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제품: 제약사가 '직접 만든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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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제약사가 '직접 만든 약'

등록 2026.05.30 07:12

이병현

  기자

제품은 '상품'과 구분되는 핵심 매출 유형자체 제조부터 위탁생산까지 포괄제품 비중, 제약사 체력과 경쟁력 읽는 단서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의 실적 기사를 읽다 보면 익숙하면서도 헷갈리는 단어가 나온다. 바로 '제품'이다. 일상에서는 판매되는 물건을 통틀어 제품이라고 부른다. 약국에서 파는 감기약도, 병원에서 처방 받는 전문의약품도 보통은 다 제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제약사 사업보고서나 실적 자료에서 쓰이는 '제품'은 조금 더 좁고 명확한 뜻을 가진다. 보통 회사가 직접 만들거나 자기 품목허가를 바탕으로 생산해 판매하는 의약품을 뜻한다. 반대로 다른 회사가 만든 약을 사 와서 팔거나 판권을 도입해 판매하는 경우는 '상품'으로 구분된다.

쉽게 말해 제품은 "내 이름표를 붙여 만든 약"에 가깝다. 상품이 남의 빵집에서 만든 빵을 떼어와 파는 것이라면, 제품은 내 주방의 레시피와 설비로 굽거나 내 고유의 주문서로 구워낸 빵인 셈이다.

회계에서 제품은 그냥 '물건'이 아니다


제품이라는 단어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먼저 '재고자산'이라는 회계 용어를 봐야 한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재고자산은 통상적인 영업 과정에서 판매를 위해 보유하거나 생산 중인 자산, 생산 과정에 소비될 원재료 등을 포괄한다.

이 재고자산 안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회계기준은 되팔기 위해 외부에서 사 온 재화인 '상품'과 기업이 자체 생산한 완제품인 '제품'을 명확히 구분한다. 제약사 공시에서 제품과 상품이 나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둘 다 결국 팔아서 매출을 만드는 자산이지만,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그 약을 확보했는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제품은 회사가 생산 과정을 거쳐 만든 완제품에, 상품은 외부에서 사 와서 되파는 재화에 가깝다.

제약사의 '제품'은 자사 공장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 한 가지 흔한 오해가 생긴다. 제품이라고 하면 제약사가 자기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 약만 떠올리기 쉽다. 물론 자체 공장에서 원료를 배합해 제조하고 포장까지 마친 약은 대표적인 제품이다. 하지만 제약업에서는 제품의 범위가 그보다 넓다.

현행 약사법(제31조)에 따르면 의약품 제조업자가 제조한 의약품을 판매하려면 품목별로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한다. 이때 법적으로 '제조'의 범위에는 다른 제조업자에게 제조를 위탁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즉, 제약사 제품은 무조건 "자사 공장에서 물리적으로 만든 약"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회사가 품목허가를 보유하고 외부 제조업체에 위탁생산(CMO)을 맡겨 판매하는 약도 공시상 제품 매출로 잡힌다. 제약업계에 흔한 위탁생산, 공동개발 구조를 생각하면 이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유명 커피 브랜드가 모든 원두를 직접 재배하지 않더라도 자기 레시피와 품질 기준으로 만든 커피를 자사 제품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제품매출', 제약사의 기초 체력 지표


이러한 이유로 제품매출은 제약사의 제조 체력과 자체 품목 경쟁력을 읽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신약, 개량신약, 제네릭, 일반의약품 등 회사가 자기 품목으로 판매하는 약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제품매출 비중이 크다는 것은 회사가 단순 유통을 넘어 제조와 품목 포트폴리오에 기반을 두고 실적을 내고 있다는 의미다. 공장 운영, 품질관리, 인허가, 생산기술, 영업망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의약품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엄격한 제조기록과 품질시험, 허가사항을 지켜야 한다. 제품매출은 이런 견고한 제조·허가 체계 위에서만 발생하기에 회사의 '본업 체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상품과 비교할 때 드러나는 진짜 경쟁력


상품매출과 비교하면 제품매출의 특징은 더 선명해진다.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 판권을 확보해 유통하는 식의 상품매출은 외형을 빠르게 키우는 데 유리하다. 이미 시장성이 확인된 품목을 자사 영업망에 얹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입 원가가 구조적으로 발생해 이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반면 제품은 개발, 허가, 생산, 품질관리까지 회사가 깊게 관여한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면 높은 이익률을 보장하고 회사의 장기 경쟁력을 입증하는 핵심 자산이 된다.

다만 제품이 많다고 무조건 수익성이 좋은 것은 아니다. 공장 설비 유지비, 품질관리비,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제네릭 위주의 제품 포트폴리오라면 가격 경쟁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정리하자면


제약사 실적 기사에서 '제품매출'을 볼 때는 단순히 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다음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어떤 품목인가: 신약인지, 제네릭인지, 전문의약품인지에 따라 시장 내 의미가 다르다.
▲성장 이유는 무엇인가: 가격 인상, 판매량 증가, 신제품 출시 등 질적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이익으로 직결되는가: 원가율과 품질관리비용, R&D 투자를 감안해 실제 수익성을 따져봐야 한다.

결국 제약사 공시 속 제품은 단순히 "팔고 있는 약"이 아니다. "이 회사가 남의 약을 떼어다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품목과 제조 기반으로 얼마나 내실 있게 돈을 벌고 있는가"를 묻는 가장 확실한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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