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강한 지지 입장을 재차 드러내며 디지털 자산 시장 규제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 다만 미국 의회에서는 암호화폐 시장 구조 법안인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법안 통과 전망은 오히려 불투명해지고 있다.
해외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게이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SNS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미국은 이제 세계 암호화폐의 중심지"라며 친(親) 암호화폐 정책 기조를 강조했다. 그는 게리 겐슬러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과 이른바 "반(反) 암호화폐 세력"이 과도한 규제로 혁신을 해외로 밀어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무기한 선물, 혁신 기업들이 미국을 떠나도록 만들었다"며 "우리 행정부는 개발자와 기업가들을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암호화폐 혐오 세력도 무너뜨릴 수 없는 미래형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발언이 장기적으로 미국 내 암호화폐 산업 육성 정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의회가 추진 중인 클래리티 법안 통과 여부가 향후 미국 디지털 자산 산업의 핵심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클래리티 법안은 암호화폐 시장의 규제 체계를 명확히 하고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권한을 정리하기 위한 법안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 내 블록체인 기업과 개발자들의 법적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워싱턴 정가에서는 법안 처리 동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친암호화폐 성향으로 알려진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X(옛 트위터)를 통해 "클래리티 법안이 이번 회기 내 통과되지 못하면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단지 코드를 게시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기소 위험에 놓일 수 있다"며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TD 코웬(TD Cowen)의 워싱턴 리서치 그룹 애널리스트 재럿 세이버그 역시 올해 안에 클래리티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이 보다 강력한 규제 장치와 이해 충돌 방지 조항을 요구하면서 정치적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의 디지털 자산 거래를 제한하는 이해 충돌 방지 조항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트럼프와 연관된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트럼프 및 멜라니아 밈코인(TRUMP·MELANIA),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 아메리칸 비트코인(American Bitcoin) 등이 있다. 민주당은 특정 정치인의 영향력과 디지털 자산 사업 간 이해 충돌 가능성을 문제 삼고 있지만, 공화당은 이를 정치적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치권 갈등이 심화되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빠르게 식고 있다.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Kalshi)에 따르면 2027년 이전 클래리티 법안 통과 가능성은 최근 약 75% 수준에서 50% 이하로 급락했다.
정치 전문 기자 엘리너 테렛은 "클래리티 법안이 오는 6월 초 상원 본회의 심의 일정 확보를 위해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의회는 현재 국경 안보 협상과 주택 정책 패키지, 농업 법안, 오는 6월 12일 만료 예정인 해외정보감시법(FISA) 재승인 문제 등 굵직한 현안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공화당 내부의 재정 정책 갈등까지 겹치며 클래리티 법안 처리 전망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루미스 의원은 비공개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며 "클래리티 법안의 윤리 조항과 지니어스 법안의 기술적 수정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김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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