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다우오피스 등 생활·업무 채널에 금융서비스 내재화저원가 예금·비이자수익 확대 통한 수익 다변화 본격화제휴 의존도·책임 분산 리스크 등 구조적 한계도 상존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 11일 이커머스 플랫폼 '컬리'의 간편결제서비스 컬리페이와 '금융·유통 결합 혁신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양사는 컬리페이 제휴통장 출시 및 임베디드금융 제공, 컬리 공급사 동반성장을 위한 금융지원 등 다방면의 협력을 추진한다.
앞으로 농협은행 고객이 컬리페이와 연계된 입출금 통장을 개설하면 마켓컬리 앱 안에서 결제는 물론 예치금 관리와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마켓컬리 입점 업체들도 필요한 자금을 농협은행으로부터 손쉽게 조달하거나 정산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30일에는 농협은행과 다우기술이 '중소기업 디지털 경영지원 서비스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다우오피스 내 NH임베디드플랫폼 기반 금융API 연계 서비스 제공 ▲다우오피스 사용자 맞춤형 금융솔루션 공동 개발 ▲양사 기업고객 데이터 기반 신사업 모델 발굴 등이 주요 내용이다.
임베디드금융국 신설···조직부터 'BaaS 전환' 본격 시동
농협은행은 다우기술의 전사적 자원관리(ERP) 플랫폼인 '다우오피스'에 자사 금융 API를 연동할 계획이다. 해당 ERP를 쓰는 기업 고객은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자체 시스템 내에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다우오피스 화면에서 계좌조회, 환율조회, 자금이체, 결제, 자금집금 등의 주요 금융기능을 API 형태로 제공해 기업의 자금관리 업무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다.
농협은행은 이를 위한 전용 플랫폼(NH임베디드플랫폼)을 올해 안에 단계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다우오피스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추후 다른 기업용 솔루션에도 금융 서비스를 내재화한다는 방침이다.
금리인하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가 본격화되면서 은행권은 비이자수익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NH농협은행은 외부 플랫폼과 협업하는 '임베디드금융'을 적극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올해 초 임베디드금융국을 신설한 농협은행은 새로운 서비스형 뱅킹(BaaS) 및 특화사업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임베디드금융은 비금융 플랫폼 등 다른 업종 서비스에 금융 서비스를 결합하는 것을 뜻한다. 전자상거래나 모빌리티, SNS와 같은 생활 플랫폼 안에 은행 계좌, 대출, 결제 등의 금융기능을 녹여 소비자가 별도 은행 방문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2015년 시중은행 최초로 오픈API를 도입해 NH오픈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핀테크 협업 경험을 쌓아왔다. 이 같은 기반 위에 전문 조직까지 갖춘 농협은행은 다양한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새로운 금융서비스 모델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커머스·ERP 침투 전략···생활·업무 전반에 금융 내재화
농협은행은 임베디드금융을 통해 금융 접근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객이 별도의 은행 앱이나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쇼핑·이동·업무 등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다.
또한 저원가 예금 확보와 비이자수익 확대를 통한 수익구조 다변화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플랫폼 제휴를 통해 유입된 제휴 통장 자금은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자비용 절감을 통한 순이자마진(NIM) 개선은 물론이고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부문 매출원도 늘릴 수 있다.
플랫폼 이용 데이터를 활용한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고객의 소비패턴이나 거래 이력을 분석해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안하거나 제휴 채널과의 공동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다만 데이터 활용 범위와 관련한 규제와 개인정보보호 이슈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플랫폼 상에서 제공되는 편리하고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는 고객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은행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더불어 타 서비스로의 교차판매(크로스셀링)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미 글로벌 은행들은 임베디드금융을 통해 경쟁력을 한층 높여나가고 있다. 디지털 기업금융플랫폼을 고도화하고 기업 규모별로 세분화된 플랫폼을 구축해 기업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일본의 SMFG도 비금융 자회사를 설립해 데이터관리, 인사, 마케팅, 보안, 문서관리, 기업컨설팅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플랫폼 제휴 확대 속 수익성·통제력 균형 '과제'
다만 외부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금융서비스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은행과 플랫폼 간 책임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 은행은 직접 통제하지 않는 채널에서의 사고까지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플랫폼 기업도 금융업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리스크 관리체계가 미흡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사업자가 얽힌 서비스 구조상 불만이나 피해 발생 시 민원 처리 창구가 불분명해질 가능성도 있다. 임베디드금융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비금융회사가 금융에 어느 정도 관여할지, 기존 금융사와 동일한 규율을 받을지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베디드금융이 수익 확대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제휴 초기에는 고객 유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은행이 높은 예금금리나 각종 혜택을 제공하거나 플랫폼 측과 수수료 수익 분배가 불가피하다. 충분한 이용자 규모와 거래량이 뒷받침되기 전까지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제휴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점도 리스크다. 플랫폼의 정책 변화나 계약 조건에 따라 사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은행의 자체 브랜드 노출이 약화돼 고객 주도권을 플랫폼에 빼앗길 소지도 있다.
안성학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회사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마켓플레이스, 소매업체 등 비금융회사와 제휴를 통해 낮은 비용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도 "고객 관계가 B2C에서 B2B2B, B2B2C 등으로 복잡화되고 고객과의 직접 관계 포기에 따른 리스크, 비금융회사에 의한 시장잠식 문제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은행 등 금융회사는 플랫폼을 고도화해 기존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비금융회사와의 경쟁 심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임베디드 금융 및 BaaS 등을 통한 고객 기반 확대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IT 투자와 비금융회사와의 제휴 및 지분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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