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경제 반등 기대했는데 '역습'···정부 긴급 수혈 '속도전'

금융 금융일반 美-이란 전쟁

경제 반등 기대했는데 '역습'···정부 긴급 수혈 '속도전'

등록 2026.03.03 13:34

김다정

  기자

호르무즈 해협 위기에 유가·물류비 급등···수출 중소기업 자금난 심화금융권 '100조+α' 가동, 5대 지주 긴급 수혈···기업 유동성 악화 차단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올해 '2%대 성장률' 탈환을 노리던 한국 경제에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대형 악재가 덮쳤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정부와 금융권은 실물 경제로의 위기 전이를 막기 위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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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한국 경제가 2%대 성장률 회복을 노리던 중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부상

미국-이란 긴장 고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제기

정부와 금융권 비상체제 돌입

숫자 읽기

한국은행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 2.0%

KDI·IMF 1.9%, 정부 2.0%, OECD 2.2%와 비교해 중간 수준

호르무즈 해협, 전 세계 해상 원유 20~30%·LNG 25% 통과

자세히 읽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국제 유가 급등, 국내 산업·물류비 부담 가중 불가피

이미 국제유가·천연가스 가격 급등세, WTI 한때 12% 급등

장기화 시 중소·중견기업 타격 우려

현재 상황은

금융당국, 13.3조원 규모 금융지원 프로그램 가동

100조원+α 시장안정 프로그램 등 신속 시행

5대 금융지주, 피해기업 대상 유동성·운전자금·금리 감면 등 지원 확대

어떤 의미

단기적으로 국내 거시경제 영향 제한적 전망 우세

장기화 땐 유가 상승, 물가 부담, 중소기업 자금압박 등 위험 커질 가능성

정부·금융권, 24시간 모니터링·맞춤형 지원으로 위기 대응 총력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1.8%)보다 0.2%p(포인트) 높은 수치로, 우리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 궤도에 오르자 석 달 만에 눈높이를 높인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각 제시한 1.9%보다 0.1%p 높고, 정부 전망치(2.0%)와 비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2.2%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반등' 낙관론 고개 들자 중동리스크 '찬물'


하지만 한국은행과 주요 경제 기관들이 반도체 훈풍을 타고 올해 경기회복을 낙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동리스크가 다시 고개를 들어 찬물을 끼얹는 분위기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고 이란이 보복 공격에 나서는 등 중동지역 혼란이 심화된 가운데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의 고문인 이브라힘 자바리는 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하고 "누구든 통과하면 그 선박을 불태우겠다"고 엄포를 놨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유일한 통로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30%가 통과한다. 또 카타르 등 주요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의 수출로로, 전 세계 LNG 물동량의 약 25%가 통과한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이는 곧 국제 유가 상승과 물류비 가중으로 이어져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국제유가와 아시아·유럽 지역 천연가스 가격은 벌써부터 급등세를 보이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1.23달러로 전장보다 6.3% 올랐다. WTI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75.33달러로 12% 급등하며 지난해 6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향 제한적일 것" 전망에도···금융당국, 시장안정·산업지원 '총력'


다만 아직은 '국내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비교적 우세하다. 특히 수출의 경우 이번 사태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이번 중동사태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으로 본다"면서도 "수출이나 소비보다는 장기화 시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에는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의 충격이 거시경제 지표 전반을 뒤흔들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기초 체력이 약한 중견·중소기업에 실질적인 생존 위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유가·물류비 상승→원가 부담 가중→중소기업 자금 압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방어막을 가동했다. 이번 사태가 일시적 현상을 넘어 실물 경제의 펀더멘털을 흔들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한국거래소, 국제금융센터 등과 함께 개최한 중동상황 관련 관계기관 합동 「금융시장 상황점검회의」에서 최근 중동 지역 내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및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중동지역 수출 취약 중소·중견기업 지원방안 등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이억원 금융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한국거래소, 국제금융센터 등과 함께 개최한 중동상황 관련 관계기관 합동 「금융시장 상황점검회의」에서 최근 중동 지역 내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및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중동지역 수출 취약 중소·중견기업 지원방안 등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는 3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한국거래소, 국제금융센터 등과 합동으로 '금융시장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위해 13조3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중동 상황에 영향을 받은 기업에 자금 지원과 금리 감면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앞서 1일에는 이미 마련된 10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 등 금융시장안정조치를 신속히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거에 만들어졌던 100조원 규모 시장안정 프로그램은 현재 가동된 상태로, 적극적인 시행을 지시한 상황"이라며 "이번 13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산업 지원 사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한국은행도 이창용 총재 주재로 '중동사태 상황점검 TF 회의'를 개최해 이번 중동 사태가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경제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당분간 TF를 가동해 금융·경제 영향과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통해 적기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5대 금융지주, 중소기업 지원 '동참'···'경영안정' 긴급 자금 가동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서도 이번 중동사태로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며 현장의 자금 경색 해소에 사활을 걸고 있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는 중동정세가 급격히 악화되자 일제히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유동성 공급 '속도전'에 나섰다. 이번 악재가 실물 경제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중소·중견기업 대상 맞춤형 유동성 공급에 주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은 1일부터 'KB재해복구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해 분쟁 지역 진출 기업과 수출입 실적이 있는 기업·협력사를 대상으로 피해규모 이내에서 최대 5억 원의 운전자금과 피해시설 복구를 위한 시설자금을 지원한다.

신한은행도 '신한 재해복구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 규모 범위 내 최대 10억원의 운전자금 및 시설복구자금을 지원한다. 하나은행은 피해 기업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위해 총 12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고, 해당기업에 최대 5억원 이내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피해 업체를 대상으로 5억원 한도의 운전·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무역보험공사에 420억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해 총 8000억원가량의 보증서 대출을 업체당 최대 100억 원까지 지원한다. NH농협은행도 피해 기업들에 최대 5억원 규모의 신규 시설자금과 운전자금을 지원한다.

이들 5대 은행은 공통적으로 만기도래 여신 최장 1년 이내 기한 연장, 최장 6개월 이내 분할상환 유예, 최대 1.0%p 범위 내 대출금리 감면 등의 방식으로 피해를 입은 국내 기업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수출기업이 지정학적 충격에 흔들리지 않도록 유동성 지원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시장 안정화 조치에 발맞춰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 금융회사로서 시장 안정을 위해 협조할 일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차질 없이 동참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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