. 생명을 지키기엔 터무니없이 구멍난 방어선일 뿐이다.
지금 산업현장에 부족한 건 '처벌'이 아니라 '책임감'이다. 반복되는 사고 뒤에는 똑같은 문제가 숨어 있다. 부족한 안전인력, 형식적인 점검, 낙후된 장비,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을 비용으로 여기는 경영 철학. 그 결과는 참혹하다. 건설현장에서, 공장에서, 매일같이 노동자가 떨어지고, 깔리고, 질식하며 죽어간다.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보여주기식 단속과 보여주기식 대책으로는 더 이상 생명을 지킬 수 없다. 안전을 위해 투자하면 불이익을 당하고 리스크를 방치해도 처벌은 미미하다면 누가 예방에 진심을 다하겠는가. 처벌은 사고 이후의 문제다. 그보다 앞서야 할 것은 사고를 막는 시스템, 막아야 한다는 철학, 그리고 바꾸겠다는 의지다.
'중대재해는 구조적 무책임의 결과'라는 사실을 이제는 정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반복되는 참사는 누구의 운도, 불운도 아니다. 사회 전체가 외면한 결과이고 모두가 책임져야 할 실패다. 생명이 존중받지 못하는 산업현장에서 그 어떤 성장도, 이윤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법만 세우지 말고, 시스템을 구축하라. 처벌만 강화하지 말고, 예방에 투자하라. 생명이 지켜지지 않는 일터는 그 자체로 범죄 현장이다.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며 그 당연한 권리를 지키지 못하는 사회는 선진국이 아니다.
산업안전, 더 이상 구호로 그쳐서는 안 된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내일도 우리는 같은 사망 소식을 기사로 써야 한다. 그리고 그 피의 책임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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