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돈으로 중형 증권사 보유할 절호 기회하나금융·우리銀·지방금융지주 후보군 꼽혀겉으로는 인수 참여 무관심···물밑 검토 분주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SK증권 매각 주간사회사인 삼정KPMG는 오는 29일까지 SK증권 인수의향서(LOI)를 받는 예비입찰을 실시한다. SK주식회사 등 매각자 측은 예비입찰자를 대상으로 2주간의 실사를 거쳐 7월 중순 본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업 계열사를 지배하거나 지분 소유를 금지한 현행 공정거래법을 지키기 위해 SK㈜가 보유한 SK증권 지분 전량(10.04%)을 공개 매각하기로 지난 8일 밝혔다.
현재 금융권 안팎에서 SK증권 인수 의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금융사는 최대 10여개 이상으로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 SK증권은 살만한 값어치가 있는 매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증권사 1개를 더 품는다고 해서 현재의 금융지주사 순위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점진적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금융지주사들이 SK증권에 관심을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큰 출혈 없이도 나름대로 기반이 탄탄한 중소형 증권사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여러 금융지주사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22일 종가 기준으로 SK증권의 시가총액은 5634억원이다. 이번에 매물로 풀리는 규모를 감안하면 SK증권의 지분가치는 560억원 안팎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는다고 하더라도 인수비용은 1000억원 내외다. 증권 자회사의 자본 규모를 키우고 싶은 금융지주사 입장에서는 4200억원대의 자본을 가진 SK증권을 품음으로써 작게나마 덩치를 더 키울 수 있게 된다.
현재 금융지주 빅4 중 중형급 이상의 증권사를 자회사로 보유한 곳은 KB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 정도다. 신한금융투자의 자본 규모는 3조원을 조금 넘고 하나금융투자는 자본이 1조8000억원대다. 눈에 보이는 규모로만 판단한다면 IB 부문의 역량 강화를 꿈꾸는 하나금융지주가 SK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가장 높다.
지주회사 출범을 꿈꾸는 우리은행도 지주회사로서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SK증권 인수 경쟁에 참여할 확률이 있다. 비록 SK증권의 규모가 과거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백화점식 지주사를 꿈꾸는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기는 먹잇감이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두 곳 모두 현재 상황에서 인수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방 연고 금융지주회사들도 SK증권 인수전에 적지 않은 관심을 두고 있다. 현존하는 지방금융지주사 중 증권사를 보유한 곳은 BNK금융지주가 유일하다. JB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는 자산운용사만 보유하고 있을 뿐 증권사를 갖고 있지 않다.
최근 지방금융지주사들이 사세 확장을 경영 전면에 내걸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 단위 인지도를 갖고 있는 SK증권을 품게 될 경우 수도권 영업 범위 확장 이상의 브랜드 가치 제고 효과를 낼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이들이 참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금융사들이 SK증권 인수를 통해 기대하는 점은 또 있다. SK증권의 최대 강점인 회사채 인수 경쟁력 때문이다. 지난해 채권 인수 부문에서 금융투자업계 1위를 차지했던 SK증권은 회사채 인수·주선 과정에서 얻는 수수료가 상당히 쏠쏠하다.
특히 SK증권을 품게 될 경우 SK그룹 회사채 물량의 대부분을 인수할 수 있게 돼 적은 돈을 투자해 SK그룹 계열사라는 안정적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세 확장을 꿈꾸는 금융지주사 입장에서 매물로 나온 SK증권에 관심이 클 수 밖에 없다”면서 “SK증권이 매각 흥행으로 주가가 급등해 시가총액이 뛰더라도 투자금액 대비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많은 금융지주사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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