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558조 퇴직연금, 묵히지 말고 키워라"···금감원·금융 CEO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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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조 퇴직연금, 묵히지 말고 키워라"···금감원·금융 CEO 총출동

등록 2026.11.03 17:21

김다정

  기자

13개 금융사 CEO 한자리에···558조 퇴직연금 관리 지원'쌓아두는 연금'에서 '굴리는 연금'으로···금융권 공동 캠페인

사진=김다정 기자사진=김다정 기자

"하나, 둘, 셋!"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퇴직연금사업자, 가입자 대표들이 버튼을 누르자 무대에 설치된 나무에 형형색색의 장미꽃이 피어났다. 오랜 시간 관심을 기울이고 가꿔야 풍성한 꽃을 피우는 나무처럼 퇴직연금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장면이었다.

이날 국내 주요 은행장과 증권·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평소 퇴직연금 시장에서 고객 유치를 놓고 경쟁하던 금융회사들이 이날만큼은 '558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에 장기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같은 목표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금융감독원은 3일 여의도 FIK타워에서 '제1회 퇴직연금 오래오래 캠페인' 출범식을 열고 은행·증권·보험업권과 함께 퇴직연금 장기·분산투자 문화 확산에 나섰다.

이날 행사에는 이찬진 금감원장을 비롯해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장민영 IBK기업은행장 등 6개 은행장이 참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배광수 NH투자증권 사장,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사장,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참석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조대규 교보생명 사장과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사진=김다정 기자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사진=김다정 기자

558조원으로 커진 퇴직연금···가입자 운용은 '양극단'


이날 이찬진 금감원장은 퇴직연금 운용 과정에서 겪었던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내면서 캠페인이 출범해야 하는 이유를 역설했다.

이 원장은 "저 역시 디폴트옵션을 직접 선택하고 설정하는 과정에서 40분가량 헤맸던 경험이 있다"며 "장기투자의 필요성에 공감하더라도 바쁜 일상 속에서 연금 계좌를 꼼꼼히 살펴보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막상 관심을 가져도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 현실"이라며 "가입자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덜고 장기적 관점으로 자산배분 투자를 실천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안내와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558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말 382조4000억원에서 2년 반 만에 175조9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제 운용 방식에서는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일부 가입자는 위험자산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가 하면, 다른 일부는 구체적인 운용방법도 이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확정기여형(DC형) 가입자의 46.9%는 적립금 전액을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적립금의 절반 이상을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가입자도 33.9%에 달했다.

반면 일부 직장인들은 퇴직연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직장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7.1%가 퇴직연금 운용에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답한 바 있다.

김기복 금감원 연금감독실장은 "DC형 가입자의 자산배분을 전수 점검한 결과 투자 비중이 양극단에 집중돼 있었다"며 "연령과 은퇴 시점에 맞춘 장기·분산투자가 필요하지만 실제 가입자들의 운용에서는 이런 모습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 매매 관행도 문제로 지목됐다. 김 실장은 "노후자금임에도 가입자들이 퇴직연금 투자 대상을 자주 바꾸고 사고파는 것도 빈번한 것이 현재의 운용 실태"라며 "퇴직연금은 오래 기다릴수록 시간과 함께 커지는 대표적인 장기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지적하며 단기적인 수익률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을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시장의 파도는 우리가 정할 수 없지만, 그 파도를 어떤 배로 건널지는 우리가 정할 수 있다"며 "오래, 나누어, 꾸준히 이 세 가지 원칙이 노후를 지켜줄 배"라고 강조했다.

'배우고·열어보고·가꾸고·이어가고'···금융권 공동 지원


이번 캠페인의 핵심은 가입자들이 퇴직연금을 직접 살펴보고 관리하는 습관을 갖도록 금융회사들이 지원하는 데 있다. '배우고(Learn)·열어보고(Open)·가꾸고(Nurture)·이어가는(Grow)' 등 네 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퇴직연금 장기·분산투자 문화를 확산하기로 뜻을 모았다.

우선 생애주기별 퇴직연금 가이드북을 활용해 가입자 교육을 확대한다. 퇴직연금 운용 방법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가입자들을 위해 찾아가는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매년 5~6월에는 '연금 가꿈 주간'을 운영한다. 퇴직연금 수익률과 우수 운용 사례 등을 담은 자료를 제공하고, 가입자들이 디폴트옵션 지정 여부와 자산배분 현황 등을 점검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매년 11~12월에는 '연금 채움 주간'을 운영한다. 연말정산 시기에 맞춰 가입자들이 적립금 납입 현황을 점검하고 추가 납입이나 운용 전략 변경 등을 검토하도록 지원한다. 찾아가지 않은 퇴직연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활동도 추진한다.

이날 이 원장은 퇴직연금 관리의 출발점으로 작은 실천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노후 준비는 거창한 결심보다 작은 실천이 쌓여 완성된다"며 "내 퇴직연금 계좌를 한 번 열어보는 것, 어디에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 이 작은 한 걸음이 국민의 노후를 바꾸는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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