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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탐욕의 가치사슬'에서 벗어나라

전문가 칼럼 류영재 류영재의 ESG 전망대

'탐욕의 가치사슬'에서 벗어나라

등록 2023.08.22 16:24

'탐욕의 가치사슬'에서 벗어나라 기사의 사진

시장 예측가들의 혹세무민

시장과 주가는 예측의 영역이 아니다. 오죽하면 "이코노미스트란 어제의 예측이 오늘 실현되지 않은 이유를 내일 설명하는 데 있어 전문가이다."라는 말이 나왔을까. 여기 '이코노미스트'에 '자본시장 전략가' 혹은 '애널리스트'를 넣어도 위의 말은 성립한다. 그런데 투자 전문가들은 시장의 미래를 남보다 조금 더 일찍, 더 멀리 내다 볼 수 있는 것처럼 행세한다. 그들은 확신에 찬 어조로, 각종 수치, 그래프와 정보들을 제시하며 논리적으로 설명하니, 듣는 그 순간 고개가 끄떡여진다.

​최근 동학개미 등장 이후, 각종 증권, 투자, 경제 관련 유투브들이 인기를 끌다보니, '시장은 예측해 투자할 수 있는 것'이란 미망들이 자본시장에 유령처럼 떠다닌다.

​왜 이런 현상들이 더욱 심화될까. 미시적으론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와 탐욕, 그리고 투자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다. 즉 투자자들은 항상 불확실한 미래, 주가 등락에 따른 극심한 불안심리, 자금압박, 그로 인한 정신적 공황 상태에 준하는 고통을 겪는다. 따라서 사이비 교주들이 삶의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혹세무민해 돈을 끌어 모으고 세(勢)를 불리고 더 나아가 하나의 왕국을 만들어 나가는 것과 흡사하다.

사이비 교주들은 교회에나 종교의 영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 경제 분야에도 존재한다. 앞서 언급했듯 투자자 중에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분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들의 약한 고리를 겨냥해 달변과 카리스마에 더해 좋은 스펙까지 갖춘 자들이 시장과 주가에 대해 예측 설명하며 유혹한다. 듣지 않을 수 없고, 끌리지 않을 수 없다.

​이코노미스들의 예측은 맞았는가?

IMF(국제통화기금)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이코노미스트들이 모여 있다. 과거 이들의 예측은 과연 정확했을까. 지난 1991년부터 2018년까지 27년 동안 IMF는 매년 10월 이듬해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경제 현황을 예측하는 분석자료들을 냈다. 27년간 IMF는 매년 평균 5개국가량이 경기 후퇴를 경험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실제로는 평균 26개국이 경기후퇴를 경험했다. 특히 2009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7개 국가가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측했고, 전 세계가 3%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로 그해 세계 GDP는 0.1% 감소했고 91개 국가가 경기 침체에 빠졌다.

또한 그들은 94년부터 2018년까지 24년간 영국의 분기별 GDP를 예측했으나, 거의 모든 최종 수치가 예측치와 달랐다. 어떤 경우는 분기 예측임에도 불구하고 1% 포인트 가량 차이가 나기도 했다. 이것이 세계 최고 수준의 거시경제 전문가들의 민낯이며 불편한 진실이다. 그 밖에 세계은행이나 OECD의 경제 전망 예측도 IMF와 대동소이하다.

국내로 와 보자. 2021년 말 국내 11개 대형 증권사가 전망했던 2022년 코스피 지수 밴드의 중윗값은 3200포인트였다. 하지만 2022년 코스피는 3000포인트와 2100포인트 밴드에서 움직였고 그 중윗값은 2550포인트였으며 그해 종가는 2230포인트였다. 국내를 대표하는 증권사들의 예측보다 실제 지수는 650포인트 이상이나 낮았다. 20% 이상이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2022년 말에는 대다수 증권사가 2023년 시장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전망했으나, 현재까지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아울러 필자의 36년 자본시장 경험에 비춰 볼 때도 시장을 맞추는 전문가는 없었다. 요행이 한두 번 맞춰 유명세를 타고 각종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수많은 전문가는 다들 조용히 사라졌다.

그럼에도 왜 그들은 예측을 하는가

이처럼 혹세무민하는 전문가들이 자본시장에 명멸(明滅)하는 또 다른 구조적 이유와 배경은 무엇일까. 바로 자본시장에 근본적으로 내재하는 '탐욕의 가치사슬' 때문이다.

​주지하듯 자본시장 내의 다양한 플레이어들은 남의 돈을 갖고 먹고산다. 흔히들 연기금을 어셋 오너(asset owner)라고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들은 '자산의 소유자'가 아니라, 연금 가입자(beneficiary)들의 돈을 대신 운용하는 수탁자(fiduciary)에 불과하다. 즉 남의 돈을 대신 운용하는, 이른바 '청지기(steward)'인 것이다. 모름지기 청지기의 본분은 주인의 뜻과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것인데, 현대 자본시장이 갈수록 복잡화, 다기화되면서, 이 '청지기 정신(스튜어드십)'이 약화되고 있다. 그 대신 남의 돈을 대신 운용하는 수탁자들의 목소리와 이해관계가 더욱 한복판에 자리 잡았다.

​부연하자면, 금융산업이 발전하고 고도화하면서 자본의 주인(공급자)과 자본의 사용자(수요자인 기업 등)들 사이의 가치사슬이 더욱 복잡해지고 더욱 길어졌으며, 그 사슬 내에 다양한 중간기관(intermediaries)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우리가 다 아는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신용평가사, 보험사, 캐피털 등 모두는 '타인의 돈'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중간기관들이다. 최근 들어서는 증권 및 경제 관련 각종 유투브채널들도 이 부류에 속한다.

​하지만 이들은 돈 주인들의 이익 못지않게 자신들의 수익 극대화에도 골몰한다. 이른바 수수료, 자문료, 월 사용료 등은 이들의 이기성을 충족시키는 수단이자 원천이다. 따라서 이들은 끊임없이 시장 현황을 중계방송하고, 예측하고, 때로는 경제적 사건들을 자극적으로 증폭하기도 한다. 그 결과 시장 참여자들은 시장과 주가 움직임에 포획되고, 때로는 탐욕으로 때로는 공포로 주식을 이유 없이 사고판다. 또한 이들은 고객을 부추겨 최선의 선택이 아닌 선택 혹은 '역선택'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른바 '도덕적 해이'인 것이다. 금융의 역사를 살펴보면 수많은 관련 사례들이 존재한다.

애덤 스미스와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경고

일찍이 애덤 스미스도 국부론에서 아래와 같은 글을 적었다. 이른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을 우려했던 혜안이 아닐 수 없다.

​"회사나 투자의 책임자들은 타인의 돈을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조합 파트너가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염려하고 경계하는 것처럼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그들에게 거의 기대할 수 없고, (중략) 그런 회사의 관리에는 거의 항상 태만과 낭비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미국 대통령 캠페인 연설 중 프랭크린 루즈벨트는 시카고의 한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근래 제가 대형 금융 거래를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제가 말하려는 것은 일부 사람들이 '타인의 돈'으로 투기를 저지르는 등의 행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시카고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제가 가리키는 그들이 누구인지 아실 것입니다."

투자란 예측하지 않는 행위

시장이나 주가를 분기, 반기, 혹은 1년 단위로 예측해 투자하는 것은 투자가 아닌 투기, 즉 갬블링하는 것이다. 그러한 방식으로 요행히 한두 해 시장 사이클을 잘 타 큰돈을 챙길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기간이 문제지 그렇게 번 돈은 자산으로 축적되기 힘들다. 대부분의 경우 다시 시장에 반납하게 된다. 또한 쉬운 돈(easy money)을 버는 순간 그 이후 삶은 더욱 복잡해지고 더 불행해진다.

​투자는 기본적으로 예측하지 않는 것이다. 마켓 타이밍도 예상하지 않는 것이다. 진정한 투자란 개인마다의 은퇴시기에 맞춰, 은퇴 이후 필요 자금을 거북이 마라톤 레이스처럼 느리지만 끈기 있게 차근차근 모아 나가는 것이다. 섹터별 글로벌 일등 주식들을 분산해서 매달 적립 투자하거나, 그럴 여건이 못 되면 장기펀드에 맡겨 간접투자를 하면 된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시장이나 유투브 채널 기웃거리지 말고, 자기 일에 전념하고 일상의 삶에 충실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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