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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없인 투자도, 공격 경영도 없다

오너 없인 투자도, 공격 경영도 없다

등록 2014.04.14 11:08

최원영

  기자

SK·CJ·효성 등 오너리스크에 위축 경영···글로벌 경쟁서 낙오 우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잇따른 사법당국의 심판 속에 오너리스크에 빠진 대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회는 기업들에 투자와 기업가 정신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오히려 오너 부재에 따른 경영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추경호 기획재정부 차관은 “한국의 기업가정신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위축됐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투자의 선행성이 상당히 떨어졌고 민간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추 장관의 주장이다.

재계는 총수 부재로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투자를 강요하는 압박이 실현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실제로 오너리스크를 겪고 있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위축된 경영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재계 3위 SK그룹은 지난 8일 선장과 부선장을 모두 잃은 상황에서 창립 61주년을 맞았다.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이 모두 구속수감된 상황에서 SK는 아무런 행사 없이 기념일을 보냈다.

현재 SK그룹은 ‘내실 경영’을 선언한 상태다. 오너 부재 속에서 과감한 결단이나 투자를 줄이고 안정성을 더하겠다는 얘기다. 최근 SK의 제52회 정기주주총회에서 조대식 대표이사는 “올해 재무 안정성을 바탕으로 내실 있는 경영을 통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은 김창근 의장의 지휘아래 수펙스추구협의회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오너 체제를 완벽히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최 회장이 힘써온 해외사업이나 대형 인수합병(M&A) 추진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의 결단으로 성사된 SK하이닉스와 같은 성공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SK그룹은 SK E&S와 SK텔레콤이 각각 추진하던 STX에너지·ADT캡스 인수합병을 모두 중간에 포기한 바 있다. 국내 2위 보안업체인 ADT캡스는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이 인수를 확정했다. SK이노베이션의 호주 석유사업 거점 확보를 위한 현지 유류공급업체 UP 인수건도 불발에 그쳤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이재현 회장의 CJ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CJ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 받았던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2년의 절반 수준인 643억원에 그쳐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도 영업이익이 2012년보다 30% 급감했다.

오너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는 CJ그룹의 계열사들은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베트남과 중국에서 각각 사료업체 인수를 추진했지만 의사결정 지연으로 최종 인수 단계에서 협상이 중단됐다.

또 CJ대한통운도 미국과 인도 물류업체 인수를 검토했지만 좌초됐다. 지난 수년간 자체 브랜드 개발 및 글로벌 시장 확장에 박차를 가해온 CJ오쇼핑도 M&A 차질로 상당수 경영 계획이 보류되면서 추가 도약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이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계열사들의 미래 도약을 위한 계획 수립과 실행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게 불어닥친 사법당국의 칼바람도 매섭다. 효성그룹에서는 조 회장을 비롯해 주요 임원들이 줄줄이 재판을 진행 중이다. 아직 본격적인 재판은 시작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조 회장 일가의 등기이사 재선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시민단체들로부터 나오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효성그룹은 사업영역별로 퍼포먼스 그룹(PG)과 그 밑의 퍼포먼스 유니트(PU)들로 구성 돼 있다. 따라서 비상경영을 위한 조직형태가 아니라도 각 퍼포먼스 그룹장(PG장)들의 협의와 부회장의 통솔하에 기존 사업들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는 게 효성의 입장이다.

다만 다른 그룹들의 오너 리스크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사업이나 굵직굵직한 해외사업에 대한 결정의 지연 등에서 오는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R&D 투자나 효성 총수 일가의 넓은 글로벌 인맥을 이용한 다양한 수출영토 확장 등이 대표적이다. 그룹은 고령인 조석래 효성 회장의 건강상태를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 사회에서는 기업들에 더 많은 고용과 투자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기업 오너들이 부재한 상황에서 신사업에 대한 도전과 혁신을 강조하는 기업가정신이 어떻게 발휘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오히려 급변하는 세계 경제 속에서 위축된 우리 기업들이 도태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최원영 기자 lucas201@

뉴스웨이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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