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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K배터리 美 IRA 다음 과제는?···배터리 광물확보 전쟁

산업 에너지·화학 NW리포트

K배터리 美 IRA 다음 과제는?···배터리 광물확보 전쟁

등록 2023.04.04 07:30

김현호

  기자

광물 수입국 어디든 가공조건 충족 땐 보조금 혜택 脫중국 고민···리튬·코발트·흑연 등 中 비중 압도적양극재 핵심 리튬···남미 3국 부존량 전세계 절반

K배터리 美 IRA 다음 과제는?···배터리 광물확보 전쟁 기사의 사진

배터리 핵심광물과 핵심부품 조건을 충족할 경우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는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부지침이 공개됐다. 크게 광물 조달과 양극 활물질 공정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국내 기업에 수혜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 기업이 느끼는 '중국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어 IRA 혜택을 위해선 탈(脫) 중국이 시급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핵심광물 조건 未 FTA 가능···양극 활물질 투자 부담 ↓
4일 업계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IRA 관련 전기차 보조금 세부지침 규정안을 발표했고 이달 18일부터 관련 규정을 시행하도록 했다. 이번 규정으로 정부와 기업이 가장 우려했던 핵심광물 수입은 부담을 덜어냈다는 평가다.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광물을 중국에서 들여오더라도 '가공 조건'을 충족하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미국은 핵심광물의 경우 중국을 포함해 어디서 수입하든 미국이나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하면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중국에서 광물을 100% 조달해도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광물을 가공시킬 경우 부가가치 기준(50%)을 충족하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배터리 성능을 결정짓는 양극 활물질 등 구성소재는 배터리 '부품'이 아닌 구성 '재료'로 구분됐다. 활물질을 '부품'으로 규정하면 미국에서 제조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재료'로 구분되면서 소재 기업들의 제조 공정이 유지되게 된 것이다. 한국 업체의 경우 니켈, 코발트 등 양극 활물질을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하고 이를 미국에서 양극판, 음극판 등의 부품으로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OEM(주문자표생산)은 양극재 조달 시 FTA 체결국인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양극활 물질을 조달해도 전기차 보조금 수령에 문제가 없다"며 "한국 양극재 기업들 입장에서는 원가 절감 및 중국과의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구도"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미 정부는 미국 전기차 시장 육성을 위해 글로벌 양극재 탑티어인 한국 양극재 기업들과의 효율적인 협업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리튬 장악한 中, K배터리 '脫중국' 고민
이번 세부지침으로 국내 기업은 한숨을 돌렸으나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건 여전한 과제다. 우리나라는 광물 수요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미국이 '해외우려기업(FEOC)'으로 지정한 곳에서 핵심광물이나 배터리 부품을 사용하는 경우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다.

미국은 세부지침을 발표하면서 FEOC를 향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IRA 도입의 주요 목적이 '중국 배제'인 만큼 업계에선 최소한 중국만큼은 배터리 공급망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중국에서 들여올 수 없게 된다.

당초 올해는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곳에서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조달하면 됐다. 하지만 앞으로 주요 원재료 광물 비중은 연간 10%포인트씩 늘어 2027년엔 80% 이상을 미국 또는 호주, 일본, 한국, 멕시코 등 FTA 체결국에서 조달해야 한다.

K배터리 美 IRA 다음 과제는?···배터리 광물확보 전쟁 기사의 사진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배터리 양극재로 쓰이는 수산화리튬은 6억6341만달러가 수입됐는데 이 중 84%는 중국산이었다. 이어 수산화코발트(69%), 황산코발트(97%), 황산망간(97%), 탄산망간(100%)을 비롯해 음극재 원료인 천연흑연(72%), 인조흑연(87%)까지 모두 중국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한국 업체들은 이들 양극활 물질을 적당한 비율로 섞고 이를 리튬과 배합해 주로 NCM(니켈코발트망간)과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로 제조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로선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다. 당장 2년 뒤 IRA 관련 보조금 혜택을 위해선 중국 비중이 '제로'가 돼야 하는데 공급망 다변화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쉽지 않아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리튬, 코발트, 흑연 등 핵심광물 특정국 수입 의존도를 50%대로 완화하기로 했는데 이마저도 시기는 2030년으로 설정한 상태다.

"공급망 다변화 늦으면 안돼"

미국 시장을 잡기 위해선 탈(脫) 중국에 나서야 하는 만큼 배터리 업계의 최대 과제는 광물확보가 될 전망이다. 특히 리튬 공급망 다변화를 서둘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튬은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배터리에 약 30g이 필요하지만 전기차용은 30~60kg이 쓰이고 양극재 원가의 60~70%를 차지한다.

리튬은 크게 스포듀민이라는 광석이나 염호에서 추출하는 방식으로 채굴된다. 염호에서 채굴한 리튬은 중국 기업이 주력으로 쓰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양극재로 주로 활용되나 NCM용인 수산화리튬은 광석에서 채굴된다.

문제는 광석 리튬은 호주 생산 비중이 50%에 달하는데 이 중 70%가 중국에서 제련된다는 점이다. 제련은 광석을 순수한 리튬으로 제조하기 위한 과정인데 세계 각국은 환경적 이유를 들어 제련 과정을 기피하는 경향이 크다. 더군다나 호주는 채굴한 리튬 중 90% 이상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K배터리 美 IRA 다음 과제는?···배터리 광물확보 전쟁 기사의 사진

우리 기업은 일찌감치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어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1월 미국 컴파스 미네랄(Compass Minerals)과 탄산리튬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지금까지 칠레, 호주, 브라질, 호주, 독일, 캐나다 등과 손잡고 리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2018년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의 염호 개발권을 3000억원에 인수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수산화리튬 상용화를 위해 1조500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리튬은 아르헨티나에서 생산하고 이를 국내에 들여와 가공해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 수직계열화를 이루겠다는 계산이다.

앞으로 탈중국을 위해선 남미 3국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주와 칠레, 중국은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90%를 점유하고 있으나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부존량'에 있어서는 볼리비아·아르헨티나·칠레 3국이 57%를 점유하고 있다. 기술적·경제적 개발을 통해 앞으로 글로벌 리튬 생산의 절반 이상을 남미 3국에서 들여올 수 있다는 뜻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2025년이면 배터리에 대한 원자재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에 해외 수입 다변화는 당연히 필요하다"며 "탈중국을 위한 안정된 공급망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튬은 남미 쪽 비중도 높은데 아르헨티나는 아직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라며 "일본은 미국과 FTA를 맺지 않아도 IRA 혜택을 받게 돼 정부가 추후 협상을 통해 아르헨티나도 일본처럼 보조금 혜택을 받도록 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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