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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정의선 회장의 특명 완수한 아이오닉5N, '녹색 지옥' 2바퀴 연속 주파

산업 자동차 와! 테크

정의선 회장의 특명 완수한 아이오닉5N, '녹색 지옥' 2바퀴 연속 주파

등록 2023.09.14 16:44

박경보

  기자

정 회장 "전기차로 뉘르부르크링 서킷 완주하라"배터리·냉각·회생제동 혁신기술 적용해 한계 극복 "전기차 맞아?"···진짜 같은 변속감과 팝콘 배기음

박준우(오른쪽 다섯번째) 현대차 N브랜드매니지먼트실장 상무가 14일 서울 레이어11에서 열린 아이오닉 5 N 테크데이 행사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박준우(오른쪽 다섯번째) 현대차 N브랜드매니지먼트실장 상무가 14일 서울 레이어11에서 열린 아이오닉 5 N 테크데이 행사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2021년 5월, 우리는 경영진으로부터 아이오닉5 N이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1랩 이상 달릴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2.2톤에 달하는 무거운 전기차가 악명 높은 서킷을 완주한다는 건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죠. 오늘은 지난 3년간 저와 아이오닉5 N이 겪었던 놀라운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손정기 현대차 고성능차설계팀 책임연구원은 14일 오전 서울 레이어11에서 열린 '아이오닉5 N 테크데이'에서 아이오닉5 N의 개발일화를 소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현대차의 연구원들은 차례대로 단상에 올라 배터리, 브레이크, 냉각성능, 사운드 등 아이오닉5 N에 적용된 혁신기술들을 발표했다.

아이오닉5 N은 정 회장의 도전정신이 담긴 현대차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다. 故 정주영 창업주가 첫 독자모델 '포니'를 통해 현대차를 성장시켰듯, 아이오닉5 N을 앞세워 전동화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게 정 회장의 포부다. 고성능과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정 회장의 노력이 아이오닉5 N 개발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정 회장은 지난 2018년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현장에서 "마차를 끄는 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전쟁에서 싸우거나 잘 달리는 경주마도 필요하다"며 "고성능차에서 획득한 기술을 일반차에 접목할 때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현대차에 꼭 필요한 영역"이라며 고성능차 개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2015년 현대차는 모든 고객들이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겠다며 고성능 브랜드 'N'을 출범했다. 아이오닉5 N은 ▲코너링 악동(곡선로 주행능력) ▲일상의 스포츠카 ▲레이스 트랙 주행능력 등 내연기관 'N'의 3대 DNA를 그대로 계승한 것이 특징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40% 가량 무거워 트랙주행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체가 무겁다보니 코너링에서 불리하고 유압식 브레이크도 빨리 지치기 때문이다. 특히 고속주행 시 배터리가 과열될 경우 출력이 제한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배기음이 없는 전기차는 '운전의 재미'도 내연기관차 대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전기 고성능차에 대한 갈망과 열정을 바탕으로 한계를 완벽히 극복해냈다. 이날 연구진들은 전기차인 아이오닉5 N이 20km가 넘는 혹독한 조건의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두 바퀴나 돌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뉘르부르크링은 큰 고저 차와 급커브 등이 포진한 악명 높은 코스다. 20.8㎞ 길이의 서킷을 최고 속도로 한 바퀴 주파하면 일반 도로 2000㎞를 달리는 만큼의 부하가 차에 가해져 '녹색 지옥(Green Hell)'이란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혹독하다.

14일 서울 레이어11에서 열린 아이오닉 5 N 테크데이 행사에서 아이오닉5 N이 전시돼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14일 서울 레이어11에서 열린 아이오닉 5 N 테크데이 행사에서 아이오닉5 N이 전시돼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배터리 온도 관리해 출력제한 최소화···회생제동으로 브레이크 보호
현대차는 전기차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오닉5 N만의 특별한 기능을 개발했다. N 배터리 프리컨디셔닝과 N 레이스, N 브레이크 리젠이 대표적이다. 배터리를 미리 최적의 온도로 컨디셔닝하고 출력 제한을 최소화해 내연기관차와 동일한 트랙주행 성능을 확보했다는 게 연구진들의 설명이다. 특히 강력한 회생 제동을 통해 브레이크와 배터리를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았다.

김용재 현대차 고성능차시험팀 책임연구원은 "배터리는 저온에서 출력이 떨어지고 고온에서는 강제로 출력을 제한해야 한다"며 "아이오닉5 N은 프리컨디셔닝 기능을 통해 배터리의 온도를 최적화하고 N 레이스 기능으로 모터와 배터리의 냉각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이오닉5 N은 현대차 최초로 4세대 배터리셀이 적용돼 에너지 밀도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 4세대 배터리셀의 에너지밀도는 670Wh/L급으로, 3세대 대비 8.4%나 향상됐다. 고용량 신규 소재 적용과 배터리셀 설계 및 공정 최적화로 급속충전 성능(18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에너지 밀도를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대해 박상진 현대차 배터리설계팀 파트장은 "아이오닉5 N은 5분 충전으로 100km 주행이 가능하며, 에너지밀도를 향상시키면서 급속충전 성능을 유지한 건 매우 놀라운 성과"라며 "10년/20만km의 보증기간은 배터리셀의 내구성능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라고 부연했다.

이어 "배터리 제조사인 SK온과 협력을 통해 배터리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도 안전성과 내구성을 모두 확보했다"며 "최근 출시한 5세대 싼타페의 하이브리드 모델에도 직접 설계한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차세대 배터리셀이 적용된 아이오닉5 N은 기존 양산모델 대비 배터리 냉각성능과 안전성도 크게 강화됐다. 배터리시스템의 구조를 단순화하고 방열 소재의 성능을 개선했고, 혹시 모를 배터리 화재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도 적용됐다. 벤팅 밸브와 내화시트를 배터리시스템에 적용해 화재의 확산을 최대한 지연시키도록 했다는 게 현대차 연구진들의 설명이다.

아이오닉5 N에 적용된 'N 브레이크 리젠'도 현대차 연구진들이 자랑하는 기술이다. 제동에너지는 차량의 중량과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커지기 때문에 기존 기계식 브레이크는 고속으로 주행하는 전기차를 견뎌내기 어렵다.

하지만 현대차는 제동력을 보조했던 회생제동 기술을 핵심 제동력으로 바꿔 브레이크 열용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아이오닉5 N에 적용된 N 브레이크 리젠은 전후륜 모터를 최대로 사용해 약 320kW의 에너지를 회수 할 수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트랙 주행 중 N 브레이크 리젠을 통한 회생제동 비율은 기존 대비 3배 넘게 증가했다.

이에 대해 손정기 책임연구원은 "뉘르부르크링 주행은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면서도 "아이오닉5 N의 브레이크는 1랩을 마치고 '한 바퀴 더?'라며 내게 말을 걸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준우 현대차 N브랜드매니지먼트실장 상무가 14일 서울 레이어11에서 열린 아이오닉 5 N 테크데이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박준우 현대차 N브랜드매니지먼트실장 상무가 14일 서울 레이어11에서 열린 아이오닉 5 N 테크데이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전기차에 엔진 RPM 바늘이···섬세하게 완성한 '운전의 재미' 아이오닉5 N은 'N' 브랜드의 본질적인 가치인 운전의 재미를 위한 특화 기술들도 대거 적용됐다. 현대차는 전기차지만 고성능 내연기관차 특유의 주행감성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N e-쉬프트' 기술을 개발했다.

장영일 현대차 고성능차시험팀 책임은 "운전을 즐기는 사람들은 차와 교감하며 달리는 재미를 느낀다고 생각한다"며 "아이오닉5 N을 운전할 때 진짜 엔진과 변속기가 장착돼 있다는 기계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개발 역량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N e-쉬프트 기능은 변속시 일어나는 차량의 움직임을 모터 제어를 통해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게 핵심이다. 악셀 페달을 떼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엔진브레이크감도 기어단별, 엔진RPM별로 차별화해 현실감을 극대화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N에서 내연기관차의 엔진 사운드를 재현하기 위해 '쉬프트 사운드 컨트롤' 기능도 개발했다. 아이오닉5 N은 변속 시 엔진소리가 살짝 끊어지거나 레브 매칭으로 인해 엔진 RPM이 상승하는 사운드까지 낼 수 있다. 특히 '팝콘 튀기는 소리'로 알려진 팝 & 뱅 사운드까지 적용돼 내연기관차와 동일한 주행감성을 완성했다.

이에 대해 장 책임은 "모터 제어와 소리에 그치지 않고 운전자와 교감하는 부분 중 하나인 계기판 스크린에도 N e-쉬프트에 특화된 UI를 적용했다"며 "차량이 정지해 있을 때에도 계기판의 RPM 바늘이 떠는 모습까지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준우 N브랜드매니지먼트실 상무는 "현재 인제스피디움에 11월 말 완공을 목표로 급속 충전시설을 짓고 있다"며 "열정으로 N을 만들고 모든 한계를 극복한 현대차는 전기차 시대에서도 N의 3대 축을 적용한 가치와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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