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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레드 : 더 레전드’ 출연 안했다면 죽을때까지 후회했을 것”

[인터뷰] 이병헌 “‘레드 : 더 레전드’ 출연 안했다면 죽을때까지 후회했을 것”

등록 2013.07.27 17:19

수정 2013.07.27 17:20

김재범

  기자

사진 = 블루미지 제공사진 = 블루미지 제공

배우 이병헌은 이제 ‘월드스타’다. 할리우드에서만 벌써 세 편의 영화를 찍었다. 인터뷰를 통해 그를 참 여러 번 만났었지만, 볼 때마다 신기할 정도다. 흔히 연예인들이 그런 말을 한다. ‘연예인도 신기하게 보는 연예인’. 배우 이병헌이 그렇다. 그만큼 이병헌은 이름자체만으로 확실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몇 안되는 톱스타다. 그런데 이병헌도 이번에 엄청난 경험을 했다며 얼굴이 상기됐다. 그의 세 번째 할리우드 영화 출연작 ‘레드 : 더 레전드’ 때문이다. 누가 출연하냐고.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헬렌 미렌, 캐서리 제타존스 그리고 전 세계 영화배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안소니 홉킨스가 나온다. 이 배우들 모두와 한 작품에서 숨을 쉬었단다. 듣고만 있어도 가슴이 뛸 정도다. 그런데 이병헌은 어땠겠나.

‘레드 : 더 레전드’ 개봉을 며칠 앞두고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다른 질문은 우선 재껴두고 대 배우들과의 작업이 어떠했는지 궁금했다. ‘배우로서 정말 행복했겠다’는 말에 그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병헌은 “지금 생각해봐도 그렇다”면서 “현실이 아닌 현실이랄까. 안소니 홉킨스의 영화를 본 세대라면 이 기분을 알지 않을까. 그냥 그 분들은 전설이다. 내가 전설 속에 숨을 쉰다? 내 인생에서 그런 영광이 또 있게 될지 모르겠다”며 감회에 젖었다.

사진 = 블루미지 제공사진 = 블루미지 제공

사실 그는 ‘지.아이.조2’ 촬영 당시 이번 영화에 대한 제작 소식을 들었다. 당시 영화 제작자를 통해 브루스 윌리스를 소개받았고, 출연까지 이어지게 됐다. 물론 결정은 이병헌이 했다. 그는 “여러 이유가 많았지만 출연 배우들의 이름만 보고 무조건 하겠다고 나섰다”면서 “배우라면 결코 거부하기 힘든 작품이었다”고 웃었다.

엄청난 배우들의 실제 모습은 어땠을까. 다시 곰곰이 생각한다. 하지만 이내 “의외로 너무 소탈했다”고 기억했다. 카메라 뒤에선 일상의 대화가 오고갔단다. 어디를 여행했는지, 오늘 아침 식사로 무엇을 먹었는지, 요새 어떤 물건의 가격이 얼만큼 올랐다든지 등등.

이병헌은 “물론 배우로서의 눈길을 끄는 부분도 있었다. 존 말코비치는 정말 예민했다. 신경질적인 의미가 아니다. 영화를 보면 정말 티끌 같은 설정조차 놓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헬렌 미렌은 정말 따뜻한 성품이 기억에 남는다. 카리스마 뒤의 포근함이 좋았다”면서 “안소니 홉킨스는 영국 여왕에게 작위까지 받은 분이다. 인격적으로 나무랄데가 없는 분이었다”고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물론 영화 제목처럼 ‘전설’(레전드)들과의 작업은 황홀했지만 곤욕스러웠던 기억도 있었다. 영화 시작 30분 쯤 지나 등장하는 이병헌의 ‘올누드’ 장면이 있다. 다비드상을 연상케 하는 ‘조각’ 몸매가 돋보였지만 정작 이병헌은 죽을 맛이었다고.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보는데 ‘완벽한 몸’ 이 한 단어를 본 뒤 ‘3개월짜리구나’라며 한숨부터 나왔다”면서 “‘지.아이.조’때와 달리 시간이 정말 부족했다. 그냥 촬영지 근처 헬스장에 다니면서 혼자 몸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그 헬스장이 우리네 동네 헬스장 수준이었단 점이다.

이병헌은 “흑인 트레이너가 한 명 있는데 혼자 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도와달라 부탁을 했는데 매번 바쁘다며 거절을 하더라”면서 “너무 자존심이 상해 ‘내가 배우다’라고 소개를 하니 ‘그럼 난 가수다’며 비웃었다”고 황당해 했다. 당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인기였던 시기라 ‘싸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설득을 해 도움을 받았다고. 그는 “처음 싸이 사진을 보여주니 ‘어 얘 뭐지?’라며 이상하게 보더라”면서 “아직은 미국에서 크게 알아보는 분들은 없다. 가끔 ‘지.아이.조의 스톰 쉐도우?’라고만 하는 분들도 있고”라며 웃었다.

사진 = 블루미지 제공사진 = 블루미지 제공

또 다른 에피소드도 있다며 웃는다. 한 번은 운동이 끝난 뒤 집에서 생선을 구워 먹는데 그 냄새가 얼마나 지독했는지 바로 옆집에 사는 집 주인이 이병헌과 그의 매니저를 내쫒으려 한 적도 있었단다.

고달픈 기억도 있지만 그에게 ‘레드 : 더 레전드’는 진짜 ‘전설’과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바로 작고한 아버지가 극중 이병헌과 함께 출연했다. 극중 이병헌이 맡은 킬러 ‘한’의 과거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흑백 사진이 한 장 나온다. 어릴 적 이병헌이 아버지와 함께 찍은 실제 사진이다. 어머니와 직접 고르고 고른 끝에 선택한 사진이다.

다음 달 10일 배우 이민정과 결혼을 앞둔 이병헌이다. 개인사에 대해선 묻는 것도 말하는 것도 상당히 꺼리는 이병헌이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왜 그 말이 안나오나 했다”며 특유의 시원한 미소를 날린다.

이병헌은 “나는 ‘레드 : 더 레전드’ 홍보 활동 때문에 며칠 뒤에는 해외로 나가야 할 듯 하다”면서 “그 친구(이민정) 혼자 모든 걸 준비하는 것 같아서 항상 미안하다. 그리고 너무 고맙다”며 예비 신부에 대한 애뜻한 감정을 전했다.

결혼 뒤 한 달에 동안 달콤한 신혼생활을 즐긴 뒤 이병헌은 또 다시 촬영 돌입한다. 박흥식 감독의 사극 무협 핵션 ‘협녀 : 칼의 기억’이다. 14년 전 영화 ‘내 마음의 풍금’에서 함께한 전도연과 오랜만에 만난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보통 나오는 말이다. ‘바짝 올랐을 때 땡기는 게 낫지 않느냐’고. 한 참 주가가 오르는 데 다시 한국영화라니. 할리우드의 러브콜이 쏟아질 텐데.

사진 = 블루미지 제공사진 = 블루미지 제공

이병헌은 “난 한국배우다. 내 집을 놔두고 다른 집이 먼저란 말은 좀 이상하다”면서 “할리우드는 내 종착지가 절대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미 할리우드는 배우 이병헌을 ‘전설’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의 이병헌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결고 할리우드는 종착지가 될 수 없다는 이병헌의 말이 이해가 됐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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