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내 성장 잠재력 높은 시장 집중현지 유통·물류·이커머스 연결 밸류체인 구축정책 리스크·경쟁 환경 속 신사업 활성화 시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첫 해외 현장 경영지로 '베트남'을 선택했다. 롯데그룹이 중국 사업 축소 이후 새로운 성장 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베트남을 핵심 거점으로 격상시키고 있다는 전략적 신호로 해석된다.
2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하노이를 방문해 올해 첫 현장 경영을 진행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중심으로 백화점, 마트, 호텔 등 현지 주요 계열사의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운영 상황과 향후 전략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식상 정례적인 현장 점검이지만 첫 방문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롯데가 베트남에 무게를 두는 배경에는 구조적인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롯데 유통과 관광 사업의 핵심 축이었던 중국 시장은 사드(THAAD) 사태 이후 사실상 확장 동력을 잃었다. 이후 롯데는 대체 시장을 모색해왔고, 동남아 가운데서도 베트남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다. 정치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고 한국 기업에 대한 인식이 우호적인 데다 경제 성장과 소비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업 지표도 일정 부분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한다. 롯데쇼핑 베트남 법인은 최근 몇 년간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백화점과 마트 사업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도시 중산층 확대에 따른 소비 증가 흐름을 일정 부분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아직 시장 지배력을 확보했다기보다는 '성장 궤도에 진입한 초기 단계'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식품과 외식 부문도 동반 확장 중이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계열사는 매출 증가와 함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으며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식품 계열사들도 현지 생산과 유통망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일 사업 진출이 아니라, 유통·식품·외식을 연결하는 구조를 통해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롯데 전략의 핵심은 '밸류체인 확장'이다. 단순히 점포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유통을 중심으로 물류와 이커머스를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오는 5월 가동 예정인 동나이 물류센터는 이러한 전략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물류 기반이 확보되면 상품 조달과 배송 효율이 개선되고 이는 가격 경쟁력과 서비스 수준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온라인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베트남 시장에서 대응력을 높이는 역할도 기대된다.
다만 이러한 구상이 단기간에 성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베트남은 지역 간 인프라 격차가 크고 물류 비용 구조도 아직 비효율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이커머스 시장 역시 이미 글로벌 플랫폼과 현지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후발주자인 롯데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 환경도 변수다. 베트남 유통·부동산 시장에서는 빈그룹과 같은 현지 대기업이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도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가 추진하는 복합 사업 모델이 이러한 경쟁 구도 속에서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롯데가 추진 중인 호치민 투티엠 신도시 '에코 스마트 시티' 개발 사업은 이러한 전략의 확장판으로 볼 수 있다. 유통 시설을 넘어 주거·상업·업무 기능이 결합된 대규모 복합 프로젝트로 성공할 경우 장기적인 수익 기반 확보가 가능하다. 그러나 부동산 개발 사업 특성상 투자 회수 기간이 길고 경기 및 정책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리스크 역시 적지 않다.
이번 방문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지점은 '네트워크 강화'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정부 및 공공기관과의 관계가 사업 인허가와 확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신 회장이 현지 고위 관계자들과 잇달아 면담을 진행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는 사업 추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베트남 방문은 단순한 현장 점검을 넘어 롯데의 글로벌 전략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베트남을 한국과 일본에 이은 '제3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방향성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성장 가능성과 리스크가 공존하는 초기 확장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롯데의 베트남 전략을 두고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편에서는 중국 이후 대체 시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투자 대비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이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향후 몇 년간 매출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 시장 점유율, 그리고 유통·물류·이커머스를 연결하는 밸류체인 완성 여부가 이 전략의 성패를 가를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뉴스웨이 서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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