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19일 양사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한 공정거래위원회는 판결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23년 만의 민영화를 코앞에 둔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정작 한국 정부가 발목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공정위 역시 여론을 의식했을까요? 지난 3일 EU가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손을 들어줬다는 보도가 쏟아지자 예정에 없던 기자 브리핑을 열어 합병 쟁점으로 '방산 수직결합'을 꼽으면서 "한화와 자진 시정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은 오히려 논란에 불을 붙였습니다. 한화 측이 "현재까지 공정위로부터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받은 바 없다"며 공정위 발표를 부인한 겁니다.
매각 당사자인 산업은행 역시 "외국 경쟁당국 승인이 모두 완료된 상황에서 관련 업계 일방의 주장을 바탕으로 국내 공정위 심사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매우 아쉽고 우려된다"며 지원사격 하고 나선 거죠.
공정위도 할 말은 있습니다. 군함 무기 설비·제작을 하는 한화가 군함을 건조하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시장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건데요. 한화가 군함 입찰 시 가격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사에 무기·통신장비 등을 더 비싸게 팔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공정위의 주장을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랩니다. 대우조선해양의 매출에서 10% 비중에 불과한 방산을 두고 심사 지연이 이뤄진 데다가 군함용 무기·설비 시장에서 한화의 비중도 0.9~7%에 불과해 독과점 우려가 거의 없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세금만 잡아먹는 '부실 공룡'이라는 꼬리표만 달린 채 대표적인 구조조정 실패 사례로 남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기업은 사실상 한화가 유일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공정위가 방산 부문의 수직결합 관련 문제를 제기한 상황에서 방산 부문의 분리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니 이번 결합 무산 시 현실적으로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는 다른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고 봐야겠죠.
특히 이번 공정위 심사지연의 문제점은 방산시장에 대한 '낮은 이해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엇박자'를 내면서 중간에 낀 한화나 대우조선해양의 속앓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내 방산업계는 'K-방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역대급 호황기를 맞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서 "방산 분야를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힐 정도입니다.
이처럼 K-방산은 수출효자상품으로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여전히 내수 위주의 국가 산업이라는 편협된 시각을 고수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국내 방산시장은 수요자가 정부로 한정돼 있는 데다 제품 가격도 방위사업법이 정한 방산원가 제도에 따라 정해지는데요. 공정위의 막연한 '독점' 우려와 달리 애초에 소수의 주요 방산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국내 방산시장은 '저비용 고효율' 최저 낙찰가 경쟁 속에서 결국은 '제살 깎아먹기' 내부 출혈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렇다 보니 국내 방산업체들은 내수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수출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데요. 이미 한국보다 한발 먼저 세계 시장에 나서 시장을 선점한 글로벌 경쟁사들과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방산업체 간에 대형화·통합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산은 규모·범위의 경제가 중요한 산업인 만큼 회사의 몸집을 키우는 것이 곧 경쟁력이 된다"며 "대형 매머드급 글로벌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도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성장한 만큼 국내에서도 초대형 방산업체의 출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K-방산은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들어 올 때 노 저어야 하는' 적시적인 대응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공정위가 실체 없는 독과점 이슈에 매몰된 탓에 돌다리가 무너질 때까지 두드리다 결국 금이 가지 않도록 빠른 결정을 기대합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ddang@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