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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물가안정 '구원투수' 자처한 유통업계는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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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유통가 부담 가중···실효성 있는 대책 부재
최근 최저가 경쟁 중단···원재료 가격 상승에 여력 소진
실적·재무구조 악화,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등 위기 겹쳐

reporter
유통업계는 올해 최저가 정책을 통해 물가상승에 대응하며 고통 분담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러나 고물가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며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기조도 지속되며 금융비용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자 물가가 급상승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물가 상승과 관련해 억제책을 주문했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해 24일 사상 처음 여섯 차례 연속(4·5·7·8·10·11월)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유통기업들도 '업계 최저가'를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지난 7월 이마트는 40대 생필품을 대상으로 경쟁사보다 싸게 판매하는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홈플러스는 1월 고객 장바구니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로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만들고 매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물가는 계속됐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6.0%에서 7월 6.3%까지 오르며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8월 5.7%, 9월 5.6%로 상승세가 다소 주춤했지만, 10월 들어 다시 오르며 5%대 중후반의 고물가가 이어졌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비교적 낮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이는 1년 전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기저효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다. 내년 초까지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물가가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물가 안정 '구원투수'로 등판한 유통업계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최저가 혈투를 벌였지만, 최근엔 모두 중단한 상황이다. 할인점에 맞서 PB 제품 초저가 판매로 물가안정 프로모션을 펼쳤던 편의점들도 일제히 행사를 중단했다.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을 분담하기 위함이지만, 유통업계 입장에서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원부자재 가격 안정화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원부자재 비용 상승으로 제조업체들이 잇달아 가격을 올리는 상황에서 최저가를 유지하려면 납품업체로부터 단가를 낮춰 상품을 받거나 마진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원부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자체적인 가격 관리로는 마진을 맞출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납품 업체의 부담도 가중할 수 없는 실정이라 최저가 정책을 이어가기 힘들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35조원에 육박한 국내 유통 대기업의 이자비용을 급증시키고 있다. 롯데쇼핑과 이마트, 홈플러스, 신세계, GS리테일, 현대백화점의 작년 말 기준 순차입금은 34조8645억원에 달한다. 전년 32조2680억원보다 약 2조6000억원 증가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하면 국내 기업의 연이자 상환 부담액이 6조13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이 소비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더러 이자 비용 부담이 늘어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안정 구원투수로 나섰던 유통업계가 오히려 구원이 필요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 부담을 분담하려던 기업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이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다. 실적하락뿐만 아니라 재무구조 악화, 신용등급 하락 위기마저 겪고 있다. 불가피하게 가격 조정에 나선 기업들에게 물가 조절 책임의 화살을 돌릴 것이 아니라, 정부의 실효성 있는 물가 안정 대책이 필요할 때다.

조효정 기자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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