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퍼스트 인 클래스: '첫 출시' 아닌 '최초의 작동 방식'

ICT·바이오 제약·바이오 제약바이오 해독기

퍼스트 인 클래스: '첫 출시' 아닌 '최초의 작동 방식'

등록 2026.03.28 08:41

수정 2026.03.28 08:42

이병현

  기자

기존 치료제와 다른 완전히 새로운 작동 방식미국 FDA가 엄격히 분류하는 혁신 신약 사례행정적 최초와 과학적 최초의 차이 명확히 이해하기

그래픽=ChatGPT 생성 이미지그래픽=ChatGPT 생성 이미지

제약·바이오 기사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용어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는 흔히 '계열 내 최초'로 번역된다. 하지만 이 용어의 핵심은 단순한 '출시 시점'이 아니다. 기존 치료제와는 완전히 다른 작동 방식으로 질환을 겨냥한 첫 번째 약이라는 데 진짜 의미가 있다. 제약 산업에서 이는 단순한 신약 개발을 넘어, 질병을 극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것을 뜻한다.

'클래스(Class)'의 진짜 의미: 새롭게 개척하다


여기서 말하는 '클래스'(계열)는 같은 기전, 같은 표적, 같은 경로로 묶이는 약물군을 뜻한다. 따라서 퍼스트 인 클래스는 단순히 성분 배합을 바꾸거나 복용 편의성을 위해 제형을 변경한 약이 아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산하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는 매년 신규 승인 약물을 정리하며 퍼스트 인 클래스를 엄격하게 별도로 분류한다. 그 기준은 단 하나, '기존 치료와 다른 기전으로 새로운 약리학적 효과를 내는가'이다. 2024년 연례 보고서에서도 이를 "특정 질환에서 새로운 생물학적 표적에 작용해 새로운 약리 효과를 내는 약"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이전에 없던 방식으로 몸의 새로운 표적과 경로를 건드려야만 비로소 이 수식어를 얻을 수 있다.

비유하자면


질병을 굳게 닫힌 문이라고 가정해 보자. 기존의 신약 개발이 기존 자물쇠에 맞는 열쇠의 모양을 조금씩 다듬어 문을 더 부드럽게 열리게 만드는 과정이라면, 퍼스트 인 클래스는 아예 숨겨져 있던 새로운 자물쇠(표적)를 찾아내거나, 물리적인 열쇠가 아닌 지문 인식이나 전자 칩(새로운 기전)이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문을 여는 것과 같다. 약리학에서는 이를 세포 표면의 '수용체'와 이에 결합하는 물질의 관계로 설명하는데, 통상 퍼스트 인 클래스는 이전에 누구도 공략하지 않았던 새로운 수용체를 타깃으로 삼아 질병이 진행되는 근본적인 연결 고리를 끊어내는 선구적인 역할을 한다.

실제 사례



실제 FDA의 신약 승인 발표를 보면, 어떤 작동 방식이 처음인지 문장으로 명확하게 적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해당 신약이 기존 의학계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아래는 FDA가 소개하는 대표적인 계열 내 최초 신약 사례다.

코벤피(2024년 승인): FDA는 이를 성인 조현병 치료에서 처음 나온 '무스카린 수용체 작용 약'으로 소개했다. 수십 년간 뇌의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식에만 머물렀던 조현병 치료에 완전히 새로운 약리학적 경로를 열었기 때문이다.

마운자로(2022년 승인): 당뇨 및 비만 치료제 시장을 뒤흔든 이 약물에 대해, FDA는 두 가지 호르몬 수용체(GIP, GLP-1)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최초의 약이라고 명시했다. 단일 호르몬 수용체에만 작용하던 기존 약물군(클래스)과 궤를 달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초심자나 일반 독자는 퍼스트 인 클래스를 '세계 최초 신약'이나 '미국 최초 승인'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작동 방식이라는 과학적 개념과, 특정 국가에서 첫 번째로 허가를 받았다는 행정적 절차는 완전히 별개의 항목이다

요컨대 퍼스트 인 클래스는 '시간상 먼저 나온 약'이 아니라 '완전히 처음 등장한 작동 방식의 약'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