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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만연한 '자진상폐', 소액투자자 보호는 어디에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임주희의 마켓타운홀

만연한 '자진상폐', 소액투자자 보호는 어디에

등록 2024.05.29 10:28

수정 2024.05.29 10:33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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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이런 법이 어딨습니까?"

최근 보유하고 있던 종목의 자진 상장폐지 소식을 접한 한 소액투자자의 하소연입니다.

투자자 A 씨는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B 종목을 몇 년 전부터 조금씩 사들였습니다. '장기투자', '적립식 투자'를 실행한 것입니다. 금융투자업계 유명 인사들이 장기 투자를 강조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증권사로부터 B 종목이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해 곧 자신이 보유한 주식은 현금으로 변경될 것이란 통보를 받았습니다. 통보된 보통주 1주당 가격은 A 씨의 매수단가보다 낮았습니다. A 씨는 한동안 B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던 점에 의심이 들었지만 A씨가 보유한 B 종목의 주식을 지킬 순 없었습니다. A 씨가 팔지 않아도 현금으로 교환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비단 A 씨만의 고충이 아닐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 자진상폐 종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모펀드 운용사가 상장사 경영권을 확보한 경우 자진상폐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과거 맘스터치앤컴퍼니에 이어 오스템임플란트, 루트로닉 등은 이미 상장 폐지된 상태입니다. 커넥트웨이브와 락앤락, 쌍용C&E도 공개매수 후 자진상폐를 진행 중입니다. 케이카와 한온시스템, 에이블씨엔씨도 자진상폐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자진상폐를 선택하는 것은 주주들의 '간섭'을 차단하기 위함입니다. 상장을 유지할 경우 주가 관리도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공시 업무도 부담입니다. 자진상폐를 할 경우 이러한 부담에서 자유로우며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높을 경우 대규모 배당도 가능합니다.

95%가 아닌 5%에 해당하는 소액주주들은 자진상폐는 주식을 '강탈'하는 행위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개별적 매수단가를 고려하지 않은 현금교환은 일방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전무합니다. 만약 자진상폐한 기업이 3~5년 후 몸값을 올려 재상장을 추진한다면 소액주주 입장에서 허탈감은 더욱 높을 것이다.

기업의 '자진 상폐'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소액투자자 A 씨는 말합니다.

"어려운 상장요건을 갖춰 국내 증시에 입성했고 기업의 성장 가능성도 높은데 대주주가 95%의 주식을 확보했다고 자진상폐를 하고 주식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것은 장기 투자자들을 우롱하는 처사입니다. 이러면 소액 투자자들은 기업을 믿을 수 없을 것입니다. 소액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없다면 피해는 더 늘 것입니다"

자진상폐는 상장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장기투자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급성장한 상장지수펀드(ETF)도 최근 무더기 상장폐지를 예고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ETF 16개 종목이 운용사 요청에 따라 상장 폐지됩니다. 그중 14개가 K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것입니다.

단순 거래 규모 감소 등의 이유가 아닌 운용사의 운영 전략 때문에 투자자는 원하지 않는 시점에 투자를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순자산 가치에서 운용보수 등의 비용을 고려해 해지 상황 금이 지급되나 장기 투자를 계획하고 매수한 상황에서 가격이 하락했다면 손실이 불가피합니다.

이에 또 다른 투자자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투자할 때 다짐하는 말이 있습니다. '투자는 본인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장폐지로 인해 투자가 중단된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요? 소액이니까 운용사를 위해 손실을 감수해도 된다는 것인지 혼란스럽습니다. 0.01%를 소유했더라도 주주입니다. 소액주주가 본인의 주식을 지킬 수 있는 제도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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