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캐나다 수주전, '늑장 대응'서 '대역전' 서사로 가려면

오피니언 기자수첩

캐나다 수주전, '늑장 대응'서 '대역전' 서사로 가려면

등록 2026.01.29 16:55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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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겨울날에도 독일과의 '국가대항전'을 앞둔 한국의 열기가 뜨겁다. 사업 규모만 최대 60조원에 달하고, 여기에 국내 2만개의 일자리와 최소 40조원 이상의 생산 유발 효과가 기대되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을 판가름할 막판 전력을 투입하고 있어서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한국이 CPSP에서 경쟁국인 독일에 대항하기에 녹록지 않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캐나다가 사업 수주 조건에 잠수함의 성능과 기술력만큼이나 장기 운용·정비와 경제 협력에 높은 배점을 줬기 때문이다. 이른바 '절충교역'을 골자로 CPSP는 단순 무기 구매 사업이 아닌 국가 간 산업 패키지 경쟁으로 판이 커졌다.

독일은 일찍이 캐나다 입맛에 맞춘 산업 패키지를 내놨다. 특히 캐나다가 요구한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서 폭스바겐 그룹의 자회사인 파워코가 진작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나섰다. 벤츠도 캐나다 기업과 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양국은 수소·액화천연가스(LNG)·핵심 광물 부문에서 업무협약(MOU)을 맺고 에너지·자원 동맹을 구체화했다.

반면 한국의 협상 카드는 모호했다. 캐나다가 콕 집어 요구한 현대차의 공장 건립은 미국 투자와 맞물려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고, 정부가 참여를 요청한 타 기업들의 협력 방안도 명확하지 않았다. 앞선 폴란드 오르카 사업에서 해외 방산 수주가 정부 대 정부(G2G) 차원의 경쟁으로 확장됐다는 오답노트를 쓰고도 초반 대응은 '늑장'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뒤늦게 등판한 정부 주도 '팀 코리아'는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캐나다 방문에 동행한 데 이어, 한화오션과 HD현대, 현대차그룹이 수조원대 협력 방안으로 대규모 패키지 딜을 완성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독일과 맞먹는 수준의 규모로 올라선 모습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공장 건설 대신 캐나다 정부의 탄소중립 기조에 맞춰 '수소 생태계 구축 협력'을 제안하며 전기차 배터리를 앞세운 독일의 공세에 정면 대응했다. 관련 MOU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수주를 전제로 약 3억4500만 캐나다달러(약 3600억원)를 출연해 철강·우주·인공지능(AI) 관련 협력을 제안하고, 현지 기업 5곳과 MOU를 체결했다. HD현대는 잠수함 종합 컨설팅 및 조선 기술 이전, HD현대오일뱅크 중심 캐나다 원유 수입 방안을 마련했다.

문제는 구체성이다. 사업의 방향성은 잡혔으나, 수입 물량이나 인프라 투자 액수, 기술 협력 규모와 기간과 같은 구체적인 숫자가 부재하다. 독일의 산업 협력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제안도 본 계약 수준의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의 외교적 계산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은 현재 미국과 조선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상황에서 캐나다와의 산업 협력이 미국과 별개로 비춰지면, 트럼프의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캐나다와의 협력이 북미 방산 공급망 구축이라는 큰 틀에서 미국의 안보와 산업에 기여하는 협력이라는 프레임을 가져가야 하는 배경이다.

대역전의 서사는 이제 막 불이 붙기 시작했다. 캐나다를 사로잡으려면 의지에 그친 선언에서 한 단계 나아가, 구체적인 수치와 확실한 담보가 필수적이다. 캐나다 수주를 계기로 북미 산업 파트너십을 결성한다면, 오히려 미국과의 방산 외교에서 점수를 따낼 여지도 충분하다.

다만 적진의 성벽이 두터운 만큼 한시가 급하다. 팀 코리아의 뒤늦은 반격이 피날레가 될 골든타임은 두 달 남짓이다. 독일의 철옹성을 넘어설 더 확실한 한 방을 던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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