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부정 고의 판단···역대 최대 금액 부과석포제련소 조업정지·환경개선 투자 사례 강조금융당국과 기업 입장차, 업계 시선 다양
토양·지하수 환경정화 충당부채를 과소계상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204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영풍이 최근 미국에서 석포제련소의 친환경 기술을 소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 관련 법 위반과 회계 문제로 중징계를 받은 기업이 해외에서는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운 셈이어서 업계 안팎에서는 홍보 내용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영풍은 금융당국의 회계처리 판단과 미국 현지 활동은 성격이 전혀 다른 사안이며, 회계기준 해석을 둘러싼 견해 차이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영풍은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204억741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과징금이 회계 관련 단일 사건 기준 회사에 부과된 과징금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영풍이 토양과 지하수 환경정화 충당부채를 과소계상하고 석포제련소 유형자산 손상평가 과정에서도 조업정지 영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감사인 지정과 대표이사 해임권고 상당 조치 등을 의결했으며,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했다.
회계업계에서는 영풍이 토양·지하수 정화 의무에 따른 충당부채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데다 석포제련소 유형자산 손상평가 과정에서도 조업정지에 따른 손익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회계처리 위반을 단순 과실이나 중과실이 아닌 '고의' 수준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당부채는 기업이 과거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비용을 미리 부채로 인식하는 회계항목이다. 환경정화비용을 충당부채로 반영하면 당기비용이 늘고 이익과 순자산은 감소한다. 반대로 이를 과소계상하면 비용과 부채가 실제보다 적게 반영되고, 이익과 순자산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 재무상태가 양호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 회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증권선물위원회 조사 결과 환경정화 관련 충당부채 과소계상 규모는 2021년 약 1427억원, 2022년 약 1427억원, 2023년 약 2332억원, 2024년 약 2331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영풍은 이에 대해 "충당부채는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 과정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추정의 영역"이라며 "관련 법령과 회계기준에 따라 충당부채를 합리적으로 산정했고 복수의 외부 전문가와 독립된 감사인의 검토를 거쳐 회계처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안은 회계기준 해석과 추정 판단에 관한 금융당국과 회사 간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고의적인 회계부정이나 회계정보 왜곡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집행정지 신청과 행정소송 제기를 포함한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회계업계 일각에서는 조업정지로 인한 매출 감소와 비용 증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현금흐름을 토대로 자산가치를 높게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석포제련소는 과거 중금속이 포함된 폐수를 무단 배출하고 무허가 배관을 설치한 사실이 적발돼 경상북도로부터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영풍은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2024년 10월 대법원이 조업정지 처분이 적법하다고 최종 판단했고, 이에 따라 올해 2월 26일부터 4월 24일까지 58일간 조업을 중단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풍은 미국에서 석포제련소를 '세계적인 친환경 제련소'라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에서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 지원 리셉션'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장세환 영풍이앤이 부회장은 석포제련소의 폐수 무방류 시스템(ZLD) 등 환경개선 사례를 소개하며 "2019년 이후 다양한 환경개선 투자와 설비 개선을 통해 석포제련소가 친환경 제련소로 변화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가 개최한 리셉션과 관련해 고려아연 및 현 경영진과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영풍 석포제련소의 공정과 시스템은 프로젝트 크루서블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영풍은 이번 미국 방문이 금융당국의 회계처리 문제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가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 의사를 미국 정부와 지역사회에 전달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며 "당초 미국 제련소 투자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절차적 적정성을 문제 삼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제련소 부지가 환경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역인 만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폐수 무방류 시스템(ZLD) 등 석포제련소의 친환경 제련 기술과 운영 경험을 소개했다"며 "미국 현지 정부와 지역사회 관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환경 논란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석포제련소가 장기간 환경 관련 법령을 다수 위반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석포제련소는 과거 중금속 폐수 무단 배출 등의 사안으로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대법원은 지난해 해당 처분이 적법하다고 최종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회계처리 논란과 환경 개선 노력은 별개의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함께, 환경 규제 이력과 회계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는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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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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