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격제 장기화, 손실보전 규모 놓고 줄다리기정유4사 가격담합 수사 기소···사법 리스크 현실화내수 가격 통제 장기화, 유통 분쟁·수출 전략 변수
국내 정유업계의 석유제품 가격에 대한 통제가 장기화되고 있다. 정부의 최고가격제가 10차까지 연장된 가운데 가격 결정 과정을 둘러싼 검찰 수사와 주유소 공급 관행에 대한 사법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가격 결정 구조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지난 18일 제10차 석유 최고가격을 휘발유 ℓ당 1784원, 경유 1773원으로 확정해 19일부터 적용했다.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안팎까지 오르는 상황에도 정부의 판매가격 제한 조치가 유지되면서 제도의 장기화가 현실화됐다.
최고가격제는 당초 유가 급등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의 가격 상한을 설정한 한시적인 제도다. 통상 정유업계는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원유 도입 비용과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함께 움직이고 이를 국내에도 적용해왔으나, 최고가격제가 유지되면서 국제 시세 변동을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졌다.
정부가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손실보전 방안을 마련했지만 정산 기준을 둘러싼 이견은 남아 있다. 정유업계는 단순 원가 상승분이 아닌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과 실제 판매가격 간 차이 등을 폭넓게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정유사 손실을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이 아닌 원가를 중심으로 산정하는 원칙을 공식화했다.
실제 정유업계가 추산하는 최고가격제 관련 기회손실은 7조~8조원 수준인 반면, 정부가 올해 손실보전을 위해 확보한 목적예비비는 4조2000억원이다. 다만 현재 계획대로면 오는 11월 정산액을 확정하고 12월까지 집행 절차를 마무리하는 일정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정유업계의 석유제품 가격 담합 협의 수사가 기소 단계로 넘어가면서 가격 결정권에 대한 부담은 한층 커졌다.
검찰은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의 가격정보 교환 및 가격 인상 담합 혐의를 수사한 결과 직접 담합 규모를 14조2000억원으로 판단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경쟁사 가격을 참고한 효과까지 포함하면 경쟁 제한 효과가 26조원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경쟁사와 가격을 직접 협의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으나, 검찰은 두 정유 4사 모두 주유소 전량구매계약 등과 관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정유업계는 가격정보 교환이 가격 수준이나 인상 시기를 사전에 합의한 전형적인 담합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각사가 가격결정 주체 간 가격 수준이나 인상 시기를 합의한 것이 아니라 통상적인 시장 정보 수집 과정에서 경쟁사 가격 정보를 파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최고가격제 손실보전과 담합 수사가 연계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두 사안을 별개 절차로 보고 있지만, 정유사의 실제 가격 결정과 판매가격, 원가 등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양측 자료가 맞물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가격 상한을 정하는 가운데 정유사의 가격 결정 과정이 사법 판단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정유사의 가격 결정 부담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단순 가격 결정권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직접 통제할 것인지, 가격 통제로 발생한 비용을 어떤 기준으로 보전할 것인지, 그리고 시장의 가격결정 과정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향후 정유산업의 가격 결정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고가격제를 둘러싼 정산 문제도 정부와 정유사뿐 아니라 일부 유통망으로 번지고 있다. 정유업계와 알뜰주유소 사이에서는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산 기준을 놓고 1600억원대 규모의 분쟁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가격 통제가 정유사의 출고가격뿐 아니라 주유소 등 석유제품 유통 단계의 정산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판매가격 통제 자체가 정유 사업 전반의 위기라고 할 정도의 변수는 아니라는 시각이 있다. 다만 제품별로 내수 판매 비중이 높은 경우 가격 결정권 제한에 따른 부담을 완전히 무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가격 통제가 장기화하면서 정유사의 수출 및 정제설비 운영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수 판매가격에 국제 시세 변동이나 원가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내외 시장의 수익성 차이에 따라 정유사들의 물량 배분이나 정제설비 가동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가격제가 장기화하면서 정유사의 국내 가격에 시장 변수가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손실보전 규모와 기준이 실제 손실을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 내수 공급과 수출, 정제설비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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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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