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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사업주 정도원이 책임져야"···재판부 판단 촉각

산업 산업일반 삼표 중대재해 처벌 기로

"사업주 정도원이 책임져야"···재판부 판단 촉각

등록 2024.02.27 07:50

차재서

  기자

"회장도 처벌?"···쟁점은 '안전 책임자' 정의 반복된 사고, 증거인멸에 사회적 여론 악화 '중대재해' 기업 유죄···사법부 강경 일변도

정도원 삼표 회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재판이 4월9일 시작된다. 사진=뉴스웨이 DB정도원 삼표 회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재판이 4월9일 시작된다. 사진=뉴스웨이 DB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정도원 삼표 회장의 유·무죄를 가릴 대목은 '안전 의무 책임자'의 정의에 있다. 검찰 측 판단처럼 CEO를 넘어 회장에게까지 그 죄를 물을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정도원 회장이 명실상부 삼표의 소유주이자 현장의 실질적 책임자라는 점이 드러난 것은 삼표 측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계열사 사고 책임, 왜 회장에게 묻나?" vs "정도원이 실질적 책임자"

업계에선 삼표 측이 법정에서 경영총괄 권한을 지닌 CEO에게 사고의 책임이 있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삼표산업의 양주시 채석장을 이끄는 사람은 정도원 회장이 아닌 이종신 대표라고 주장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는 금융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데 기인한다. 수년간의 법정 다툼으로 비화한 이른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분쟁'이다. 몇 년 전 일부 금융회사는 파생결합상품 손실과 맞물려 그룹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데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3심 끝에 결국 승소했다. 지배구조법 내 '내부통제 규정 마련 의무' 위반의 책임을 회장에게 물을 수 없다는 소명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사실 중대재해법에도 비슷한 허점이 있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위험을 방지하고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그 주체를 누구까지로 보느냐에 대해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또 법엔 위험성평가 절차를 마련하고, 그에 따라 평가를 직접 실시하거나 주문함으로써 결과를 보고받았다면 유해·위험요인의 확인·개선점을 점검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법무법인 세종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대재해법은 시행 초기인 만큼 법상 제반 의무와 관련한 판례나 유권해석이 축적되지 않았다"면서 "산업안전보건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나 기관이라 하더라도 중대재해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삼표 측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전략을 짤 것으로 점쳐진다. 정 회장은 삼표산업의 대표가 아니며, 위험성 평가와 관련해서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보고 받았다고 선을 그을 것이란 얘기다.

물론 검찰은 30년간 채석 산업에 종사한 정 회장이 전문가로서 사고 현장을 지휘했을 뿐 아니라, 작업이 계속되면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것 역시 인지했다고 봤다. 그리고 이종신 대표는 정 회장을 보좌하는 인물일뿐 실질적 책임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법원이 정 회장과 검찰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사망사고에 삼표 안전 체계 도마 위···증거인멸 정황도

다만 변수는 정 회장과 삼표를 둘러싼 사회적 여론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근로자 3명이 사망한 무거운 사고인 데다, 이를 계기로 회사의 부실한 안전관리 시스템이 여실히 드러난 탓이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삼표에선 이 사건 이전에도 여러 건의 사망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5월13일 컨베이어 청소작업 중 근로자가 기기에 끼어 사망했고, 같은 해 7월31일에도 컨베이어 벨트가 보수 작업 중 갑자기 작동하면서 직원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2021년 3월25일에는 직원이 굴착기에 깔려 사망했다.

그만큼 회사가 구성원의 안전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삼표산업의 양주시 채석장 토사 붕괴 사고 수사 과정에서도 무리한 작업으로 지반이 약해진 게 참사로 이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사고 발생 후 삼표 측 대응도 매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중대재해법의 위헌법률심판을 고려하고 있다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을 뿐 아니라, 검찰 수사를 앞두고 이를 은폐하고자 증거를 인멸하려던 정황까지 포착되며 빈축을 샀다.

게다가 정 회장은 사법리스크에 직면한 와중에도 여전히 그룹 내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삼표시멘트는 다음달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안건을 공개했는데 여기엔 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포함됐다.

이에 사회 전반에선 '중대재해법 1호'의 상징성을 고려해 정 회장과 삼표에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싣고 있다.

11개 기업 1심서 줄패소···法, 중대재해 '무관용' 원칙

앞선 중대재해법 재판에서 기업이 줄줄이 패소하는 것도 삼표 측 입장에선 악재로 지목된다.

실제 1심 선고가 끝난 11건의 중대재해 사건을 보면 법원은 모든 기업에 유죄(실형·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한국제강의 경우 대표 A씨가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상태다. 그는 2022년 3월 한국제강 함안공장에서 설비보수를 하던 협력업체 소속 60대 근로자가 무게 1.2톤의 방열판에 깔려 사망한 사고로 기소된 바 있다. 당시 현장엔 관리감독자조차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권도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중대재해와 관련해선 엄정히 처리하려는 눈치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해달라는 산업계의 요구를 놓고 여야갸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데, 성사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삼표 재판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만일 유죄가 확정된다면 정 회장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에 따라 처벌 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만큼 가벼이 볼 수 없는 사안"이라며 "다툼의 여지는 있지만, 중대재해 1호 사건이라는 무게감을 고려했을 때 법원도 막판까지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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