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약가 인하, 1만명 실직할 수도"···향남서 쏟아진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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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 인하, 1만명 실직할 수도"···향남서 쏟아진 경고음

등록 2026.01.22 17:42

수정 2026.01.22 17:48

이병현

  기자

중소제약사 생산·고용 위협 호소노동계, 일방적 정책 추진 우려 표출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련 의약·화장품분과'와 '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화성시 향남읍에 위치한 한국제약협동조합 회의실에서 약가제도 개편 노사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이병현 기자'한국노총 전국화학노련 의약·화장품분과'와 '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화성시 향남읍에 위치한 한국제약협동조합 회의실에서 약가제도 개편 노사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이병현 기자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게 되면 직원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생산량 감축과 구조조정은 필연적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 향남 단지에서만 많은 근로자가 생업 위협을 받게 될 것입니다."

서정오 한국제약협동조합 전무는 22일 경기도 화성시 향남제약단지 한국제약협동조합 회의실에서 열린 약가제도 개편 노사 현장 간담회 중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후 추운 날씨만큼이나 현장 분위기는 무거웠다.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안을 둘러싸고 노사가 한자리에 모였지만, 토론의 온도는 낮지 않았다. 참석자 발언은 공통적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약가 인하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존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는 '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련 의약·화장품 분과'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정부 개편안이 본격 시행될 경우 산업 현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정책 재검토를 촉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첫 발언에 나선 노현홍 비대위원장(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정부가 예고한 대규모 약가 인하가 원안대로 강행될 경우 산업 기반 붕괴와 일자리 축소,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중견 제약기업이 밀집한 향남단지는 경영 환경 변화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된다"며 "이는 곧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노 위원장은 특히 "국민 생명과 직결된 특수의약품과 국산 전문의약품 생산이 위축되면, 결국 고가 수입의약품 의존이라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며 "산업과 노동, 국민 모두를 위한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동계 발언은 더 직설적이었다. 이장훈 한국노총 화학노련 의약·화장품 분과 의장은 "제약산업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필수 산업"이라며 "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일자리는 곧 국민 건강권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정책 실패로 매출 감소, 연구개발 위축, 고용 불안이 반복된 경험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며 "약가제도 개편은 전면 재검토돼야 하고,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사회적 논의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노동계 측에서는 약가 인하 정책이 강행돼 구조조정 등이 현실화 할 경우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비대위 측에서는 수치가 동반된 경고가 이어졌다.

조용준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은 "정부 안대로 약가를 국제 수준이라는 명목 하에 40%까지 낮추면, 이미 평균 4~8% 이익률로 버티는 국내 제약사들은 공장 가동조차 불투명해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소·중견 제약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곧 신약 개발을 위한 R&D 비용이자 GMP 시설 유지에 재투자되는 자금"이라며 "이 고리가 끊기면 혁신은커녕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다"고 지적했다.

비대위 분석에 따르면, 약가제도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기등재 의약품 약 2만1000여 개 품목의 약가가 인하돼 최대 3조6000억원 규모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제약산업 고용유발계수를 적용하면, 산술적으로 1만4000명 이상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계산이다.

비대위 측은 "채산성이 낮은 필수의약품과 퇴장방지의약품부터 생산 중단 위험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도 항생제, 분만 유도제, 신생아 호흡곤란 치료제 등에서 품절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대표해 발언한 서정오 전무(향남제약공단 관리소장)는 "이곳은 대한민국 의약품의 약 30%를 생산하는 최대 제약 생산 클러스터"라며 "약가 인하는 단순한 이익 감소가 아니라 일터와 보건안보를 동시에 흔드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약가가 10%만 줄어도 단지 내에서 수백 명의 고용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이곳에서 일하는 5000여 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가 함께 흔들린다"고 토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노사와 기업이 공통으로 요구한 것은 '속도 조절'과 '사회적 협의'였다. 참석자들은 "약가 인하의 취지와 달리, 일방적 강행은 R&D 투자 위축과 고용 불안, 의약품 공급 차질이라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혜숙 경기도일자리재단 이사장은 "과거 대규모 약가 인하 이후 필수의약품 부족과 일자리 감소가 실제로 발생했다"며 "신약 개발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돈줄을 죄는 방식은 산업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신약 개발 장려라는 정부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제네릭 약가 인하가 아닌 임상 1~2상 R&D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약가제도 개편은 약값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과 고용, 국민 건강을 동시에 다뤄야 할 사회적 의제'라는 말이 반복됐다. 정부가 이 목소리를 정책에 얼마나 반영할지, 향남제약단지에서 울린 경고음의 향방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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