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 USA는 더 이상 기술 전시회가 아니었다.
무론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과 플랫폼 기술은 여전히 행사장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기업 대표들이 가장 많이 강조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후속 미팅'이었다. 누구를 만났고, 어떤 논의를 나눴으며, 그 만남을 어떻게 계약과 공동개발로 이어갈 것인지가 본질이라는 의미다. 현장에서 만난 대표들 역시 하나같이 "행사는 시작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누구와 어떻게 연결해 비즈니스로 성사시키느냐였다.
바이오 산업 특성상 첫 만남 만으로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여러 차례의 기술 검토와 추가 논의 등을 거쳐야만 공동연구나 기술이전의 윤곽이 드러난다. 결국 행사장에서 잡힌 30분의 미팅보다 귀국 이후 이어지는 수개월의 논의가 계약 성패를 좌우한다. 실제 행사장 곳곳에서도 첫 만남보다 다음 일정을 조율하는 대화가 더 자주 오갔다. '후속 미팅'이 가장 많이 언급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변화는 참가 기업 구성에서도 확인됐다. 신약 개발 기업들이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위탁개발생산(CDMO)의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 대학들이 직접 여러 창업기업을 이끌고 글로벌 무대에 나서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과거 교수 창업이 개별 연구자의 도전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대학이 연구 성과를 글로벌 시장과 연결하는 역할까지 맡기 시작했다. 바이오 산업이 개별 연구자의 경쟁을 넘어 생태계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행사를 준비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느껴졌다. 일부 대표들이 국내 행사에 대해 "남들 가니까 관성적으로 가는 측면도 있다"고 털어놓은 것과 달리, 바이오 USA는 철저하게 자발적이고 압축적인 준비를 거쳐 완성되는 무대였다. 한 바이오텍 대표는 바이오 USA 일정이 끝나기도 전에 내년 미팅 일정을 이야기했고, 또 다른 대표는 1년 전부터 항공권과 미팅 일정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참가 자체보다 이곳에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논의를 이어갈 것인지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의 전략도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단순 기술 설명하는 것을 넘어 사람을 붙잡고 다음 만남으로 이어가기 위한 고민이 곳곳에 묻어났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행사장 밖에서도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노출될 수 있도록 대형 가방을 제작해 배포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플랫폼 구축과 초기 바이오텍 육성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우며 미래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잠재 고객이 자신들의 생태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비즈니스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이번 바이오USA는 바이오 산업의 경쟁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과거에는 개별 기업이 기술력으로 경쟁했다면 이제는 대학과 바이오텍, CRO, CDMO, 투자자, 글로벌 제약사가 유기적으로 맞물린 생태계 전체가 경쟁하는 시대인 셈이다.
기술은 더 이상 경쟁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선이 됐다. 글로벌 무대의 승부는 개별 기업의 기술력이 아니라 얼마나 강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기술을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서 갈린다.
뉴스웨이 현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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