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성심당, 인앤아웃...상생협약

전문가 칼럼 강영철 강영철의 기업 vs 정부

성심당, 인앤아웃...상생협약

등록 2026.01.07 16:40

수정 2026.01.08 07:55

성심당, 인앤아웃...상생협약 기사의 사진

우리 동네에는 독일식 빵집이 하나 있다. 독일에서 직수입한 빵기계와 자가제분한 호밀로 독일 정통 호밀빵을 구워 판다.

맞은 편 건물 대로변 1층에는 파리바게뜨가 있으나 이 빵집은 구석진 골목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빵집에 앉아 노닥거릴 수도 없다. 좌석이 없기 때문이다. 서서 주문하고 포장해 집으로 가야 한다. 원래 좌석이 없다 보니, 코비드 사태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건강한 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매장판매보다 주문판매가 많다.

대전에 위치한 제과점 성심당은 지난 5일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딸기시루, 케익부띠끄 등 대표적인 메뉴들은 예술적이기까지 하다. 70년 성장과정에서 많은 유혹도 있었다. 왜 서울 같은 큰 시장에 진출하지 않느냐, 프랜차이즈를 시작하지 않느냐 등등의 유혹이다.

그러나 쉽게 돈 버는 길을 버렸다. 오히려 매달 7천만원 어치 빵을 지역사회에 나누고 이익의 15%는 직원들과 공유한다. 그 배경에는 '모두를 위한 경제' (Economy of Communion) 라는 독특한 경영방식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햄버거 집은 맥도날드가 아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인앤아웃(IN-N-OUT)이다. 신선한 식재료를 원칙으로 장사한다. 유명한 메뉴가 누드버거이다. 햄버거 고기를 빵 대신 싱싱한 상추로 싸서 판매한다. 그 아삭아삭하고 건강한 맛은 늘 미국 캘리포니아를 그리워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 회사 역시 쉬운 성장의 길을 버렸다. 전국적으로 체인을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미국 50개 주 중 9개 주에서만 영업하고 있다. 야채 등 싱싱한 원재료를 그날 그날 농장에서 직송해서 쓸 수 없는 곳에는 매장을 내지 않는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고품질 버거'라는 창업 초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사랑의 군단'(Army of Love)이라는 자선단체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세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독자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나는 가장 큰 공통점으로 '자강'(自强)을 든다. 누구에게 기대서 성장하지 않는다. 각자 독특한 철학을 제품에 구현시켜 소비자들에게 파고든다. 정부 지원? 아예 기대하지 않는다. 기업 스스로 길을 찾아 경쟁력을 갖추고 자신만의 시장 영역을 창출해 성장의 선순환을 이루어 낸다.

한국에 프랜차이즈가 성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들이 '자강'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얼마나 장사하기 쉬운가. 원재료, 레시피 다 갖다 주지, 브랜드 유명세까지 갖춰진다. 이렇게 시작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패스트푸드점의 경우 3년 생존률이 46.8%에 불과하다. '자강'하지 않은 결과이다. 한국은 이같은 '자강'의 가치를 권장하고, 그 관점에서 도와주는 정부를 갖고 있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창설된 지 몇 년인가? 청단위 조직이 만들어진 게 1996년이다. 올해로 만 30년이다. 그래서 과연 한국의 중소기업은 튼튼해 졌는가? 몇몇 긍정적인 결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기부의 모태펀드 출자의 도움을 받은 일부 벤처스타트업들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소기업의 수출확대에도 기여한 통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이 중소벤처기업부의 고유한 역할의 결과라고는 말할 수 없다. 성공한 유니콘은 '자강'할 수 있는 무기를 스스로 개발한 기업들이다.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출지원? 이미 한국은 KOTRA(대한무역진흥공사)라는 강력한 전세계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다. 64년(1962년 설립)에 걸친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조직이다. 현재도 중소벤처기업부는 KOTRA 없이 독자적인 수출지원 업무를 할 수 없다.

한국의 벤처기업 성공률은 초기에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갈수록 뒤쳐진다. 5년 생존율이 30~35% 선으로 OECD 평균 45%보다 낮다. 10년 생존율은 기술기반 창업기업조차 20%를 넘지 못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중소벤처기업부는 각종 사업아이디어를 내면서 국가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정책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새로운 지원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발굴해 '남의 돈'(Other People's Money), 즉 세금을 낭비한다.

독일의 경우는 3년 정도 기간을 주나 그때까지 자강할 수 없는 기업에게는 지원을 끊는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중소 영세기업의 사정이 나아지지 않으니 정부가 칼을 빼든다. '자상한 기업' (자발적 상생협력 기업), 상생협력법 (기술탈취 입증책임 전환), 대형마트를 상대로 한 상생협약 강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대기업의 상생협력 실적에 대한 평가 등등 갖가지 아이디어가 난무했다. 이 모두가 대기업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상생이라는 이름의 팔비틀기를 정당화하는 조치다.

경쟁력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에 적용되는 생존의 법칙이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대기업은 스스로 자립할 수 있으나,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상업화시키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부의 지원은 이처럼 자강 능력이 확인된 중소기업의 판로 및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노란 싹과 파란 싹을 구분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자강'할 수 있는 무엇을 갖고 있느냐의 여부다. 정부는 누구를 도와주어야 하는가? 아주 작게는 독일식 빵집, 더 나아가서는 성심당 같은 중견기업, 미국의 인앤아웃 같은 대기업들처럼 자신의 독특한 자산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들이 더 잘되도록 돕는 정책을 펼 수 있어야 한다.

강영철 | 좋은규제시민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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