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떠난 빈자리, 대기업 뭉칫돈이 채워예대마진 벗어나, ETF 수수료로 수익 챙겨
코스피가 8000선을 훌쩍 돌파하고 8800선까지 터치하는 등 유례없는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시중 자금이 증시로 쏠리는 '머니무브(Money Move)'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예·적금을 깨고 주식시장으로 직접 향하며 전형적인 '탈(脫)은행'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작 주요 시중은행들의 금고는 마르기는커녕 오히려 두둑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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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하며 증시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음
개인 투자자들이 예·적금을 깨고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머니무브 현상 가속화
전통적으로 은행 자금이 빠져나가던 공식이 깨지고, 은행 금고는 오히려 두둑해지는 현상 발생
5월 한 달간 개인 투자자들이 은행 예금에서 8조4066억원 인출해 증시로 이동
동기간 4대 시중은행 전체 수신 자금은 31조9905억원으로 폭증
은행 총수신 증가분의 89%가 기업성 자금
기업 정기예금 7조3202억원, 요구불예금과 MMDA 21조1382억원 급증
반도체·AI 등 주도주 기업들이 막대한 수익과 현금을 창출
이들 기업이 은행에 현금을 예치하며 유동성 선순환 구조 형성
거시경제 불확실성 속에 기업들은 단기성 자금 위주로 은행에 자금 적립하며 리스크 관리 강화
시중은행들은 ETF 상품 판매 등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에 주력
올해 4대 은행 ETF 판매액 5월 말 기준 46조3170억원, 지난해 연간 판매액의 두 배 돌파
은행들은 자산관리 중심 투자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ETF 판매 수수료로 수익 다변화
시중은행 관계자 "역대급 활황 속에서도 기업 현금 유입과 ETF 판매 호조가 맞물리며 유동성과 수익성이 동반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증시 활황기마다 은행권이 겪었던 '자금 가뭄'의 공식이 완전히 깨진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기업 수신과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의 비이자이익을 양대 축으로 삼아 새로운 생존 공식을 써 내려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개인 투자자들은 은행 정기예금과 요구불예금 등에서 총 8조 4066억 원을 인출해 증시로 이동했다. 개인 자금만 놓고 보면 뚜렷한 이탈 흐름이다. 반면 같은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몰린 전체 수신 자금은 31조 9905억 원에 달한다. 개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음에도 은행 전체의 수신 규모는 폭증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머니무브의 역설' 뒤에는 역대급 실적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주도주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개인들이 빚을 내서라도 증시에 투자한 자금은 결국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막대한 수익과 현금 창출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들 수혜 기업은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을 다시 은행에 예치하며 거대한 '유동성 선순환' 고리를 완성했다.
실제로 5월 늘어난 은행 총수신의 89%는 기업성 자금이 차지했다. 한 달 새 늘어난 기업 정기예금만 7조 3202억 원에 이르며, 초단기 자금인 요구불예금과 MMDA(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 예금)는 무려 21조 1382억 원이나 급증했다.
여기에는 거시경제의 불확실성도 한몫했다. 지난 2월 말 발생한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등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시장의 뇌관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섣부른 대규모 시설 투자나 인수합병에 현금을 쏟아붓기보다는 언제든 융통할 수 있는 단기성 자금 형태로 은행에 뭉칫돈을 쌓아두며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보수적인 재무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단순히 기업 자금을 보관하는 '수동적인 금고지기'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증시 활황을 적극적인 수익 창출의 기회로 활용하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핵심 무기가 바로 ETF 상품 판매를 통한 중개 수수료 수익이다.
올해 들어 4대 은행의 ETF 판매액은 5월 말 기준 46조 317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전체 판매액인 20조 2982억 원의 두 배를 가뿐히 넘어서는 폭발적인 수치다. 과거 수천억 원대 수준에 머물렀던 은행권의 월별 ETF 판매액은 올해 들어 조 단위로 뛰며 지형도를 뒤흔들고 있다. 일부 은행은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액의 3배를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은행의 뼈대가 되는 수익 모델은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에서 발생하는 '예대마진'이었다. 그러나 현재 시중은행들은 자산관리(WM) 중심의 투자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식 직접 투자의 높은 변동성을 부담스러워하거나 안정적인 분산 투자를 원하는 고객들의 자금을 은행 내 ETF 상품으로 적극 유도해 짭짤한 '통행세(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수신 자금 이탈을 비이자이익의 극대화로 상쇄하는 영리한 방어전인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주식 시장이 달아오르면 은행 자금이 이탈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지금은 역대급 활황 속에서도 막강한 기업 현금 유입과 ETF 판매 호조가 맞물리며 유동성과 수익성이 오히려 동반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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