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銀 요구불예금 한 달 새 15조원 급증···45개월 만에 최대치중동발 불확실성에 투자 심리 얼어붙어···예금 금리는 불과 2%대가계대출 규제·코픽스 상승 부담 딜레마···추후 머니무브 전망도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15조477억원 급증한 699조908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4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식 예금이나 파킹통장 등 이자가 연 0.1~1% 수준으로 거의 없지만 언제든 자금을 현금화할 수 있어 대표적인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꼽힌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은행에 단기로 고인 원인으로는 최근 격화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꼽힌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지면서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으로 향하던 투자 심리가 차갑게 식은 것이다. 투자자들은 섣불리 방향성을 정하지 못하고 일단 현금을 확보한 채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다만 해당 자금이 은행의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완전히 정착한 것도 아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주요 상품 금리는 연 2%대 중후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적은 이자를 받기 위해 자금을 장기간 묶어두는 정기예금에 가입하기보다, 언제든 기회가 오면 다시 증시로 뛰어들기 위해 요구불예금에 자금을 '파킹'해두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들이 넘쳐나는 대기 자금을 흡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금 금리 인상이 곧바로 대출 금리 인상으로 직결되는 수익 구조 때문이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예·적금 금리 등 수신 상품의 금리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은행이 예금 금리를 높여 자금을 조달하면 코픽스가 오르고, 이는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 가중으로 이어진다. 가계부채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금융당국의 깐깐한 시선을 고려할 때 은행이 선제적으로 수신 경쟁에 나서 대출 금리 상승을 유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은행이 굳이 비싼 이자를 주며 정기예금을 유치할 유인도 부족하다. 현재 은행권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대출 자산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어렵다. 대출을 내줄 곳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고금리 예금만 늘어나면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만 악화될 뿐이다. 게다가 이미 이자를 거의 주지 않아도 되는 요구불예금이 700조 원 가까이 쌓여 있어 저원가성 자금이 넉넉하기 때문에 은행이 수신 경쟁에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막대한 대기성 자금이 당분간 뚜렷한 목적지 없이 은행권 주변을 맴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향후 대외적 리스크가 진정되고 금리 방향성이 명확해질 경우 활발한 '머니무브'가 나타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요구불예금에 머무는 자금은 본질적으로 수익률을 좇는 투자 자금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며 "추후 중동 리스크 등 시장 불확실성이 걷히면 증시나 가상자산 시장으로 거액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대규모 '머니무브'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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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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