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 논쟁 속 실체 없는 법안 공포스테이블코인·거래소 규제 구상 반발회색지대서 업계의 탐욕이 부른 결과

이 정체 모를 유령은 금융위원회가 준비한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기본법이다. 이 법안은 어느 누구 하나 직접 보았다는 이가 없다. 관련 취재를 이어갈 때마다 취재원들에게 '그 내용이 진짜 맞는 거냐'는 볼멘소리를 듣곤 한다.
소문만 무성한 법안은 강력한 규제안을 예고하면서 가상자산 전체 업계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흡사 영국 철학자 홉스가 자신의 저서, 절대 권력을 지칭한 '리바이어던'을 잡기 위한 새로운 권위인 셈이다. 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무적의 괴수 레비아탄의 영어 발음이다.
현재 업계에 퍼진 금융위 표 법안의 뼈대는 ▲은행 컨소시엄을 통한 스테이블코인 발행 ▲스테이블코인 관계기관 합의기구 설립 ▲거래소 규제방안 ▲거래소 해킹 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다.
당국의 관치행정 중 가장 큰 오류는 거래소를 향한 시선에 있다. 민간 자본으로 설립한 거래소를 향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도입하고 소유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100% 민간 자본으로 설립한 거래소를 컨소시엄 형태로 설립한 증권 거래소와 동일하게 취급하려는 전형적인 관치금융의 발상이다.
하지만 '혼돈'이라는 리바이어던을 누가 만들어냈는지 한번쯤 돌이켜볼 필요는 있다. 그간 가상자산 시장은 회색 지대였다. 누군가는 업권법이 부재한 상황에 안타까워했지만 또 다른 이들은 회색 지대에서 많은 이점을 누려왔다.
이 산업은 '전통 금융 냉소주의'를 꺼내 들고 어떤 곳보다 빠른 엑시트를 지향했다. 마치 옥수수 농사만을 고집하다 토양이 황폐화된 어느 문명을 보는 듯했다. 파괴적인 욕망만이 남았고 당국이 '규율'을 꺼내 들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성장이 규제보다 중요한 것은 자명한 이야기다. 산업이 먼저 앞서간다면 법과 제도는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게 맞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부작용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산업이 탐욕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업계에서 수많은 뮤추얼이 시장을 지배했고, 탈중앙화라는 이름을 내걸며 불특정 다수로부터 이득을 획책했다.
'왜 가상자산 시장에만 혹독하냐'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이는 짧은 시기에 수많은 전례를 남겼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테라-루나, FTX 파산 사태 등이 있다. 이외에도 유사수신, 마켓메이킹(MM)을 가장한 시세 조종, 락업 물량 매도 행위, 상장 비리, 탈세, 고객 자금 유용 등 너무 많은 사건이 쏟아져 나왔다.
블록체인은 투명했지만 이를 운영하는 이들은 투명하지 않았다. 산업에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이 탐욕스러웠다. 절제 없는 탐욕이 결국 스스로를 옭아매는 목줄을 키운 셈이 됐다. 실체 없는 유령의 탄생은 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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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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