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치료·관리 잇는 '슬립 사이언스' 구축웰트 '슬립큐'·에이슬립 '크로노트랙' 결합수면에서 만성질환으로 확장 청사진
국내 수면제 시장의 전통 강자인 한독이 약물 치료를 넘어 인공지능(AI) 수면 측정과 디지털 치료기기(DTx)를 하나로 묶는 승부수를 던졌다. 불면증 환자의 진단 보조부터 비약물 치료, 일상 모니터링까지 전주기를 아우르는 '수면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만성질환 관리 영역까지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9일 한독은 서울 강남구 SJ쿤스트할레에서 'RE:SLEEP(리슬립)' 미디어 세션을 열고 수면 비즈니스 전략과 디지털 헬스케어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독의 전략적 파트너사인 강성지 웰트 대표와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 홍준기 에이슬립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함께 참석해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SleepQ)'와 비접촉 디지털 수면 기록 의료기기 '크로노트랙(ChronoTrack)'의 임상적 가치와 협업 모델을 제시했다.
수면제 시장 강자의 변신···"진료실 밖 치료 공백, 디지털로 메운다"
발표자로 나선 김윤미 한독 전문의약품 및 디지털헬스케어 비즈니스 총괄 전무는 사업의 출발점을 '개별 제품 판매'가 아닌 '환자의 치료 여정'으로 정의했다. 스틸녹스 등 대표적인 불면증 치료제를 공급하며 쌓아온 처방 네트워크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한독 슬립 사이언스(Handok Sleep Science)'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다.
김 전무는 현재 수면 진료 현장의 가장 큰 한계로 '진단-치료-모니터링의 단절'을 꼽았다. 가이드라인상 만성 불면증의 1차 표준 치료법은 인지행동치료(CBT-I)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시간 부족과 전문 인력 한계로 인해 약물 처방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다. 또한 환자의 기억에만 의존하는 주관적 문진 방식 탓에 진료실 밖 수면 상태를 객관적으로 추적하기 어려웠다.
한독이 제시한 해법은 측정과 치료, 재평가가 맞물려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다. 먼저 에이슬립의 '크로노트랙'으로 일상 속 수면 데이터를 수집해 의료진의 정밀한 진단을 돕는다. 이후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 복용이나 웰트의 '슬립큐'를 활용한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한다. 치료 과정과 종료 후에는 다시 크로노트랙으로 상태 변화를 확인하고, 자체 케어센터 코칭을 더해 치료 효과를 유지시키는 방식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조직을 별도 신사업부가 아닌 전문의약품 사업부 산하에 편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전무는 "기존 제약 영업망과 학술 마케팅 역량을 디지털 솔루션과 직접 결합해야 임상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진료실 밖에 남아 있던 치료 공백을 한독의 디지털 헬스케어가 채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6주 CBT-I '슬립큐'·14일 비접촉 기록 '크로노트랙'의 상호보완
강성지 웰트 대표는 처방형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의 작동 기전을 소개했다.
슬립큐는 의사 처방을 통해 환자가 6주간 모바일 앱으로 수면제한, 자극조절, 인지재구성, 이완요법, 수면위생 교육 등을 이수하도록 설계됐다. 수면을 방해하는 습관과 인지 왜곡을 교정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강 대표는 "진료실에서 충분히 제공하기 어려웠던 인지행동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했다"며 순응도 유지를 위한 관리 체계를 부각했다. 슬립큐 케어센터는 6주간 환자에게 3회의 전화 상담을 제공하며 앱 이용을 독려한다. 웰트가 공개한 실제 임상 분석에 따르면, 사용자 351명 중 6주 과정을 완주한 211명의 불면증 중증도 지수(ISI)는 평균 37.9%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강 대표는 카카오톡 기반 AI 상담 챗봇 시연 QR코드를 공개하며 순응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AI 기술 도입 계획도 덧붙였다.
에이슬립의 '크로노트랙'은 진단 보조 및 치료 경과 모니터링 축을 담당한다. 홍준기 CTO는 웨어러블 기기 부착 없이 스마트폰 마이크만으로 수면 중 호흡음과 뒤척임을 감지해 AI로 분석하는 원리를 설명했다. 처방 환자는 14일 동안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두고 자는 것만으로 총 수면시간, 수면효율, 입면 시간, 수면 리듬 등의 지표를 생성한다.
해당 데이터는 병원 EMR 연동 대시보드로 전달돼 의사가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판정하는 근거가 된다. 비접촉 음향 분석 특성상 주변 소음이나 동침자의 숨소리가 측정에 간섭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는 "다양한 소음 환경과 다인 수면 조건을 반영한 모델 고도화를 거쳤다"면서도 "가정 내 특수한 환경 변수까지 모두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는 만큼 지속해서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방 장벽 돌파와 수익성 증명···산업화 '시험대'

이날 현장에서는 장밋빛 청사진 이면에 놓인 사업화 장벽에 대한 질문이 잇따랐다. 디지털 치료기기가 혁신의료기기 지정이나 원내 처방 시스템 도입 신청을 늘리는 것과, 실제 의료진이 진료실에서 처방전을 발행하고 환자가 이를 끝까지 완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 도입 여부와 상관없이 환자가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서 등 처방 확인 서류를 앱으로 촬영해 인증하면 즉시 치료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췄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진에게는 권할 수 있는 옵션이라는 확신을 주고, 환자에게는 새로운 치료 형태를 설득하는 인지도 개선 작업이 처방 확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의 실질적인 수익성 확보 시점에 대한 질의도 집중됐다.
김윤미 전무는 "초기 R&D 단계 스타트업의 현재 재무지표와 비즈니스의 구조적 확장성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치료제와 측정, 모니터링 솔루션의 패키지화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하는 고부가가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성지 대표는 스타트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반드시 돈을 벌겠다"고 직설적인 포부를 드러내며 "임상적 유효성을 인정받은 제품으로 시장에서 가시적인 매출을 내고, 이를 재투자해 후속 데이터를 증명하는 선순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독은 수면 질환에서 검증된 환자 중심의 '진단-치료-관리' 연결 모델을 향후 당뇨 등 장기적인 추적 관리가 필수적인 만성질환 파이프라인으로 순차 이식할 방침이다.
한편 미디어 세션 종료 후 이어진 의료진 대상 심포지엄에서는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와 신정원 분당차병원 신경과 교수가 연자로 나서 수면의 뇌과학적 메커니즘(RE:THINK)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맞춤 수면 관리 가이드라인(RE:DESIGN)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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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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