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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의 17시간 마라톤 협상 막전막후

등록 2026.05.13 13:23

정단비

  기자

새벽 3시 결렬···총파업 위기 고조핵심 쟁점은 '성과급 제도화' 충돌긴급조정권 발동론까지 부상

사진=강민석 기자사진=강민석 기자

총파업을 8일 앞둔 삼성전자 노사가 약 사흘간 이어진 사후조정 절차에서도 끝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돌아섰다. 특히 노사의 간극은 17시간 가까운 마라톤 협상에도 좁혀지지 않았다. 최대 30조원대 손실이 예상되는 총파업 우려도 한층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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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삼성전자 노사가 사후조정 절차에서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

총파업 위기가 고조되며, 최대 30조원대 손실 우려가 커짐

파업이 국가 경제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 확산

자세히 읽기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자는 제도화 요구

사측은 경영 실적에 따른 유연한 성과급 지급 방식을 주장

17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에도 합의점 찾지 못함

맥락 읽기

반도체 산업 특성상 고정비 부담이 기업 경영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음

글로벌 테크 기업 중 영업이익 비율을 고정해 성과급 지급하는 사례 드묾

삼성전자가 성과급 고정 비율을 도입하면 산업계 전반에 유사 요구 확산 가능성

현재 상황은

삼성전자 노조는 요구 관철 안 되면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 예고

정부와 재계는 긴급조정권 발동 등 적극적 개입 필요성 제기

법원 가처분 신청과 긴급조정권의 차이점 및 적용 조건 논의

어떤 의미

반도체 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자 수출의 20% 차지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국민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에 심각한 악영향 우려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과 노사 간 원칙 있는 협상 필요성 강조

다만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단순 기업 실적 타격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물론 국가 경제 전반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시간 마라톤 협상에도 평행선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이하 초기업노조)를 이끄는 최승호 위원장은 13일 오전 3시께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후조정은 조합에서 결렬 선언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조정안을 요청했고 12시간 가까이 기다려서 나온 결과였지만 오히려 퇴보한 안건이었다"며 "우리의 성과를 외부 요인에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일회성 안건 역시 수용할 수 없어 결렬 선언했다"고 강조했다.

총파업 전 마지막 협상 테이블 마저 깨진 셈이다. 삼성전자 노사 간 사후조정 절차는 당초 11일부터 12일까지 양일간 예정돼 있었다. 1차 사후조정 회의는 1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진행됐고 2차 사후조정 회의는 12일 오전 10시부터 13일 오전 2시 50분까지 열렸다.

1차 조정은 양측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2차 조정에서는 자정을 넘겨 17시간 가까운 마라톤 협상이 이어졌다. 중노위 중재 하에 총 28시간이 넘도록 노사가 대화를 이어갔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노조 "15% 제도화" vs 회사 "유연성"


노사가 장시간의 마라톤 협상에도 첨예한 입장차를 보인 지점은 성과 보상 체계의 제도화 방식이다. 노조는 그간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를 주장하며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자고 요구했다. 노조는 영업이익 15%가 불가능하다면, 1~2%포인트(p) 낮추더라도 이 같은 성과급 보상 방식을 제도화하자는 입장이다.

노조 요구대로라면 성과급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매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15% 수준을 직원들 성과급에 쓰게 된다. 사실상 성과급을 고정비에 준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다.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성과급 재원만 40조~45조원에 달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작년 쓴 연구개발비용(37조7000억원)보다도 많다.

반면 사측은 경영 실적에 따른 유연한 제도화를 가져가자는 입장이다. 회사에서는 현행 OPI 제도와 특별보상을 결합하는 구조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경영이 어려울 경우 기존 OPI 제도에서 지급하는 대신 반도체 슈퍼사이클 시기를 만난 지금처럼 경영 성과가 좋을 때는 별도로 성과급을 추가 지급하는 형태로 가자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도 "정부가 노사 양측의 주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협의를 지원했으나 노조는 오늘 새벽 결렬을 선언했다"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우려를 보였다.

그러면서 "노조는 경영실적에 따른 회사 측의 유연한 제도화를 거부하며 경직된 제도화만을 시종 고수하고 있다"며 "회사는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삼성 선례되면 시장 전반 확산 가능성"


실제 시장에서는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제도화 방식이 반도체 산업 특성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시장은 변동성이 큰 시장이고 막대한 규모의 연구개발 및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즉, 고정비 부담은 적자 전환이나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더구나 글로벌 테크 기업 중 영업이익의 특정 비율을 무조건 성과급으로 지급하도록 명문화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시장에서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도화하자'는 노조 측의 요구가 가져올 부작용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해 성과급으로 배분하게 되면 업황 둔화시 미래 투자 여력이 위축되고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더구나 '삼성전자'라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가 성과급 고정 비율 모델을 정착시킬 경우, 시장 전반으로 동일한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경영 환경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카카오는 영업이익 10%,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업이익 20%,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 30%, 현대차는 순이익 30% 등 산업계 전반에서 '영업이익의 N%'를 요구하는 형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도 우려···"파업은 없어야"


정부도 이번 사태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사후조정 과정이 예정됐던 조정기일을 넘어 사흘간 이어졌다는 점을 보더라도 중노위 역시 삼성전자 노사 갈등 건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사후조정 결렬 소식을 듣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부의 사후 조정으로도 노사 교섭이 타결되지 못한 데 대해 정부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삼성전자는 세계가 주목하는 중요한 기업이므로, 현재의 경영 상황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사 양측이 원칙 있는 협상을 이뤄내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우리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며 노조를 정면 비판한 바 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긴급조정권 발동론까지 거론


사후조정이 결렬됨에 따라 사실상 총파업 위기는 더욱 높아졌다. 삼성전자 노조는 그간에도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시점은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다.

학계와 산업계 등 재계에서는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한다. 노동조합법상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파업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18일간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직접 손실만 30조원에 달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충격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로 국가 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삼성전자가 앞서 법원에 노조의 불법 파업을 금지해 달라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총파업 자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노조법에서 금지하는 ▲안전보호시설 정상 운영 방해(제42조 2항) ▲장비손상 및 원료·제품 변질 방지작업 중단(제38조 2항) ▲생산라인 등 사업장 주요 시설 점거(제42조 1항) ▲협박을 통한 쟁의참여 강요(제38조 1항) 등 4가지 위법한 쟁의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다. 즉, 법원이 사측의 손을 들어 인용해주더라도 위법한 쟁의행위를 제외한 적법한 절차 내 파업은 가능하다.

반면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로,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다.

긴급조정이 발동되면 해당 노조는 즉시 30일간 파업 등 일체의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하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 조정 절차에 착수한다. 30일간의 냉각 기간 동안 노사는 협상을 재개하게 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중노위 위원장 직권으로 중재 회부가 결정된다. 국민경제와 공익에 미치는 파장이 일반적인 노사 갈등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판단될 때 적용되는 '최후의 수단'에 해당한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 수출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노사 자율 해결의 원칙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노동조합법 제76조에 따른 예외적 조정 절차에 나서야 할 단계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노사 자율 협의가 우선이라는 원칙은 존중하지만, 이번 사안은 461만 소액주주의 자산, 1700여 협력사의 생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이 모두 걸린 사안"이라며 "이미 노조 측이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황에서 자율 해결만 기대하기 어렵다면, 정부가 긴급조정권이라는 법적 장치를 적극 활용해 국가 경제를 지키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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