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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경쟁 촉진? 제살 깎아먹기"···금융당국, '과점 타파' 행보에 우려↑ 

금융 금융일반

"경쟁 촉진? 제살 깎아먹기"···금융당국, '과점 타파' 행보에 우려↑ 

등록 2023.03.03 17:54

차재서

  기자

은행업 일부 개방 예고에 업계 반응 '싸늘' "리스크 관리 전문성 부족해 부실 가능성↑""그룹 계열사간 실적 나눠갖는 격" 지적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정부가 은행업 일부를 보험·증권·카드사와 나누겠다고 선언하자 금융권 전반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경쟁 체제를 개선하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장이나 기존 제도와 괴리감이 커 그 효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탓이다. 무엇보다 업계에선 정부의 새로운 방침이 금융사 사이에 출혈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오히려 리스크만 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첫 회의를 열어 은행과 비은행의 경쟁을 촉진시킬 방안을 논의했다. 관련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된 데 이은 후속조치다.

세부적으로 당국과 실무작업반은 ▲보험·카드사 종합지급결제 허용(종합지급결제업 도입) ▲증권사 법인대상 지급결제 허용 ▲은행 중기대출·서민금융 취급비중 확대 ▲비은행 정책자금대출·정책모기지 업무 확대 등 안건을 테이블에 올렸다.

보험사나 증권사 등이 은행의 영역에 일부 진입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실질적인 유효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게 이들의 복안이다.

이는 신규 플레이어로는 단시간 내 은행 시장을 개선하기 어려운 만큼 기존 금융사에 기회를 줌으로써 변화를 이끌겠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카카오뱅크에서 인터넷은행·핀테크 CEO와 면담을 가진 뒤 "시장 내 금융사간 경쟁 제한적 요소가 있다면 이를 잘 정리하는 게 먼저"라면서 "판을 흔드는 것은 아니라도 분야별 특성화 은행의 진입을 허용함으로써 경쟁이 촉진될 수 있다는 일부 입장을 경청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대부분 과거에 논의됐다가 무산된 사안이어서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드는 데다, 요즘처럼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 섣불리 변화를 줬다간 소비자 피해나 리스크 확산과 같은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카드사에 종합지급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위해선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데, 지난 몇 년간 논의가 이어졌음에도 아직까지 성사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금융결제원 감독권한을 둘러싼 금융위·한국은행의 갈등과 빅테크의 금융업 진입을 불편해하는 전통 금융회사의 반발이 주된 요인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이해관계자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이 계획은 다시 무산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실무작업반 논의엔 한국은행 측도 참여하고 있어 관련 사안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종합지급결제업에 대해선 예금보험제도가 적용되지 않아 소비자보호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걱정스런 부분으로 지목된다. 당국도 규제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카드사의 금융산업 내 비중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결제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데 고민하고 있다.

비은행 금융사에 정책금융상품을 판매토록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금융소비자에게 정책자금 공급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장점 이면엔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정책자금 대출 심사 경험이 적어서다. 소비자의 신뢰나 영업망이 부족해 실적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실제 2016년부터 저축은행도 보금자리론을 취급하고 있지만 같은 배경으로 인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다른 업권까지 경쟁에 가세한다면 사회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시도로는 업권간 균형을 맞추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란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금융그룹의 경우 일반적으로 은행과 보험, 증권 등 계열사를 함께 거느린 형태를 띠기 때문에 결국 그룹사간 파이를 나누는 데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은행 금융사가 시중은행에 근접하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나 경험을 쌓기까진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면서 "정책금융 상품이라고 해도 단기적으로는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또 "실적을 챙기려는 금융사의 영업 경쟁이 가열된다면 '사모펀드 사태'가 재현될 수밖에 없고, 은행업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만 쌓일 것"이라며 "부실이 발생했을 때 당국이 이를 이해해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금융당국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실무작업반 논의 사항은 참석자가 제시한 내용일 뿐 당국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한편,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 시행 여부를 따져보겠다고 일축했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브리핑에서 "경쟁 촉진을 위해 효과적이면서도 안정성에 문제가 없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현재 논의되는 과제가 모두 채택될 수도, 전부 채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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