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조양호 회장, 스스로 물러나라”

22일 논평 내고 조 회장 일가에 ‘결자해지’ 요구

한진 계열사 이사회에 “총수일가 사조직” 지적도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이사 결격사유 정관개정 등 요구

그래픽=강기영 기자

경제개혁연대가 ‘한진사태’ 수습을 위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2일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내고 “국민연금과 주주행동주의 펀드 KCGI 등 주주들이 한진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이에 앞서 조 회장 측의 ‘결자해지’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조 회장 일가와 한진 입장에서 볼 때 지금 상황은 매우 엄중하지만, 한진그룹 주요계열사 이사회에서 이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별도의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진그룹 전체에 대한 조 회장 일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방증이며 후진적인 지배구조의 전형이라고도 꼬집었다.

이들은 “결국 한진 사태로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은 조 회장과 그 일가의 몫”이라며 “그렇다면 조 회장은 한진그룹을 초유의 위기상황으로 몰고 간 것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스스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조 회장은 한진칼, 대한항공, 한진, 진에어(이상 상장회사), 한진관광,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등의 등기이사로 재직 중이다. 또 한국공항의 미등기임원을 맡는 등 국내 8개 계열사의 임원겸직을 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4개 상장계열사 중 대한항공에 대한 임기가 올해 3월로 만료되며, 조 회장의 재선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항”이라며 “하지만 조 회장의 이사 재선임은 주주와 시장에서 결코 받아들이기 어려운 바, 논란을 만들지 말라”면서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또 “현재 횡령·배임·사기 등 혐의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조 회장이 그룹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운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면서 “더 이상 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한진그룹 내 모든 계열사의 이사직(미등기 포함)에서 사임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회사와 주주,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덧붙였다.

한진 계열사 이사회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한진 계열사 이사회는 회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조 회장 일가를 위한 사조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각 계열사 이사회는 시장에서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고, 또다시 불미스러운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기주주총회 전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와 함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배주주 및 경영진의 전횡을 감시·견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불법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이사의 결격사유로 규정하는 정관개정을 적극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총수일가 임원에 대한 과도한 보수지급 및 퇴직금 지급 규정을 바로잡으라고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