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형 딜 뒤 '이호진 그림자'

산업 재계 불안한 확장, 태광

대형 딜 뒤 '이호진 그림자'

등록 2026.02.25 06:45

이승용

  기자

애경·코트야드 인수로 커진 의사결정 논란대형 M&A 연쇄 속 최대주주 역할 재조명계열사 이사회 책임 구조, 전략 주체가 쟁점

대형 딜 뒤 '이호진 그림자' 기사의 사진

태광그룹의 잇단 인수·합병(M&A)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단순한 거래 성사 여부를 넘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공식 직함은 없지만 주요 계열사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 전 회장이 최근 대형 딜의 '결정권자'로 거론되면서, 태광의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부상하는 분위기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태광산업은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63%를 약 4475억원에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는 당초 약 4700억원에서 약 5%(225억원) 낮아진 금액이다. 이와 함께 태광산업은 서울 중구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 인수 본계약도 체결했고 거래 규모는 약 2500억원대로 알려졌다.

이처럼 업종을 가리지 않는 확장이 빠른 속도로 이어지면서 성과에 대한 기대와 함께 '책임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태광그룹은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계열사 중심 구조로 법적으로는 각 계열사 이사회가 인수 여부를 의결하고 대표이사가 책임을 진다. 다만 대형 인수의 방향 설정이 그룹 차원에서 설계되고 실행은 개별 법인이 담당하는 방식이 반복될 경우, 손실 발생 시 법적 책임과 전략적 책임의 귀속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태광산업은 신사업 투자 재원 마련을 이유로 지난해 3186억원 규모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도 자금 조달 필요성과 의사결정 배경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면서, 그룹 차원의 전략 판단과 이사회 책임 구조가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이 전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확대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 지분 29.4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금융 계열사인 흥국생명 지분도 56.30% 직접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1년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그는 2021년 10월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고 취업 제한 규정에 따라 복귀가 제한됐다가 2023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공식 직함과 별개로 지배력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복귀 여부 자체보다 실질적 역할과 책임 라인이 어떻게 정리돼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대형 딜이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상황에서 최종 판단 주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외부의 시선이 최대주주에게로 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자금 조달·거래 조건을 둘러싼 변수가 노출될수록 최대주주가 '공식 책임'에서 비껴서 있는 구조가 시장에 던지는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

태광산업은 재무 안정성 지표는 양호하지만, 2025년 연결 실적은 악화됐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약 1조 8274억원으로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약 354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같은 해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약 5334억원, 자본총계는 약 3조 9,568억원으로 부채비율은 약 13.5%수준이다.

본업 회복이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부담이 특정 계열사에만 그치지 않고 그룹 전반의 신용도와 조달 비용으로 확산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현금유출과 재무 부담이 커지고, 중장기적으로는 신용도 및 조달비용 상승으로 전이될 수 있다.

결국 태광의 확장 전략은 '성장'과 함께 '책임'도 동시에 평가받는 국면에 들어섰다. 대형 딜이 이어질수록 이호진 전 회장의 이름이 중심에 놓이는 배경도, 거래의 경제성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의사결정·책임 라인의 공백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공식 직함이 없는 최대주주가 실질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경우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의사결정 영향력은 있지만 법적 책임 구조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주주 중심 의사결정이 강화되면 소수주주 가치 훼손 논란이 제기될 수 있고 소수주주 보호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은 지배구조 투명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런 구조는 ESG 등급이나 대외 신뢰도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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