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문제 및 유동성 확대 '관건'전문가들, '단기 효과에 그칠 것' 경고
과도한 대출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춤으로써 과열 양상을 보이는 서울·수도권 집값을 억누르겠다는 목표지만,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기준 금리와 유동성에 따라 오르내리는 집값을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건 역부족일 뿐더러 정책 혼선과 불신만 키울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히 과거 진보정권에서 행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답습해 집값이 되려 치솟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지난 20여 년간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극단적으로 흔들렸다. 보수와 진보를 오가며 규제 강화와 완화, 대출 확대와 억제라는 상반된 신호가 반복적으로 쏟아졌고, 그때마다 국민들은 혼란과 피로를 넘어 정책에 대한 불신만을 키워왔다.
진보 정권은 강력한 규제와 세금 강화로 집값을 잡으려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공교롭게도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는 시점과 맞물린 탓이다. 노무현 정부는 5년간 17번의 대책을 쏟아냈지만,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부동산원 집계 기준)은 43% 넘게 올랐다.
문재인 정부 역시 27번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며 다주택자 규제, 재건축 규제, 종부세 강화, 임대차법 도입 등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폈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 집값은 폭등했다.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됐고,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전면 금지 등 초강수도 등장했다. 그러나 규제지역으로 묶인 곳일수록 오히려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랐다.
반대로 보수 정권에선 고금리와 맞물린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출 규제가 대폭 완화하거나 이를 풀었다가 다시 옥죄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2008~2017년)는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를 기조로 삼았다. 보금자리주택, 재건축 규제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 시기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불황과 집값 급락을 겪었다. 특히 부동산 침체 골이 컸던 이명박 정부 시절, 서울 집값은 –4.2% 내렸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그나마 완만한 조정기를 거치면서 12.5% 상승했다.
세계적인 고금리와 PF대출 부실 문제 등이 불거졌던 윤석열 정부 출범 초인 2022년에는 주택 거래 침체를 이유로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했고 대출 규제도 완화했다.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대출 금지가 폐지됐고, LTV(주택담보인정비율)도 최대 80%까지 완화됐다. 시장에는 '집을 사라'는 신호가 뚜렷했다. 그러나 완화책이 풀리자마자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급등했고, 투자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이 과열됐고 정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가계 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2025년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또다시 기류가 바뀐 양상이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치솟자, 6억 대출 한도 설정에 이어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확대,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확대, 15억원 초과 고가주택 대출 금지 부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금융 규제 추가 강화 등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주장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여당조차 "방만한 대출 관행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규제 복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기조를 내세우며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지난주에 발표된 것처럼 대출과 거래 규제 강화 등 기존 진보정권에서 펼쳤던 정책과 유사한 흐름이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이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풀었다 조였다'를 반복하는 부동산 정책은 국민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금리와 유동성, 국제 경제 등 시장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부동산 시장이지만,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워졌고 '이번엔 어느 쪽이냐'를 두고 관망세와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반복되는 규제-완화-재규제의 악순환 속에서 '이번엔 몇 달이나 갈까'와 같은 회의적인 반응과 정책을 향한 피로감은 극에 달한 실정이다.
일관성이 결여된 부동산 정책과 땜질식 규제는 수개월의 초단기적인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이후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번 규제로 당장은 2~3개월 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연말로 갈수록 서울 집값은 다시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 이유로는 공급 부족과 시중 유동성 확대를 꼽았다. 서 교수는 "현재 주택 매도 물량이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경으로 30조원이 추가로 풀리면 시중 통화량이 더 늘어나 유동성 장세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급 부족과 풍부한 유동성이 맞물리고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더해져 결국 수요-공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대출규제의 효과는 길어야 6개월"이라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나 다주택자 규제 완화, 양도세 감면 등 시장이 반응할 만한 실질적인 세금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권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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