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서 영상검사 수가 인하·인력 기준 완화 등 정부 정책 집중 성토재촬영 무조건 삭감 아닌 코드화·MRI 비전속 기준 보완 주장2023년 기준 수가 인하 반발···"개원가는 폐업 위기"
"정부 정책으로 국민 보건이 향상된다면 협조한다. 예를 들어 불필요한 검사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는 데는 동의하나 재촬영이 필요한 사람도 찍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반대다."(정승은 대한영상의학회 회장)
"정부는 2024년 10% 가량 수가가 삭감된 상황에서 2027년과 2028년 추가로 최대 45%가량 수가를 인하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수가 인하 방침에 적용한 기준은 2023년 수가인데, 이는 수가가 삭감되기 전이다. 정부는 2024년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라며 넘어가려 하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최준일 대한영상의학회 정책연구소장)
대한영상의학회가 정부의 대규모 영상검사 수가 인하와 특수의료장비 인력 기준 완화 등 주요 보건의료 정책 추진 방식을 두고 세부 조율과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9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82차 대한영상의학회 학술대회(KCR 2026)'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한영상의학회는 정부의 일률적인 규제와 삭감 기조가 일차 의료기관의 경영난을 가중하고 적정 진료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이날 학회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킨텍스로 행사장을 옮겨 전 세계 40여 개국 4000여 명이 참가하는 성황을 이뤘고, 아시아·오세아니아 최대 규모 학술대회인 'AOCR 2029' 유치 성과까지 발표하며 한껏 높아진 위상을 드러냈다. 하지만 기자간담회에서는 현장 진료 체계를 흔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와 보완책 마련 요구가 집중됐다.
"2024년에 이미 10% 깎았는데 2023년 회계 기준 적용···인건비 연동 불합리"
이날 간담회에서 학회 집행부는 정부의 영상 및 검체 검사 수가 인하 방침에 논리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내년 25%, 2년 뒤 20%를 추가해 최대 45%가량을 인하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준일 소장은 정부의 원가 계산 방식에 대해 "5년 전 3차 상대가치 개편 때도 회계 기준 잣대가 바뀌어 10% 인하가 있었는데, 이번에 복지부가 제시한 기준은 또 다르다"며 "더 큰 문제는 2024년에 이미 10% 정도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이번에 가져온 회계 조사 자료는 인하되기 전인 2023년 데이터였다. 문제 제기를 했더니 보건복지부 측에서 '2024년 데이터가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하게 됐다'며 넘어가려 했다. 이는 학회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소장은 "대형병원은 영상 수가를 깎더라도 입원이나 중증 환자 수가로 보전받아 영향이 덜할 수 있지만, 영상검사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1차 개원가는 직격탄을 맞는다"며 "실제 로컬 클리닉에서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 폐업을 고려하는 곳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병원이 새벽까지 장비를 가동해 원가 보전 비율이 낮아진 점을 지적한 최 소장은 "판독을 수행하는 의사의 인건비까지 같이 묶어 삭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의사 인건비인 판독료와 전문의 가산료는 반드시 보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촬영 '사유 코드화'·MRI 비전속 전환 등 규제 실효성 제고 촉구
정부의 '재촬영 감축' 정책에 대해서는 정책의 세부 설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미 학회는 2013년부터 고가 영상 검사 적정 관리 연구와 데이터 표준 용어 사업을 선도하며 과도한 검사 억제에 동의해 왔으나 정부의 일률적 감축 기조와는 결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최 소장은 "단순 복부 CT와 췌장·간을 정밀하게 보는 CT는 목적 자체가 다르고, 치료 경과를 보거나 수술 계획을 세우기 위한 정밀 재촬영은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연말부터 시행한다는 타 의료기관 검사 확인 시스템(DUR 방식)에 재촬영 사유를 코드로 기입하도록 해 진료상 필요한 재촬영과 불필요한 재촬영을 걸러내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학회는 ▲진료비 청구 시 재촬영 사유(추가검사·중복검사·추적검사·불필요한 재검사 등)를 세분화해 코드로 입력하도록 의무화 ▲의료기관 간 영상정보·판독소견 교류 시스템 확대 ▲객관적 화질 평가 지표 도입 등 영상검사 품질관리 강화 ▲환자가 외부에서 가져온 영상을 해당 의료기관 자체 시스템(PACS)에 저장하는 데 대한 별도 수가 신설 등 4가지 정책 대안을 정부에 제안한 상태라고 밝혔다.
최 소장은 "외부 병원에서 CD로 가져온 검사 영상을 병원 PACS에 등록하는 작업에 아무런 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다"며 "큰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실비 차원에서 몇천 원 수준의 업로드 수가라도 인정돼야 중복 검사를 줄이고 데이터 교류가 실질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다루는 재촬영 관련 세션을 오는 11일 오전에 마련하고, 심평원 및 유럽영상의학회 연자들과 함께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학회는 보건복지부가 MRI 인력 기준을 '주 4일 전속 근무'에서 '주 1회 8시간 비전속 근무'로 완화한 조치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우경 대한영상의학회 품질관리이사는 "지역별 영상의학과 전문의 수급 불균형이라는 현실적 한계는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비전속 의사가 일주일에 단 하루 방문해서는 영상 퀄리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방사선사에게 피드백을 주는 연속적 관리가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현장에서 단순히 정도 관리 서류를 통과하거나 팬텀 영상 판정서만 받는 것을 품질 관리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전속 전문의라 하더라도 실제 환자의 임상 영상을 판독하고 피드백을 주며, 1일 8시간 근무 일지를 남기는 실질적인 계약 형태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15년 이상 노후 장비에 대한 감점제 정책에 대해서도 기준이 획일적이라는 지적이다. 정승은 회장은 "10년이 넘어가면 최신 저선량 기술 등을 탑재하지 못해 화질과 방사선량 면에서 뒤처지는 것은 맞지만, 중요한 부품을 교체(리퍼비시)해 잘 관리된 장비도 있다"며 "단순히 기계 연식만으로 일률 퇴출하기보다는 실제 생성되는 영상의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점수화하고 수가와 연동하는 방향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의료 AI 급여화엔 부정적 "건보재정 아닌 산업 예산으로"
의료 AI 기술에 대한 질의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교육적 부작용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최준일 소장은 "미국에서도 판독 보조 AI를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에서 급여하지 않으며, 의료기관이 효율성을 위해 자체 비용으로 구매한다"며 "기존 수가도 깎는 상황에서 건보 재정으로 AI까지 보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기술 진흥과 수출이 목적이라면 건보가 아닌 산업통상자원부나 과기정통부 등 산업 육성 예산으로 보상하는 구조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AI 의존으로 인한 전공의의 판독 능력 저하인 이른바 '디스킬링(De-skilling)' 문제도 거론됐다.
황성일 대한영상의학회 의무이사는 "AI 도입 이후 사람들의 사고력과 기본 역량이 저하되는 현상, 이른바 '디스킬링'이 국제 저명 학술지에도 보고되고 있다"며 "학회는 이 문제를 일찍부터 심각하게 받아들여 전국 수련병원과 책임지도 전문의, 각 과장을 대상으로 전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학회는 영상의학 AI 제품을 7개 유형으로 분류해, 병변을 직접 찾아주는 등 수련 과정에서 노출을 최소화해야 할 '고위험' 기술과, 병변 크기 계측이나 음성-문자 전사처럼 판독을 보조하는 데 그치는 '허용 가능' 기술을 구분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오는 10월 서울성모병원에서 전국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AI 활용 교육 프로그램을 새로 시작하며,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논문과 가이드라인도 마련해 국제 학회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일본 등 4개국 치열한 경쟁 뚫고··· 'AOCR 2029' 서울 유치 성공
이날 학회에선 아시아·오세아니아 최대 규모 영상의학 학술대회인 'AOCR 2029(Asian Oceanian Congress of Radiology)'를 서울로 유치하는 데 최종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도경현 대한영상의학회 차기 회장은 "호주를 포함해 아시아 전역 약 30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AOCR은 최근 유치 경쟁이 매우 치열해진 상황"이라며 "이번 2029년 대회 유치전에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등 총 4개국이 뛰어들어 경합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최종 개최지로 낙점된 배경으로는 지난 2022년 대회의 성공 경험과 학술적 역량이 꼽혔다. 도 차기 회장은 "코로나19 방역 우려가 컸던 2022년 서울 AOCR을 4200여 명이 순수 참가하는 국제 행사로 안전하고 완벽하게 치러낸 역량이 회원국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나 유럽 학회에 가지 않더라도 서울에서 충분히 높은 수준의 학술적 성과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는 점과 K-컬처의 인기가 맞물려 큰 호응을 얻었다"며 "2029년 대회를 KCR과 AOSR이 동반 성장하는 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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