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풀린 집값 한국 경제 삼킨다

고삐풀린 집값 한국 경제 삼킨다

등록 2016.09.20 08:24

수정 2016.09.20 08:46

김성배

  기자

가계부채 대책 이후 강남 집값 급등시장선 “지금 집사라” 시그널로 인식건설사 이때가 기회··· 밀어내기 분양지방 중심 공급과잉 현상 이미 시작돼 버블 붕괴 가능성↑···추가대책 절실

사진=뉴스웨이DB사진=뉴스웨이DB

“정부가 내수시장을 이끄는 부동산 시장에 바로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정책적으로 일부 국지적 과열현상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주택공급을 축소하고, 분양심사를 강화하는 등 8.25가계부채 대책이 나온 이유입니다.”(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

“정부가 아직 부동산 시장이 과열이 아니라는 엉뚱한 시그널을 준겁니다. 게다가 주택 공급을 줄인다고 했으니 더 시장이 뜨거운 건 당연한 것이지요. 실수요자들 뿐 아니라 가수요자들까지 시장에 속속 뛰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부동산 전문가들)

정부가 지난달 25일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한 범정부차원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이 더 달아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나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 강화 등 대책을 제외하고 주택공급을 줄이겠다는 등 꼼수나 다름없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산가들은 집값이 오를 기대감으로, 내집마련 수요자들은 집을 사야겠다는 불안감이 맞물리면서 국토부 등 정부가 부동산 시장 거품을 부추긴다는 의혹마저 확산하고 있다. 올해 안에 가계부채가 1300조원를 돌파하는 등 서민들은 빚만 크게 늘고 서민 주거안정은 오히려 퇴보했다는 얘기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시절부터 이번 박근혜 정부까지 정부의 뿌리깊은 “빚내서 집사라”는 부동산 정책이 가계의 몰락에 따른 금융부실로 이어지고 결국 한국경제까지 뿌리째 뽑을 수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8월 전국 집값 올 최고 상승

8.25가계부채 대책이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거침없다. 되레 가계부채 대책이 부동산 부양책이라는 오명마저 뒤집어 쓸 정도로 시장은 오히려 더 활활 타오를 조짐이다. 화들짝 놀란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열흘만에 보완대책을 내놨지만 강남 재건축 등 시장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꿈쩍도 하지 않는 모양새다. 부동산 정보 업체인 부동산114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9월 3일 서울 아파트 가격은 0.23% 상승, 주간 변동률로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만 과열 현상이 나타났지만, 최근 들어 강북권 재건축은 물론 서울 일반 아파트까지 가격 급등세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양천구에서는 재건축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목동신시가지 1·4·6·9· 10단지를 중심으로 1000만~3000만원 정도 올랐다. 강남구에서는 압구정동 구현대1·4차와 현대사원이 2000만~5000만원 시세가 올랐다. 개포동에서는 개포주공3단지가 100대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개포주공1단지도 1000만원 상승했다. 강남 다른 단지를 봐도 다르지 않다. 서울 부동산 광장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압구정 현대5차 전용 82㎡형은 2분기에 16억5000만원선에 거래되던 것이 최근 17억5000만원에 거래됏다. 1분기(14억9000만원)에 비하면 2억6000만원이나 오른 셈이다. 강동구는 고덕주공5단지의 이주비와 이주 일정이 확정된 영향으로 고덕주공5·6·7단지가 1000만~3000만원 올랐다. 8월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도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 공급물량 축소 등 가계부채 대책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번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 결과 전국 주택가격은 0.07% 올라 월 단위 상승률로는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집값이 전달보다 0.26% 급등하며 전국 집값 상승세를 이끌었다. 실제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대한 투자심리가 활활 타오르면서 강남구(0.58%) 강동구(0.39%) 양천구(0.36%) 서초구(0.30%) 등 재건축 대상 아파트 지역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

◇서울 분양권 시장 활활

전문가들은 8.25가계부책 대책이 역효과를 낸 것이라는 목소리도 강하게 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서울 분양권 시장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면서 전매제한이나 강남 재건축 규제와 같은 알맹이는 쏙 빼고 오히려 주택공급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하자 투자자들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주택수요자들은 더 늦기전에 집사자라는 의도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 실제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이 8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은 954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539건)보다 77.0% 늘었다.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06년 이후 8월 거래량으로는 가장 많다. 지역별로는 서울 동남권(강남 강동 서초 송파구)의 거래량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위례신도시와 ‘헬리오시티’(가락동 시영아파트 재건축)를 중심으로 분양권 거래가 활발한 송파구의 지난달 거래량이 138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36건)보다 3배가량 늘었다. 고덕·상일동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재건축이 활발한 강동구의 거래량도 29건에서 100건으로 1년 새 2.4배 증가했다. 한강변 일부 재건축 단지의 입주가 다가오는 서초구에서도 작년 동기(10건)보다 약 2배 많은 29건이 전매됐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되지 않아서 분양권 시장이 오히려 더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수천만 원의 웃돈이 붙으며 대표적인 인기 택지지구로 자리매김한 하남미사지구를 비롯해 다산신도시, 위례신도시 내 분양권 시장에 대한 가격상승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하남 미사지구의 경우 대다수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이미 1억 원 상당의 웃돈이 형성된 상황이다. 지난 4월 분양권 전매제한이 끝난 ‘하남미사강변도시 리버뷰자이’와 지난 7월 전매제한이 해제된 ‘더샵 센트럴포레’의 경우 1억 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물량 쏟아지면 버블 붕괴

이에 정부가 이달 부랴부랴 가계부채 보완대책을 내놨지만 이 마저도 실효성은 미지수다. 전매제한 강화나 후분양제 등 새로운 내용은 없고 기존 대책을 당겨서 실시하겠다는 방안이 대부분이기 때문. 무엇보다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줄수 있는 DTI강화 등 금융규제 강화안은 주택 주무부처인 국토부 반대는 물론 국회문턱도 넘어야해 활용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내년부터 쏟아질 입주물량 폭탄으로 부동산 거품이 한꺼번에 터질까하는 우려감만 더 커지고 있다. 실제 2017~2018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은 70만여 가구로, 2년단위 입주물량으로는 1990년대 이후 최대다. 신규 분양 물량도 많아 공급과잉→입주폭탄→전셋값 하락 등의 연쇄반응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가 결과적으로 “빚내서 집사라”며 집값을 띄우는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거품 논란은 물론 추후에 버블 붕괴 위험성이 최대로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총 1300조원 돌파를 향해가는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경우 한국경제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빚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소비가 위축돼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최악의 경우 대내외 경제환경 악화로 돈을 꿔준 금융회사들이 직격탄을 맞아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성배 기자 ksb@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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