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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동걸 "産銀은 국가 자산···부산 이전 시 경제발전 저해"(종합)

떠나는 이동걸 "産銀은 국가 자산···부산 이전 시 경제발전 저해"(종합)

등록 2022.05.02 17:58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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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토론과 공론화 절차 거쳐야""정치적 비방은 임직원에 대한 모독""조선업, 장기적으로 '빅2' 재편 필요""쌍용차는 '사업 계획' 점검 후 지원"

사진=산업은행 제공사진=산업은행 제공

"산업은행은 국가 자산이며, 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지방으로 옮김으로써 그 기능을 저해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당선인의 대선 공약인 산은 부산 이전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기업구조 조정과 코로나19 극복 지원, 창업 생태계 조성 등 다방면에서 중책을 띤 정책금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것은 산업적, 정책적 측면에서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는 게 그의 일관된 견해다.

특히 이동걸 회장은 산업은행이 지난 5년간 구조조정 등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정치권 일각의 비난을 향해서도 근거를 제시하며 요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토론·공론화 없는 '부산 이전' 주장에 우려"=이 회장은 2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의 지방 이전에 대해 잘못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산은 지방 이전은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면서 "충분한 토론과 공론화 절차 없이 주장만 되풀이되는 현상에 심히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무책임하게 산업은행을 분할했다 합쳤다하는 사례가 있었으나, 그 과정에서 은행 경쟁력이 저하된 만큼 실책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회장은 "산은 본점 이전으로 부·울·경 지역에 2조~3조원의 경제효과가 창출된다고 하는데, 국가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마이너스 효과를 무시하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역 균형 개발은 국가 전체 발전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 두 개의 금융중심지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부·울·경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가장 특혜 받은 지역"이라며 "이제 자생함으로써 국가 경제와 타지역의 발전에 기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한다는 작심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작년 잉여금 7조4000억···5년간 배당·법인세 2조2000억"=그러면서 이 회장은 지난 5년간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국가 재정에 기여한 구조조정·경영 실적을 꺼내들었다.

이 회장은 "2019년 5월 취임 이후 금호타이어·한국GM·대우건설·현대상선(HMM)·두산중공업 등 11개의 기업 구조조정을 끝냈다"면서 "대우조선해양과 쌍용차, KDB생명을 제외하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을 중심으로 하는 구조조정 원칙을 지키며 다 해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2016년 1조3000억원까지 떨어졌던 이익 잉여금은 지난해 7조4000억원까지 늘었다"면서 "2017년 이후 5년간 정부에 지급한 배당과 납부한 법인세만 2조2102억원에 이른다"고도 역설했다.

이는 산은 차원에서 추진한 주요 기업의 구조조정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데 따른 결과다.

이 회장에 따르면 그가 취임할 당시 은행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조선·해운업 등에 대한 거액의 대손 비용 등으로 직전 3~4년간 부실기업 구조조정 관련 손실액이 14조5000억원에 이르렀고, 순손실도 5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구조조정 성공으로 회수액이 늘고, HMM 출자전환 주식 가치상승 등에 힘입어 은행 수익 건전성 개선됐다는 전언이다.

이 회장은 "산은은 이자 이익보다 비이자 이익을 더 많이 내는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안정적으로 정책을 수행하면서 정부를 돕고 있다"면서 "지난 5년간 한 일이 없다는 등 도를 넘는 정치적 비방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일 한 직원과 가족에 대한 모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업 빅2 재편 필요···쌍용차, '사업 계획 점검 후' 지원"=이 회장은 합병·매각 불발로 표류 중인 대우조선과 쌍용차에 대한 소신도 공유했다.

먼저 대우조선과 관련해선 장기적으로 국내 조선업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조선사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으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하나, 출혈 경쟁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했을 때 대규모 부실을 되풀이 할 수 있다는 진단에서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의 경우 "기업 차원이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면서 "국내 조선 3사를 지탱할 만큼 조선업 대호황이 상당기간 지속되면 모를까 3사가 공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만큼 빅2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과거 조선업 재편에 대한 의견이 있었음에도 대규모 자금만 집행되는 미봉책으로 끝났는데, 3사 체제 중심의 과잉경쟁 체제로는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는 진단에서다.

이 회장은 "일부에선 LNG 선박 특수로 조선업황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나, 이는 단기적 전망"이라며 "산업 개편 없인 몇 년 후 2015~2016년과 같은 대규모 부실이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쌍용차를 놓고도 이 회장은 사업계획이 추가 자금지원의 전제 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잠재적 인수자가 산은의 대규모 자금 지원을 기대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추후 지속 가능한 사업성 여부를 기준으로 자금 지원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쌍용차는 본질적으로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며 "지속 가능한 사업성의 증명 없이는 대규모 부실을 야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 철학 공유하는 사람이 회장 맡아야"=이밖에 이 회장은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 대해서도 전했다. 정부와 철학을 공유하는 인물이 산은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철학에서 비롯됐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은 은행인 동시에 정부 정책을 금융 측면서 지원하는 기관"이라며 "정부의 임기를 맞춰갈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 따라 새 정부 출범과 맞춰 사임 의사를 내비쳤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 교체기마다 정책기관장에 대한 '흠집내기'가 이어지는 데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법 개정을 통해 중요 기관장 임기를 5년 또는 2.5년으로 조정해 정부와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 26일 금융위원회에 사직서를 내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2017년 3년 임기로 취임한 뒤 한 차례 연임하면서 임기가 1년5개월 정도 남았으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용퇴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1953년생인 이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예일대에서 금융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대통령 경제비서실과 정책기획비서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서 근무했고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금융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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