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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숭어 뛰니 망둥이도 뛴다?" 난데없이 이차전지 경쟁 뛰어든 기업들···왜?

증권 종목 디스클로징 게임

"숭어 뛰니 망둥이도 뛴다?" 난데없이 이차전지 경쟁 뛰어든 기업들···왜?

등록 2023.05.24 06:00

수정 2023.06.07 08:13

정백현

  기자

배터리 신드롬 타고 줄줄이 이차전지 사업 참전실적·재무상태 나쁜데 신사업 기대에 주가 급등증권가 "회사 체질 꼼꼼히 따지고 종목 골라야"

편집자주
※ 디스클로저 게임?


디스클로저는 '공시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disclosure'의 한글 발음 표기다. 원래는 '폭로하다, 공개하다'라는 뜻을 지닌 영어 단어인데 기업의 현황을 대외적으로 드러낸다는 뜻이 있어 공시하다로도 쓰이고 있다. 영어 철자는 다르지만 발음이 거의 같은 discloser라는 단어도 있는데 이 단어는 '폭로자, 발표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뉴스웨이>는 의미가 비슷한 두 영어 단어의 한글 표기를 본 시리즈 기사의 타이틀로 작명했다.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잘 모를 수 있는 전자공시 보고서의 이면을 짚어보고 베일 속에 가려진 깊이 있는 정보를 드러내서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투자의 길을 제시하자는 취지를 본 타이틀에 담았다.


참고로 게임이라는 표현이 더 붙은 것은 다양한 스테이지를 넘어서야 비로소 '끝판왕'을 깰 수 있는 게임처럼 공시 보고서 안의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내면서 알짜 정보를 가려내는 게임의 참맛을 투자에도 적용하자는 뜻을 내포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증시에서 단연 최고의 주목 업종을 꼽으라면 이차전지 관련 업종이 꼽힌다. 이차전지가 주로 들어가는 전기자동차는 물론 각종 가전제품에도 이차전지의 사용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차전지에 대한 가치가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증시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전지 완제품을 생산하는 셀 관련 업체는 물론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 전지의 원자재가 되는 리튬 관련 업체와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까지 전부 주가가 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차전지 관련 종목의 주가가 지나치게 빠른 시기에 폭등하면서 거품이 강하다고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세계적인 사용 수요가 늘고 있고 수요 증가에 따른 수주 증가의 여파로 관련 사업의 성장 지속을 예견하고 있다.

이차전지와 연관이 깊은 회사의 주가가 폭등하고 이들 회사에 대한 시장의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시장 한편에서 두드러지는 부분도 있다. 그동안 이차전지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던 기업임에도 업종의 활황을 등에 업고 뜬금없이 이차전지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 말 집계한 바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국내증시에서 이차전지를 비롯해 AI·로봇 관련 사업을 회사 정관상 사업목적에 새롭게 편입한 상장사는 코스피 44개, 코스닥은 91개 등 총 105개 사로 나타났다.

특히 이차전지 사업을 사업목적에 새로 편입한 코스닥 상장사는 91곳 중 절반이 넘는 54곳이었다. 이들 상장사는 이차전지 사업의 발전 가능성이 유망한 만큼 새로운 발전의 동력으로 이차전지 사업을 노려보자는 심산으로 사업목적에 이차전지를 넣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54개 사의 현재와 과거 사업의 면면을 보면 이차전지와는 도무지 연관성이 없어 보임에도 당당히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차전지 관련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 곳이 꽤 보인다.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처럼 잘 되는 기존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모습을 따라서 이차전지 사업 참여를 야심차게 외쳤지만 이들 기업이 순항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달려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해당 기업들의 최근 경영 실적과 주가 추이, 현금 흐름 등이 그다지 좋지 않음에도 왜 무리하게 이차전지 사업에 뛰어들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결국 단순하게 관련 업황의 호조 흐름만 보고 회사의 체질 분석 없이 투자에 나섰다가는 괜한 낭패를 볼 수 있기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우리도 이차전지 만들 것" 한마디에···주가 저점比 최대 10배 폭등

"숭어 뛰니 망둥이도 뛴다?" 난데없이 이차전지 경쟁 뛰어든 기업들···왜? 기사의 사진

뉴스웨이는 이차전지를 사업 목적에 새로 편입한 54개 상장사 중 최근 주가 급등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자이글, 이화전기, 중앙디앤엠, 테라사이언스 등 4개사의 최근 6개월간 주가 흐름과 최근 5년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보고서를 모두 분석했다.

네 회사 모두 원래 영위했던 본업은 이차전지와 거리가 멀다. 자이글은 주방 가전인 적외선 전기 가열조리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출발했고 중앙디앤엠은 염화비닐수지(PVC) 제품과 건축자재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테라사이언스는 유압식 관이음쇠를 만드는 회사다.

그나마 회사 이름에 '전기'가 붙은 이화전기는 배터리와 그나마 연관이 있어 보이는 전기기기 생산과 판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차전지와 실질적 연관성은 떨어진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무정전 전원공급장치와 변압기 등이다.

네 회사의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공교롭게도 지난 3월 말부터 4월 중순 사이 주가가 일제히 폭등했다. 자이글의 주가는 2개월 전인 지난 3월 초 4000원대 초반에 그쳤으나 3월 중순부터 무서운 속도로 치솟더니 4월 초에는 3만원대의 천장을 뚫었다.

이화전기 역시 3월 말까지 500원대 안팎을 횡보하던 주가가 불과 3주 정도 지난 4월 중순 이후 2000원대에 육박할 정도로 폭등했다. 중앙디앤엠도 지난해 11월 하순 600원대를 밑돌던 주가가 4월 중순에는 5800원대까지 치솟았다. 테라사이언스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최근 6개월간 종가 기준 저점 대비 주가 상승률을 보면 중앙디앤엠이 908.62%로 가장 높고 자이글이 653.01%로 뒤를 이었다. 이화전기 역시 348.31%의 저점 대비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테라사이언스는 184.83%나 주가가 뛰었다.

6개월 전 종가 대비 상승률로 따져도 이들 회사의 주가 상승률은 매우 가파르다. 중앙디앤엠은 지난해 11월 18일보다 최근 종가(5월 22일)가 615.49% 뛰었고 자이글은 같은 기간에 350.40% 폭등했다. 테라사이언스는 133.43% 뛰어올랐고 이화전기는 19.87% 상승했다.

이 종목들의 주가가 연달아 오른 시점은 각 회사들이 이차전지 사업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하고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대내외로 밝히던 시점이다. 물론 이차전지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종목들의 주가도 함께 뛰던 시기였기에 연쇄 상승 효과를 함께 봤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이들 기업이 이차전지 사업을 정확히 어떤 형식으로 키우겠다는 밑그림이 나오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생산 시설이나 원료 수급 등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공시된 부분이 아직 없다.

이차전지와 거리 먼 회사, 갑자기 이차전지 경쟁 참전?

"숭어 뛰니 망둥이도 뛴다?" 난데없이 이차전지 경쟁 뛰어든 기업들···왜? 기사의 사진

주가의 흐름은 여러 이슈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사업 목적 변경도 돌발적 판단보다는 경영진의 면밀한 논의와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 기업도 경영진이 여러 면의 숙고 끝에 이차전지 사업에 뛰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거부터 이어왔던 본업이나 최근까지 이어온 회사 정관 속 사업 목적 일람을 본다면 최근의 이차전지 사업 진출은 뜬금없다는 느낌을 준다.

보통 회사 정관의 제2조는 사업 목적을 표기하는데 이 목록에서 1번 순번을 차지하는 사업은 이 회사의 본업인 경우가 많다. 자이글의 사업 목적 1번은 전기·전자제품 및 부품의 제조 및 판매업이고 이화전기는 전기기계 및 기구의 제작·판매업을 사업 목적 1번에 올렸다.

중앙디앤엠은 광통신장비 개발·제조·판매업을 사업 목적 목록의 제일 윗줄에 표기했고 테라사이언스는 철제·스텐제·동제 호스연결용 이음쇠 제조 및 판매업을 첫 번째 사업 목적으로 언급했다. 네 회사 모두 이차전지와는 거리가 먼 사업을 해왔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본업과 연관성이 다소 떨어져 보이는 사업 목적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이글은 지난 2022년 갑작스럽게 부동산 개발업과 부동산 매매업을 추가하는가 하면 올해는 의료용 기기 관련 사업에도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과거 사업 목적 추가 역사를 되짚어 보면 금융·보험 관련 서비스업, 화장품 제조와 도소매업도 지난 2016년과 2019년 추가된 바 있다.

이화전기도 흐름은 비슷하다. 이차전지 사업 외에도 '드론'이라 통칭되는 무인 비행 장치 부품은 물론 산업용·공공서비스용 로봇 등에 대한 사업이 추가되기도 했다. 대부분 2020년대 들어서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사업들이다.

중앙디앤엠은 회사 주인이 수차례 바뀌는 역사 속에서 이런저런 사업 목적이 추가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원래 이 기업의 역사는 위자드소프트라는 이름의 게임회사에서 출발했다. 그 후 몇 차례나 주인이 바뀌면서 바이오 사업, 건축자재 제조업 등이 사업 목적에 추가됐다.

현금 곳간은 갈수록 줄어드는데···실적은 뒷걸음질

"숭어 뛰니 망둥이도 뛴다?" 난데없이 이차전지 경쟁 뛰어든 기업들···왜? 기사의 사진

그렇다면 이들 회사는 그동안 얼마나 돈을 벌었고 현금이 어떻게 오가고 있는 걸까? 분석 대상이 된 네 회사 모두 최근 5년간 영업이익을 본 해보다는 영업손실을 본 해가 더 많다.

자이글은 2020년, 이화전기는 2019년, 테라사이언스는 2018년을 제외하고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중앙디앤엠은 분석 대상이 된 5년 내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을 면했던 3개 회사의 3개년간 영업이익 규모도 15억원 미만으로 적었다.

지난해 중앙디앤엠은 54억2400만원의 영업손실을 입었고 이화전기는 28억76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자이글과 테라사이언스 역시 26억5400만원과 9억1900만원의 손실을 봤다고 나와 있다.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현금 흐름이다. 금융권을 통해서 대출을 일으키거나 직접 조달 활동을 통해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요즘처럼 금리가 높은 시대에는 이마저도 어느 정도 금전적 체력이 되지 않는 한 힘들다. 어느 정도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신규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들 네 회사는 현금 창출 흐름에서도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네 회사 모두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회사 재무제표에서 이 회사의 현금 창출력이 얼마나 되는가를 볼 수 있는 지표인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네 회사 모두 손실을 기록했다. 회사 곳간 어딘가에 구멍이 나서 현금이 계속 새고 있다는 얘기다.

현금성 자산 적립 현황 역시 취약했다. 이화전기는 지난해 한해에만 331억5430만원의 현금이 새어나갔다. 지난 2021년 말 기준 이 회사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 합계는 507억9849만원이었으나 지난해 말 기준 현금과 현금성 자산 합계는 176억4419만원에 그쳤다.

자이글도 2021년에는 1년 새 현금 곳간이 19억6478만원 늘면서 그 해 말 기준 72억5277만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지만 1년 사이 상황이 크게 바뀌면서 37억593만원이나 자산이 증발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 총계는 35억4684만원이다.

중앙디앤엠은 2년 연속 현금 순유출 현상을 겪었다. 지난 2021년 초 기준 370억8170만원이던 현금성 자산 합계가 그 해 말에는 133억2795만원으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1년 새 111억3440만원 줄어들며 21억9417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의도적 주가 띄우기 목적일까? 미래 산업 시류 동참일까?
위의 지표를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자이글, 이화전기, 중앙디앤엠, 테라사이언스의 이차전지 사업 진출은 위기 국면 전환을 위한 승부수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기존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이익 규모가 탄탄하고 사업을 통해 남기는 현금의 양도 풍부해야 하지만 이들 기업은 어느 부분도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최근 증시의 핫 아이템인 이차전지 사업을 카드로 꺼낸 것은 다른 목적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들 네 종목을 '작전주'로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가 얼마나 어떻게 거래에 나섰는지 확인할 길이 없기에 심증만 있을 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에서 인기가 뜨거운 업종이 등장할 시기일수록 회사의 면면을 꼼꼼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단순히 유망 사업에 뛰어든 회사나 사업의 유망 가능성 대비 주가가 낮게 형성된 회사라고 해서 투자에 진입하는 것은 폭탄을 안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면서 "회사의 체질을 꼼꼼히 분석하고 투자 종목을 고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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