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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당 30달러 초저유가 시대···한국경제 ‘풍전등화’

배럴당 30달러 초저유가 시대···한국경제 ‘풍전등화’

등록 2016.01.17 15:19

수정 2016.01.17 22:25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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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등 신흥국 산업 축소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수출·수주 급감 현실화

사진=pixabay사진=pixabay


국제유가가 연일 최저치를 기록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유가가 한국 경제의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보다 산유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를 어렵게 하면서 한국 수출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염려다.

실제 한국은행이나 기획재정부 등 범정부기관 마저도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나 부동산 등 금융·자산시장이 충격에 빠질수 있다며 경제 체질개선이 시급하다고 주문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3.0%로 하향조정했다. 여러 가지 요인이 반영됐지만 특히 유가 등 하락으로 신흥국 경제와 세계 금융시장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정부도 지난해 12월 올해 전망치를 3.3%에서 3.1%로 내렸다.

국내 민간경제연구소들은 한술 더떠 2%대를 제시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8% 성장을 전망했고, 한국경제연구원은 2.6%, LG경제연구원은 2.5%를 전망했다. 민간연구소들은 G2(미국, 중국)리스크를 비롯한 저유가 쇼크로 올해 경제상황이 지난해에 비해 나아지기 힘들 것으로 본 셈이다.

해외IB들의 성장률 전망치는 상당히 엇갈리지만, 최저 2.2%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SBC와 모건스탠리가 2.2%로 가장 낮게 전망했고, 씨티는 2.4%, 노무라는 2.5%를 제시했다. 도이체방크와 골드만삭스는 각각 2.8% 및 2.9%를 제시했다.

바클레이즈(3.0%), 크레딧스위스(3.0%), JP모건(3.2%), 소시에테제너럴(3.2%) 등은 3%대를 전망했으나 지난해 후반 이후의 변화된 국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전체 해외IB들의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조정 추세다.

우선 저유가 쇼크가 수출주도의 한국경제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세계 3대 원유 평균가격은 연일 하락하며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로 들여오고 있는 중동산 원유(두바이유)의 지난해 평균가격은 50.69달러로 1년 간 47.5%가 떨어졌다.

국제유가 하락은 경기 둔화, 중동 지역 갈등, 달러화 강세 등과 함께 공급과잉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미국 석유업체와의 경쟁을 의식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급과잉이 유가하락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

원유 생산량을 조절하며 원유시장을 통제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내분도 국제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더불어 국제 유가에 대한 비관론 확산도 유가하락에 가속도를 붙였다.

100달러를 예상했던 국제유가가 20달러대로 급락함에 따라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국제유가 전망 하향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유동치며, 글로벌 증시도 휘청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지난해말 기준 53조5650억 달러에서, 지난 15일 기준 57조6281억 달러로 10.7% 추락했다. 2주 만에 6조9365억 달러(8400조원)이 사라진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 GDP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란의 경제 제재 해제로 원유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추가 유가하락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4위 원유 매장국인 이란이 경제제재가 해제됨에 따라 하루 원유 생산량은 현재 280만배럴에서 70% 늘어난 480만배럴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 전문가들은 1990년대 장기 저유가 국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OPEC의 결속력 약화에 따른 원유생산량 증가, 달러화 강세, 미국의 정책금리 흐름 등은 1990년대 경제상황과 상당부분 흡사하다.

저유가 사태를 호재로 받아들였던 한국 경제도 이제는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그동안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 경제에 유가하락은 축복으로 여겨졌지만, 유가하락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와 신흥국들의 산업 축소에 따른 국내 수출량 급감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건설·플랜트 등 한국 주요 수출품목 중 58%가 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신흥국을 상대로 하고 있어, 신흥국 수출 감소는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2월 초 기준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전년대비 31.3% 줄었다. 특히 중동지역 건설 수주액은 52%나 급감하며 유가하락의 직접적인 영향을 실감케했다.

아울러 현재와 같은 저유가 흐름이 계속될 경우, 전자와 자동차 등에 대한 수출 감소도 예상된다. 한국의 효자 산업이자 양대축인 전자와 자동차마저 타격을 입게 되면 한국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하락의 긍정적인 측면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신흥국 수요 위축으로 수출이 워낙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현 저유가는 신흥국에 더욱 큰 악재로 작용하는 만큼 한국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세계 금융·외환시장도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수출산업의 제품 경쟁력을 높여 수 있도록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가 하락으로 생산 비용이 줄어든 만큼 제품 경쟁력 향상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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