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생활안정자금 대출까지 대폭 규제정책대출 25% 축소로 실수요자도 타격DSR 우회 차단·신용평가 고도화 요구

이번 대책이 '이례적인 초강력 규제'로 불리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동안 소득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중심으로 규제가 이뤄지던 것과 달리 이번엔 대출 총액 자체를 상한선으로 정했습니다.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을 구입할 때 받을 수 있는 주담대는 최대 6억원으로 일괄 제한됐죠.
갭투자를 막기 위한 조치도 전례 없이 강했습니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전세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사는 이른바 '무자본 투자'는 원천 차단됐습니다. 여기에 주담대 신청 시 6개월 내 전입 의무까지 부과되면서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의 대출은 상당히 어려워졌습니다.
생활안정자금·정책대출·생애최초 구입자까지 예외는 없었습니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는 생활안정 자금 목적의 주담대도 최대 1억원까지만 허용됐고, 2채 이상 보유자는 이조차도 막혔습니다. 주담대 만기는 30년 이내로 제한돼 장기만기 설정을 통한 DSR 우회도 원천 차단됐습니다.
생애최초 구입자에게도 LTV를 80%에서 70%로 낮추고 6개월 내 전입 의무를 부과하면서 실수요자에까지 규제의 칼날이 미쳤습니다. 보금자리론·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도 연간 공급계획 대비 25% 축소됐고 디딤돌과 버팀목까지 한도가 줄었습니다.
문제는 이번 대책 하나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금융당국도 우회수단, 풍선효과, 실수요자 혼선 등 다양한 리스크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데요. 이번 대책을 주도적으로 설계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대책으로 대출 신청 추이가 둔화된 건 사실이나 정책의 진정한 성패는 풍선효과와 우회수단을 차단하며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제도의 단기적인 효과보다는 시장 연착륙과 지속성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가계대출 제도를 근본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적기라고 봅니다. 대출심사 체계 강화, 금융회사별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DSR 규제 우회 차단, 고정금리·비거치 대출 인센티브 등과 같은 구조적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제도 개선에 따른 장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겁니다. 제도를 더 정교하게 다듬고 실수요자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얘깁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단순히 수요를 억누르는 규제를 넘어 관리 가능한 대출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시장이 숨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늘 그랬듯 수요는 다시 살아날테니까요. 급하게 무리한 규제카드를 꺼내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금융권이 머리를 맞대고 가계대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길 기대해 봅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