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서 '파두 2.0' 비전 공유 "5세대 SSD 컨트롤러 전환에 성장곡선 재진입" "AI 핵심 플레이어 도약···주주·사회에 보답할 것"
이지효 파두 대표의 말이다. 그는 27일 서울 종로구 클럽806에 마련한 창립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시장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이재효 대표는 "실적 부침 속에도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거래처 발굴 노력 끝에 글로벌 4대 하이퍼 스케일러 2곳과 서버기업 2곳으로의 공급을 확정했다"면서 "올해부터 5세대 SSD 컨트롤러로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회사가 당초 계획했던 성장곡선의 재진입이 이뤄지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파두는 2015년 서울대학교 스토리지 구조 연구실 연구진을 중심으로 설립된 팹리스다. 모바일이나 가전용 제품에 치중하는 업계 트렌드 속에 파두는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급 SSD라는 '틈새'를 겨냥했고, AI 흐름과 맞물려 '하이퍼스케일러' 시대가 도래하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여기서 하이퍼스케일러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전 세계에 클라우드·AI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을 뜻한다.
이지효 대표는 "창립 당시부터 반도체가 모든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특히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시장이 그 수요를 이끌 것이라 판단했다"면서 "반도체 강국인 한국의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팹리스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모든 과정이 순조롭진 않았다. 먼저 업계에서 파두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코로나19 전후 '온탕'과 '냉탕'을 오간 반도체 시장 업황도 회사에 시련을 안겼다. 실제 파두는 첫 제품 3세대 컨트롤러를 글로벌 기업으로의 납품에 성공하며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으나, 4세대 제품으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코로나19 국면 당시 온라인 서비스 확산에 호황을 누리던 반도체 시장이 펜데믹 종식 후 수요 급감으로 침체에 빠진 탓이다.
이 대표는 "많은 기업이 파두에 관심을 가졌지만, 처음엔 손을 잡으려는 곳이 없었다"면서 "100만개, 1000만개씩 필요한 제품을 처음 듣는 한국 업체로부터 사들여야 한다는 데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2015년부터 시작해 실수 없이 좋은 제품을 개발했지만, 매출을 만들 때까지 7년이 걸렸다"면서 "돌아보면 시장에서 인정받으려면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상황은 호전되고 있다. AI 시장 급성장에 5세대 컨트롤러가 작년말부터 본격 공급되기 시작하면서다. 이에 파두는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상반기에만 429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작년 연간 실적(435억원)의 99%에 달하는 액수다. 또 쌓아놓은 일감도 많아 2026년까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본다.
파두의 가장 큰 강점은 혁신적 기술 기반의 '전성비(성능 대비 전력 효율)'에 있다. 이들이 최초로 상용화한 'FDP(플렉서블 데이터 플레이스먼트)'도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 중 하나다. SSD 안에 사용자 전용 저장공간을 따로 구획해 속도 저하와 신호 간섭을 해소한 게 핵심인데, 파두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메모리·스토리지 기술 전시회 FMS 2025에서 최고 혁신 기술상을 받았다.
향후 파두는 AI 데이터센터 생태계 핵심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이른바 '파두 2.0' 전략을 실행에 옮긴다는 방침이다. 여기엔 고성능·저전력 구조를 혁신해 AI SDD 시대를 선도하고, 영역을 SSD에서 시스템으로 확장하며, AI 팹리스로 진화하는 등의 포부가 담겼다. 데이터센터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중심이 CPU(중앙처리장치)에서 GPU로 옮겨가고, 극한의 성능과 효율이 화두로 떠오른 데 착안한 전략이다.
현재 파두는 6세대 컨트롤러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장차 글로벌 4대 하이퍼스케일러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모두를 거래처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동시에 삼성전자 등 세계 6대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업체 중 절반 이상과 협업을 본격화한다는 복안이다.
나아가 파두는 반도체 개발 과정에도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도 설정했다. 이를 위해 회사 내에서 4개 정도 파일럿 프로젝트를 운영했고, 유의미한 결과를 받아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지난 10년간 수많은 어려움을 거쳐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최전선에서 경쟁하며 쌓아온 경험은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갖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 터널을 빠져나오는 중"이라며 "다시는 소비자, 시장, 주주, 사회가 실망할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