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이 무너진걸까, 청룡이 날아오른걸까.
일주일 간격으로 열린 제52회 대종상영화제와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지난 20일 열린 대종상영화제는 불참 릴레이의 오명을 쓴 채 초라하게 막을 내렸고, 26일 열린 청룡영화상은 다양성 영화와 사회 비판적인 작품까지 골고루 시상했다.
반사효과였을까. 청룡영화상은 대종상영화제와 분위기부터 달랐다. 청룡영화상은 영화인들이 한 해를 돌아보며 서로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수고를 상으로 높이는 축제였다.
그러나 대종상은 시상식 전부터 잡음을 빚었다. 대리수상 불가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고 남녀주연상 후보에 오른 9명의 배우가 전원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출석상이라는 모명을 쓰며 웃지 못 할 상황을 연출했다. 그럼에도 결국 대리수상을 남발하며 시상식 의미마저 퇴색시켰다.
뿐만 아니라 시상자마저 영화와는 거리가 있는 이들이 무대에 올라 시상자 섭외에도 만만치 않은 부침을 겪은 모양이었다. 대종상은 바라보기 민망할 정도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청룡영화상은 어땠을까.
26일 열린 제36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은 '암살'이, 감독상은 '베테랑' 류승완 감독이, 한국영화 최다관객상은 '국제시장'이 각각 영예를 안았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세 영화는 나란히 트로피를 나눠가졌다.
남우주연상은 '사도' 유아인, 여우주연상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정현이 수상했다. 주목할 것은 지난해 ‘한공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우희와 겹쳐지는 지점. 두 영화 모두 저예산, 다양성 영화라는 점이다.
이정현은 수상 직후 “이걸 계기로 다양성 영화들이 한국에서 더욱 사랑받아 발전했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후 이정현이 영화에 출연료를 받지않고 출연한 사실이 알려져 의미를 더했다.
남우주연상 유아인은 ‘사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 연기자 송강호와 악수를 나누며 훈훈한 광경을 연출했다.
조연상 경합도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남우조연상에는 '국제시장' 오달수, 여우조연상은 '사도' 전혜진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신인남우상에는 '거인' 최우식, 신인여우상에는 '간신' 이유영이 영광을 차지했다. 최우식과 이유영은 모두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최우식·이유영 입니다”라고 각각 자신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 모두 해외를 누비는 한류스타도, 팬클럽을 등에 업은 아이돌가수 출신도 아니었다. 특히 ‘거인’ 역시 저예산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신인남우상과 신인감독상 2관왕에 올랐다는 점이 괄목할 만하다.
'사도'가 가장 많은 트로피를 가져갔다. 유아인(남우주연상), 전혜진(여우조연상)을 비롯, 촬영조명상, 음악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으며, '암살'은 최우수작품상, 의상상, 기술상으로 3관왕을, '국제시장'이 남우조연상(오달수), 최다관객상, 미술상으로 3관왕을 기록했다.
그러나 대종상에서 ‘국제시장’이 10관왕을 차지한 것을 비춰볼 때 청룡상은 사이좋게 수상한 셈이다.
청룡상에서도 4번의 대리수상이 있었다. 신인감독상의 ‘거인’ 김태용 감독, 기술상 ‘암살’ 조상경, 손나리, 촬영조명상 ‘사도’ 김태경, 홍승철, 감독상 ‘베테랑’ 류승완 감독이었다. 그러나 이들을 대신해 무대에 오른 사람들은 각각 왜 불참하게 되었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말하며 대리수상이 불가피한 점을 강조했다.
특히 청룡상은 영화에 집중했다. 사회문제를 제기한 영화 ‘소수의견’에게 각본상을 수여했다. 김성제 감독은 “소재 때문에 불편해하던 분들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선뜻 제작에 힘써주신 사람들게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청룡상은 사회적 메시지를 설파하는 영화, 저예산 다양성 영화 등 장르를 불문하고 영화에 포커스를 맞추며 진짜 시상식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한국영화의 두 영화 시상식이 2015년 연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상파 3사 연예, 가요, 연기 등 각종 시상식을 앞두고 있는 지금. 시상식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일이다.
두 사태의 키워드는 갑질과 공감으로 나눌 수 있다. 시상식이 주최 측의 농간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시상식의 본질은 공정성이다. 다수의 대중이 공감할 만한 공정한 시상식일 때 진짜 즐길 수 있을 터. 또한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의 차이지만 갑질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누구를 위해 상을 주나. 주최 측과 스타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상과, 그 상을 놓고 펼치는 시상식은 단순히 쇼에 불과하지 않다. 대중은 바보가 아니다. TV만 통제하면 뭐든 속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청룡의 노력은 귀감이 될 만하다. 또 시상식이란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곱씹어보게 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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