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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사기성 어음' 발행 덜미, 중견기업으로 추락···넥스원이 살릴까

산업 중공업·방산 지배구조 2024|LIG①

'사기성 어음' 발행 덜미, 중견기업으로 추락···넥스원이 살릴까

등록 2024.03.04 07:00

박경보

  기자

1999년 LG그룹서 독립해 '종합금융그룹' 도약 표방건설업 눈 돌렸다 금융업도 잃어···방산업서 새 기회구본상·본엽 형제 '조세포탈' 재판···오너 리스크 여전

'사기성 어음' 발행 덜미, 중견기업으로 추락···넥스원이 살릴까 기사의 사진

LIG그룹이 국내 유일의 군수 전문기업 LIG넥스원을 발판삼아 재도약을 시도한다. 사기어음 발행 등 오너일가의 실책으로 금융과 건설업을 줄줄이 내려놓고 방산 하나 지켜낸 LIG가 편중된 사업구조 속 외발서기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LIG는 1999년 LG에서 떨어져 나온 중견그룹이다.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첫째 동생인 고 구철회 회장 집안이 보험업을 쥐고 독립하면서 탄생했다. 구철회 회장의 장남 고 구자원 명예회장은 LG화재보험(현 KB손해보험)을 중심으로 LG그룹에서 독립해 LIG의 창업주가 됐다.

금융업으로 출발한 LIG는 2006년 4월 사명을 LG화재보험그룹에서 'LG Insurance Group'의 약어인 'LIG'로 변경했다. 하지만 현재 LIG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지난 2004년 인수한 LIG넥스원(옛 넥스원퓨처)으로, 본업과 전혀 다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LIG는 구자원 명예회장 장남 구본상 회장과 차남 구본엽 전 부사장 등 오너일가에서 지주회사인 LIG, 핵심계열사인 LIG넥스원으로 내려오는 지배구조를 띤다. 구 회장과 구 전 부사장은 각각 41.20%, 26.20%씩 LIG 지분을 보유 중이고 LIG는 LIG넥스원의 최대주주(42.0%)다. 2022년엔 사모펀드 KCGI가 LIG 지분 25%를 오너일가로부터 사들이면서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사기성 CP 발행으로 오너일가 구속에 LIG손해보험 매각
사명에 '보험'을 넣고 종합금융그룹을 표방하려던 LIG가 본업을 내려놓은 데에는 복잡한 배경이 있다. 건설업을 통해 몸집을 불리려다 실패한 일종의 흑역사다.

구자원 명예회장은 2006년과 2009년 각각 건영, SC한보건설을 인수하면서 보험업에서 방산업, 건설업까지 아우르는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

문제는 사들였던 건설사들이 재무구조가 열악한 부실기업이었다는 점이다. 건영과 SC한보건설이 합쳐진 LIG건설은 지난 2011년 경영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당시 LIG건설의 경영권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구 명예회장은 법정관리 신청 이전에 2000억원대 사기성 CP(기업어음)를 발행하는 악수를 둔다. LIG건설이 법정관리에 돌입할 것을 알고도 CP 투자자들에게 이를 숨겼단 얘기다.

이 사건으로 형사재판을 받은 구자원 명예회장은 1심에서 법정 구속된 뒤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하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구본상 당시 부회장도 그는 1심에서 징역 8년,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2016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기업의 내부정보를 독점한 최고경영자들이 부도 가능성을 속이고 금융상품을 판매해 도덕적 해이는 물론 건전한 자본시장을 뒤흔드는 파렴치한 범행을 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사건 이후 보험업과 건설업 모두 정리한 LIG그룹은 대기업에서 중견그룹으로 추락했다. LIG건설 CP 사건 피해자들에게 보상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핵심계열사인 LIG손해보험을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11월 LIG그룹은 구자원 명예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LIG손해보험(LIG투자증권 포함)과 보유지분 전량(20.96%)과 경영권을 KB금융그룹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전체 매출액의 86%를 차지했던 금융업이 날아가면서 그룹의 외형은 7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2012년 기준 LIG손해보험의 매출액은 그룹(약 12조원) 매출액의 86% 수준인 10조3000억원에 달했다.

방산업 키우고 사업 다각화했지만 몸집은 '중견기업'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던 LIG그룹은 LIG넥스원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 상태다. 2012년 9500억원에 불과했던 LIG넥스원의 매출액은 2021년 1조8222억원, 2022년 2조2208억원으로 폭증했다. 올해 역시 K-방산 수출 호조에 힘입어 2조4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방산에만 국한됐던 LIG그룹의 사업구조도 최근 다각화되고 있다. LIG넥스원은 1876억원을 투자해 내년 6월 로봇‧방산업체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인수할 방침이다. 이번 인수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LNGR LLC'를 설립한 LIG넥스원은 미래성장 플랫폼을 확보하고 미국 방산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횡보했던 LIG넥스원의 주가도 고스트로보틱스 인수 소식이 전해진 작년 12월 상한가를 기록한 후 12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회사 재무체력에 비해 무리한 투자가 아니고 기존 산업과의 시너지를 노릴 수 있는 분야"라며 "수주로 확보한 선수금의 활용과 투자가 기존 산업과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분야에 국한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오너리스크 '현재진행형'···비상장 지주사로 불투명한 지배구조
다만 LIG그룹의 '오너리스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2016년 출소한 구본상 회장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1300억원대의 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재판을 받고 있다. 구 회장과 구본엽 전 부사장은 지난 2015년 자회사인 LIG넥스원의 주식 가치를 헐값으로 평가해 거래하는 방식으로 증여세 등 총 1330억원 가량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구 회장은 지난 2022년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이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구 회장은 취업제한 제재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2021년 복귀했으나 불확실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오너일가가 지주회사 LIG의 지분 일부를 KCGI에 넘긴 건 추징금 납부에 대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1심과 달리 2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을 경우 대규모 과징금 부과가 불가피하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CGI는 지난해 초 LIG 지분 25%를 약 1000억원에 매입했다. 이는 구본상 회장(56.2%)과 구본엽 전 부사장(36.2%) 등 오너일가가 보유했던 물량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재벌기업들에서 불법 상속과 증여 등에 따른 오너리스크로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지주회사 체제는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지만 (LIG그룹과 같이)지주사가 비상장사인 경우 기업가치 판단이 어렵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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